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욱 위트스튜디오 대표

권도균·이택경 대표가 국내 스타트업의 발굴·컨설팅·육성 등을 위해 설립한 프라이머에서 현재 인큐베이팅하고 있는 업체는 모두 7개다. 그중 제일 먼저 만난 회사가 지난번 소개한 전해나 사장이 이끄는 애드투페이퍼였다. 이번에는 김대욱 사장이 창업한 위트스튜디오라는 회사다. 창업자가 모두 20대 초반의 젊은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두 회사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

위트스튜디오는 오랜만에 등장하는 B2B 기반의 소프트웨어 개발사다. 옛날식으로 말하면 패키지를 팔아야 하는 회사다. 분야도 모든 이들이 다 쓰는 대중적인 서비스라기보다 전문적인 영역에 가깝다. 한국에서 쉽지 않은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프로그램 판매라는 분야로 사업을 시작한 위트스튜디오 멤버들을 만나봤다.

삼성 입사도 포기하고 창업
[한국의 스타트업] 소프트웨어 사업에 ‘젊음’을 걸다
위트스튜디오의 창업 초기 이를 주도한 인물은 김대욱 대표와 채은석 이사다. 두 사람은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에서 만났다. 이 멤버십은 삼성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프로젝트다.

전국의 주요 도시별로 구성되는데 두 사람은 수원 지역 멤버십에서 만났다. 프로젝트에 따라 팀을 구성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아주대 컴퓨터공학과 07학번인 김 대표는 한양대 영상디자인과 02학번 채 이사와의 만남이 특히 좋았다고 한다.

원래 삼성소프트웨어 멤버십은 창업 코스는 아니다. 오히려 삼성전자에 입사하는 등용문 정도로 인식되곤 한다. 채 이사도 그랬다.

물론 삼성소프트웨어 멤버십 출신 중에는 IT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창업가들도 있다. 그래텍의 배인식 사장이나 지란지교소프트의 오치영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채 이사가 처음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에 들어갈 때는 창업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한다. 김 대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랬던 두 사람의 인생은 한 사람을 만나면서 급작스럽게 방향을 틀게 된다.

김 대표는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 2회 졸업생이다. 워낙 초기 졸업생이기 때문에 학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그는 학교를 종종 찾아간다고 한다. 그런데 작년 봄 학교를 찾아갔다가 선생님의 소개로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를 처음 만나게 됐다. 일이 되려고 그랬는지 때마침 이 자리에는 이 학교 졸업생이 아니지만 채 이사도 같이 있었다.

이날 이들이 권 대표에게 설명한 프로젝트는 2가지. 하나는 증강현실을 응용한 사업이었다. 권 대표는 이에 대해 설익은 아이디어라며 적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하나가 이들이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 아이디어를 듣고 권 대표는 적극적으로 사업화를 권유했다고 한다.

권 대표를 만난 날은 채 이사가 삼성전자 면접을 하루 앞두고 있는 날이었다. 채 이사는 삼성전자 면접을 중단하고 김 대표와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대기업에 입사하는 안정된 삶을 그만두고 망망대해와도 같은 창업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한국의 스타트업] 소프트웨어 사업에 ‘젊음’을 걸다
왜 UI 디자인에는 포토샵밖에 없을까

위트스튜디오가 만든 코디네이터(codinator)는 쉽게 말해 유저 인터페이스(UI) 디자인을 위한 툴이다. 기존 UI 디자인을 위한 대표적인 도구에는 포토샵이 있다. “디자인의 다른 영역에는 다양한 디자인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UI 디자인 분야에서는 포토샵 말고는 쓸 만한 프로그램이 없더라고요. 앞으로는 UI 디자인이 점점 더 널리 쓰이게 될 텐데 말이죠. 그래서 이 분야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디자인을 전공한 채 이사의 설명이다.

코디네이터는 이런 생각에서 출발해 포토샵의 그래픽 UI 디자인 분야를 특화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출시된 데에는 스마트폰의 확산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들의 개발로 UI 부문이 더욱 쓰임새가 넓어질 것을 감안할 때 향후 그래픽 UI 디자인 프로그램의 활용도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깔려 있다.

작년 초 회사를 설립한 뒤 6월에 프라이머의 투자를 유치하고 권도균·이택경 대표로부터 컨설팅 및 사업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그리고 채 이사의 같은 학교, 같은 과 동기 최중인 팀장을 영입한 뒤 회사의 핵심 제품을 위한 개발진 구성을 완료했다. 회사가 설립된 지 거의 1년여 만인 올 5월 코디네이터의 첫 버전이 출시됐다.

코디네이터는 변해가는 개발 환경에 적응하고 싶어 하는 기업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스마트폰용 앱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트렌드가 굉장히 빨리 바뀌고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디자인 부분에서 빠르게 대응하려는 기업들은 이 프로그램에 있는 기본 세팅만 잘 활용해도 다양한 UI 디자인을 할 수 있다.

코디네이터의 특징은 쉽고 빠르게 다양한 UI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완성된 디자인의 크기를 키우거나 모양을 변형해도 당초 원했던 동일한 느낌이 그대로일 뿐만 아니라 그래픽 디자인의 질도 그대로 유지된다. 다양한 플랫폼 간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김 대표는 “기존 UI 툴에 비해 메모리 사용량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비트맵 이미지 방식에 비해 코디네이터는 벡터 이미지 방식을 쓰기 때문에 메모리 사용량을 85%까지 줄일 수 있다. 프로젝트 기간이나 UI 디자인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특히 중소기업에는 크게 어필할 것으로 위트스튜디오는 기대하고 있다.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 개발 환경에 의존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하는 독립 툴을 개발, 완성할 계획입니다. 코디네이터로 제작한 디자인 결과물을 MFC, HTML5, 아이폰(iphone), 안드로이드(Android) 등 어떤 개발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겁니다.”

언어의 장벽이 낮고 기술력과 편의성에 따라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해외시장을 무대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포토샵이 전 세계의 디자이너들이 모두 쓰는 프로그램이 된 것처럼 우리도 코디네이터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임원기 한국경제 IT모바일부 기자 wonk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