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훈 와플스토어 대표

와플스토어는 이름만 들어선 정보기술(IT) 업체 같지 않다. 정말 와플 회사 같다. 게다가 이 회사를 방문하면 실제로 와플도 구워준다고 한다. 이 사실을 몰라도 와플스토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달콤한 와플 향이 나는 아기자기한 와플 가게가 떠오른다.

조지훈 대표가 지난해 설립한 와플스토어의 모토는 ‘꿈을 굽는 가게’다. 영어로는 ‘위 베이크 드림스(We bake dreams)’다. 벤처기업으로 사장을 포함해 구성원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려는 의도로는 아주 그럴듯한 이름을 지었다.

조 대표는 프리챌에서 병역특례를 마친 후 엔씨소프트 오픈마루 스튜디오에서 일하다가 지난해 5월까지 NHN에서 근무했다. 한양대 핵공학과 출신인 조 대표는 권미영·이충휘 두 사람과 함께 지난해 4월 회사를 설립했다.

특이한 점은 조 대표가 처음 창업할 때 창업 아이템을 못 박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사람을 얻기가 힘들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일은 되게 마련’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오픈마루 시절 조 대표는 현재 플라이팬 대표 정지웅 사장, 권미영 씨와 스터디 모임을 하면서 알게 됐다고 한다. 이후 조 대표가 먼저 NHN으로 옮겼고 권 씨도 곧이어 NHN에 합류했다. 디자이너인 이충휘 씨와는 프리챌 병역특례 시절에 만난 게 인연이 됐다. 조 대표는 ‘나중에 창업하면 꼭 이분과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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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는 ‘꿈을 굽는 가게’

조 대표는 NHN에 있던 2009년 가을,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 우선 회사가 재미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좋은 사람들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이충휘 씨에게 연락했다. 다짜고짜 창업을 같이하자고 했다. 곧장 “OK” 답변이 돌아왔고, 바로 권미영 씨에게도 연락했다.

세 사람은 창업을 위한 첫 모임을 가졌다. 그게 2009년 10월 17일이었다. 그때부터 세 사람은 매주 모여 스터디를 하면서 창업을 준비했다. 아이디어는 많았지만 아직 아이템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좋은 사람이 아이템보다 더 중요하다는 그의 생각은 지금도 확고부동한 것 같다. 하지만 창업 초기에는 아이템을 선정하는데 고생을 좀 했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한다. 와플빙고라는 대전게임을 만들기도 했고 교육과 관련된 콘텐츠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기도 했다.

석 달은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후딱 지나갔다. 회사를 세우고 몇 달 지나면서 조 대표는 자신이 가장 해 보고 싶은 분야에 대한 윤곽을 잡았다. 크라우드 소시드 서비스(Crowd Sourced Service)가 그것이었다.

쉽게 말하면 ‘소셜’한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도 말 할 수 있지만 좀 더 상호작용이 많고 가상과 현실이 결합된 것이라는 점이 다르다. 그가 항상 관심을 가졌던 것은 가상과 현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영향을 미치고 그에 따라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 모두에서 즐거움과 편익이 늘어나는 것이었다.

처음엔 요크루트(Yocruit)라는 일종의 소셜 채용 서비스를 내놓았다. 쉽게 말해 SNS를 기반으로 채용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그게 작년 8월 15일이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와플스토어에는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난다.

그때까지 창업 멤버 3명이 꾸려가던 이 회사는 안팎으로 인수 제의나 다른 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접하게 된다. 결국은 다 무산되거나 안 하기로 최종 결정하긴 했지만 요크루트가 수익 모델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을 동시에 알게 되면서 방황이 시작됐다고 한다.

“한계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제대로 론칭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과 불안도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했고, 주변에서 외주를 통해 돈을 잘 버는 사례를 보면서 ‘외주를 맡아 돈을 벌어가면서 사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외주를 받아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사업을 시작할 때 처음 마음가짐을 다시 되새겼기 때문이다. “돈을 버는 게 우선이라면 아마 빨리 외주를 받아 수익을 창출하는 게 우선이었겠죠. 하지만 돈부터 벌겠다는 것이 처음 사업의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편안하게 돈을 벌려면 NHN에 그냥 있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이었겠죠. 함께 창업하신 분들도 그런 점에서 의견 일치를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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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기반 소셜 게임 ‘플레이스탭’ 눈길

두 달여간의 방황을 끝내고 지난해 10월부터 ‘플레이스탭(PLACETAB)’ 개발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위치 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면서 퀘스트 기능이 들어가 가상과 현실을 잇는 게임 요소가 강한, 그가 하고 싶었지만 명확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분야가 구체화된 것이다.

와플스토어는 플레이스탭을 향후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할수 있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퀘스트 API는 와플스토어의 게임화 플랫폼으로서 소셜 커머스나 SNS, 광고 등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게임화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아이폰앱으로 지난 3월 출시된 플레이스탭은 실행하면 위치 기반의 퀘스트 목록이 제시된다. 그중 하나를 선택해 이를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실행하면 된다. 예를 들어 명동 맛집 탐험이나 제주 올레길 여행 등 다양한 퀘스트가 가능하다.

올레길 여행 퀘스트를 선택하고 퀘스트가 요구하는 것들, 이릍테면 길을 실제로 가보고 사진을 올리거나 주변 음식점을 찾아가서 체크인(Check-in) 한다거나 하면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포인트를 잘 적립하면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와플스토어는 이런 사업을 기업들은 물론 지자체들과 제휴해 다양한 퀘스트를 마련하고 있다. 업체들뿐만 아니라 음식점과 지자체 등도 이를 통해 자신의 매장과 회사를 홍보하거나 알리는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와플스토어는 이런 제휴를 통해 누적되는 포인트가 자신들의 수익 모델이 된다는 장점도 있다.

일상생활의 게임화, 그리고 그런 게임화로 세상의 모든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것. 그것이 와플스토어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현재는 아이폰용으로만 나와 있지만 5월 중 웹 버전과 안드로이드용으로도 출시된다.

플랫폼을 지향하기 때문에 웹 서비스는 필수적이다. 플레이스탭의 서비스를 경험해 보면 아주 절제됐으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극도의 퀄러티를 추구하는 조 대표의 철학 때문이다.

와플스토어가 추구하는 것은 소셜 게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소셜 커머스 등 소셜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게임화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 모두를 담아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와플스토어가 많은 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원기 한국경제 IT모바일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