휴대전화 보기를 신용카드 보듯 해야 하는 이유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달라진 게 한두 가지가 아니죠. 변화 속도도 걷잡을 수 없이 빨라졌습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일하는 분들도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빠르게 변한다”고들 말합니다.

불과 서너 달 전에 당연하게 여겨졌던 게 당연하지 않은 게 적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을 쓰면서 달라진 것 중 한 가지만 얘기하겠습니다. 저는 e메일 사용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기자들한테는 하루 수십 건의 보도 자료가 들어옵니다. 이걸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이 e메일에 접속해 확인해야 합니다. 기업 홍보 담당자들은 기자들이 자기가 보낸 e메일을 무시할까봐 문자 메시지까지 보냅니다.

기자들은 기사 쓰는 시간대에는 멀티태스킹을 해야 합니다. 보도 자료를 보냈다는 전화를 받아야지, e메일 확인해야지, 전화로 사실 확인해야지, 문자 메시지 확인해야지….
[광파리의 IT 이야기] e메일도 폰으로 확인…분실 땐 낭패
허둥대다가 중요한 보도 자료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끊임없이 e메일에 접속해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이동 중에 보도 자료를 보냈다는 전화나 문자를 받을 땐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최근 방식을 바꿨습니다. e메일을 폰으로 확인하기 시작한 겁니다. 보도 자료를 수신하는 제 e메일 계정을 스마트폰에 등록했더니 고민이 다 풀렸습니다.

이제는 보도 자료가 들어오면 폰에서 “띵”하는 수신음이 울립니다. 그때마다 손가락으로 한두 번 터치해 무슨 내용인지 확인합니다. 간단합니다.

중요한 내용이 들어 있으면 노트북에서 e메일에 접속해 보도 자료를 내려 받아 전화로 확인한 뒤 기사로 정리합니다. 이렇게 방식을 바꾼 뒤에는 보도 자료를 놓칠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돼 편해졌습니다.

물론 사소한 얘기입니다. 1년 전 아이폰이 들어온 직후부터 이런 식으로 e메일을 사용한 분도 적지 않을 겁니다. 저 역시 스마트폰을 장만한 후 e메일을 폰으로 받을까 말까 한동안 망설였습니다.

폰으로 확인하지 않은 이유는 폰을 분실했을 때 누군가 제 e메일을 훔쳐볼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비밀 내용은 거의 없지만 누군가 훔쳐본다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이죠.

자동 로그인 기능 편리하기는 하지만

e메일을 폰으로 확인하기 시작하면서 스마트폰 사용 행태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많은 애플리케이션(앱, 응용 프로그램)을 ‘자동 로그인’으로 전환했습니다. 페이스북 앱, 네이버 포털 앱, 다음 주소록 앱 ‘마이피플’, 네이트의 ‘네이트온UC’,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라이브 메신저’, 커뮤니케이터 ‘카카오톡’ 등이 대표적입니다. 트위터 앱은 전부터 자동 로그인으로 사용했습니다.

자동 로그인 아시죠? 앱을 손가락으로 터치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로그인되는 걸 말합니다. 앱을 이용할 때마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리합니다. 제가 자동 로그인으로 전환한 앱은 대부분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앱입니다. 이런 앱을 자동 로그인으로 전환한 뒤에는 친구들이 올린 글이나 메시지를 확인하고 친구와 문자 채팅하기가 편해졌습니다.

자동 로그인하면 편하다는 걸 몰라서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자동 로그인으로 전환하면 위험이 커집니다. 폰을 분실했을 때 누군가 e메일과 각종 커뮤니케이션 앱을 이용해 주고받은 내용을 훔쳐볼 수 있습니다.

폰을 자동 로그인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분실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나 다름없습니다. 앞으로 스마트폰 기능이 더욱 다양해지면 폰이 신용카드만큼 중요해질 겁니다.

이제 폰 보기를 신용카드 보듯 해야 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간수를 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분실하지 않는 게 상책이죠. 분실할 위험은 항상 있습니다. 분실했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대한 빨리 이동통신사에 분실 신고를 함으로써 누군가 자동 로그인 앱을 통해 훔쳐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편리냐, 안전이냐. 편리를 택할 때는 안전 대책도 마련해 둬야 합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