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출신 맨파워

CJ제일제당 출신 인사들이 국내 식품·유통 업계를 장악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국내 1위의 식품 회사인데다 식품 업체로서는 드물게 사내 마케팅대학을 운영하는 등 인력 관리에 주력해 왔다. 게다가 삼성그룹에서 분리되면서 회사에 남아 있던 우수 인재들이 대거 흩어졌다. 이런 사정으로 CJ제일제당은 업계에서 ‘인재 사관학교’로 불린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의 마케팅실 출신 중에는 현직 최고경영자(CEO)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김해관 동원F&B 사장, 이해선 CJ오쇼핑(옛 CJ홈쇼핑) 사장, 박인성 유닉스전자 사장 등이 꼽힌다.
[비즈니스 포커스] 인재 풀‘빵빵’…식품·유통 업계 장악
CJ제일제당 출신 인사들은 식품 업계에 한정되지 않고 전방위로 퍼져 있다. CJ제일제당이 식품뿐만 아니라 생활용품·사료·물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펼쳐 왔기 때문이다.

물론 식품 업계에 ‘CJ맨’들이 가장 많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대부분 마케터 출신이다. CJ제일제당은 수많은 마케터를 길러낸 산실이기도 하다.

마케팅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1970년대 초반에 이미 마케팅실을 별도로 뒀을 정도다.

김해관 동원F&B 사장은 1974년 제일제당에 입사해 판매기획과, 마케팅실 시장조사과, 마케팅실 판촉과 등 마케팅실에서 잔뼈가 굵은 CEO다. 마케팅실 이사·상무를 거쳐 생활화학본부 부사장을 끝으로 CJ제일제당을 그만두고 경쟁사인 동원F&B로 옮겼다.

김 사장은 CJ제일제당에서 근무하면서 ‘비트’, ‘햇반’, ‘식물나라’, ‘백설햄’, ‘엔프라니’ 등 다양한 히트 상품을 만들어낸 주역이었다. CJ제일제당의 전신인 제일제당과 인연을 맺은 김 사장은 28년간 CJ맨으로 활약했었다. 김 사장 외에도 안창언 건삼인삼사업부장(상무)과 박세원 해외사업부장(상무) 등이 동원F&B에 근무하는 CJ제일제당 출신 임원들이다.

삼양사에는 김병희 식품소비재 BU장(상무)과 한지영 식품마케팅총괄(상무)이 포진해 있다. 삼양사는 최근 B2B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B2C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데, 두 사람은 그 일환으로 지난해 삼양사에 전격적으로 합류했다.

샘표식품의 영업본부장인 구종서 전무도 CJ에서 업무 경험을 쌓았다. 구 전무는 CJ제일제당 생활본부장을 거쳐 피죤 영업 부사장을 역임했다. 사조씨푸드의 최창욱 영업본부장(전무)도 1977년 당시 제일제당에 입사해 2001년 신시장사업팀 상무를 지낸 인물이다. 이 밖에 매일유업의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김환석 이사와 이봉준 이사, 국순당의 이수정 마케팅 상무, 유동골뱅이의 윤성만 영업본부장 등이 CJ제일제당에서 경험을 쌓았다.
[비즈니스 포커스] 인재 풀‘빵빵’…식품·유통 업계 장악
[비즈니스 포커스] 인재 풀‘빵빵’…식품·유통 업계 장악
마케팅실 출신들은 국내 식품 업계는 물론 유통 업계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이해선 CJ오쇼핑 사장은 CJ제일제당이 배출한 스타 마케터로 명성을 떨친 인물이다. 1982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해 판매기획팀·마케팅기획과·생활화학사업부·생활화학마케팅팀 부장을 거쳐 빙그레 마케팅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아모레퍼시픽 마케팅부문장(부사장)을 지내고 2008년 CJ오쇼핑 경영총괄 부사장으로 CJ그룹의 품으로 되돌아왔다.

이강수 하림그룹 부회장은 1975년 제일제당에 입사한 뒤 냉동식품을 취급하는 모닝웰(구 제일냉동식품)의 대표이사 부사장을 거쳐 하림그룹 부회장으로 스카우트됐다.

박인성 유닉스전자 사장도 1981년 제일제당 마케팅부에 입사해 광고판촉팀·식유판매과·마케팅기획과·경영전략팀 등을 거치며 베테랑 마케터로 성장했다. 2003년 계열사인 CJ올리브영 대표를 거쳐 2007년부터 유닉스전자 사장을 맡고 있다.

나종호 엔프라니 사장은 CJ마케팅팀장을 거친 인물이다. 화장품 브랜드 엔프라니는 나 사장이 CJ제일제당에 근무할 때 직접 론칭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나 사장은 보령메디앙스 마케팅본부장, 한경희생활과학 부사장 등을 지낸 백전노장 마케터다.

백상철 푸드플래너 사장은 CJ제일제당 시절 뉴카테고리 팀장으로 일하면서 ‘햇반’, ‘다담’, ‘쁘띠첼’ 등의 히트 상품을 잇달아 개발해 호평을 받았다. 2005년 동원F&B 마케팅 실장(상무)으로 옮긴 뒤에도 ‘차애인’, ‘크레시앙’, ‘천지인’ 등의 브랜드를 내놓으며 명성을 이어갔다. 푸드플래너는 한국의 중소기업 제품을 ‘푸드플래너’라는 브랜드로 일본 등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이 밖에 전동훈 스파클 대표, 신상복 한일후드 부사장, 정세훈 착한고기 외식본부장, 이익모 선진포크 이사, 김종윤 마니커 이사 등이 유통 및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직 ‘CJ맨’들이다.

마케팅팀 출신은 아니지만 생산 현장이나 영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도 중견 기업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이태호 동아원 사료BU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이 부회장은 고려대 통계학과 출신으로 1975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한 후 1988년 당시 제일제당 사료본부장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사료 사업의 경영자로 활동했다. 2003년부터 CJ프레시웨이(구 CJ푸드시스템)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안중규 구리농수산물주식회사 대표는 CJ제일제당에서 판매과·유통팀·서울영업부 등에서 활약한 영업맨 출신이다. 박생환 한국양봉농협 경제사업본부장도 조미료 대전판매·조미료마산출장소·서울영업부 등을 거친 영업의 달인이다.

벤처기업협회 산하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인 한민족글로벌벤처네트워크(INKE)의 홍병철 의장도 CJ제일제당 출신이다. 홍 의장은 1975년 CJ제일제당 수출과에 입사해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하다가 2002년 3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정보기술(IT) 관련 무역·컨설팅 업체인 PDS글로벌을 설립하면서 사업가로 변신했다. INKE 발족 이듬해인 2001년 쿠알라룸푸르 지부 의장을 맡으면서 INKE 회원으로 활동해 왔다.

CJ제일제당 출신들이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경은 뭘까. 신상복 한일후드 부사장은 “CJ제일제당의 인재 육성 제도가 비교적 우수한데다 선배들이 업계 곳곳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상철 푸드플래너 사장은 “신진 식품, 유통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인력 수요가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백 사장은 “물이 아래로 흐르듯이 CJ가 육성한 고급 인력들이 관련 업계로 흘려들어갔다”고 분석했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