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내 매출 ‘넘버2’…자원 개발 ‘승부수’

지난 9월 30일 미얀마 가스전 개발 현장을 찾은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정 회장은 “(1년 전)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미얀마 가스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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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도 “2013년 5월 상업 생산이 시작되면 회사의 수익 구조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채권단 관리 하에 있던 대우인터내셔널이 ‘포스코 패밀리’로 재출발한 후 1년이 지난 지금 대우인터내셔널은 자원 개발 전문 기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매출 16조 원(2010년) 규모의 종합상사다. 1967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설립한 대우실업이 대우인터내셔널의 전신이다. 대우그룹의 모태가 된 대우실업 부산 공장도 여전히 별도 사업부로 대우인터내셔널에 남아 있다. 지금은 주로 합성피혁과 첨단 소재를 생산한다.


미얀마 가스전 상업생산 채비

2003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대우인터내셔널은 새로운 성장판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종합상사의 전통적 주력 사업인 중개무역의 수익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그동안 다져온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원 개발에 승부수를 던졌다.

2004년 미얀마 가스전 탐사에 성공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인수·합병(M&A) 대상을 물색하던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탐낸 것도 이 때문이었다.

포스코는 이미 오래전부터 대우인터내셔널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포스코가 생산한 각종 철강 제품은 촘촘하게 뻗어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의 영업망을 통해 북미 등 세계 각지로 팔려 나갔다. 하지만 16조 원짜리 회사를 사들인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는 1990년대 초반 신세기이동통신 설립 후 사실상 최대 규모의 투자에 해당한다. 지난 2분기 포스코 패밀리의 전체 매출 규모는 17조470억 원을 기록했다. 이 중 포스코가 10조320억 원, 대우인터내셔널이 4조6257억 원을 담당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매출 비중은 27%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대우인터내셔널에 부임한 이동희 부회장은 그동안 조직 통합에 주력해 왔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포스코(철강)와 대우인터내셔널(종합상사)은 ‘업’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해 왔다”며 “기존 대우의 문화와 업무 형태를 많이 인정해 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인수 후 포스코에서 온 인력도 이 부회장을 포함해 4명이 전부였다.

지난 1년 동안 이 부회장이 가장 신경 쓴 것은 기획팀 강화다. 전사 차원의 기획팀도 강화됐을 뿐만 아니라 5개 영업 부문(영업 1~4 부문, 자원개발 부문)에도 자체 기획팀을 신설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존 사업에 안주하지 말고 신규 시장과 신규 사업 아이템을 적극 발굴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포스코 패밀리의 일원으로 다시 태어난 지난 1년 동안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것은 자원 개발 분야다. 그중에서도 최근 생산정 시추와 가스 산출 시험에 성공한 미얀마 가스전의 존재가 단연 도드라진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미얀마 해상에서 찾아낸 가스전 3개의 가채매장량은 4조5000억 입방피트(원유 환산 시 약 8억 배럴)로 우리나라 전체에서 3~5년 쓸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2013년 5월 상업 생산이 시작돼도 미얀마에서 채굴한 가스가 국내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중국 국영 석유회사 CNPC의 자회사 CNUOC와 일찌감치 가스 판매 계약을 체결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미얀마 가스전 수익은 가스 생산량이 최대에 이르는 2014년부터 20년간 연간 3000억~4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1220억 원)의 3~4배에 이르는 돈을 미얀마 가스전 한 곳에서 벌어들이게 되는 셈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성공 스토리는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섬유·봉제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던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정부로부터 서부 해상 가스전 개발 사업에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미얀마 서부 해상은 가스전 발견 가능성이 희박한 지역으로 알려진 곳이었다. 이미 1970년대 프랑스 메이저 석유회사인 토달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회사들이 달려들어 7개 광구 시추 작업을 벌였지만 끝내 가스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은 채권단 주도로 워크아웃에 돌입한 상태였다. 하지만 대우인터내셔널은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다. 꼼꼼하게 과거 실패 사례를 분석한 결과 메이저 기업들이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겉으로 튀어나온 지형만 찾아다녔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층서 트랩’이라는 새로운 탐사 기법을 썼다.

겉은 평평하더라도 땅 아래 심층까지 뒤져 원유와 가스를 찾아내는 방법이다. 정부에서 지원한 에너지 특별 회계의 성공불 융자도 큰 도움이 됐다. 해외 자원 개발에 돈을 빌려주되 성공하면 대출을 상환하고 실패하면 하지 않아도 되는 지원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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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004년 미얀마 A-1광구에서 슈웨(Shwe) 가스전을 처음 찾아냈다. 슈웨는 미얀마어로 황금을 의미한다. 2005년 A-1광구에서 슈웨퓨 가스전이 추가로 나왔고, 2006년에는 A-3광구에서 미야 가스전이 발견됐다. 하지만 가스전을 찾았다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자원 개발은 탐사·평가·개발·생산이라는 복잡하고 지루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탐사와 평가 단계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커 사업 성패를 가늠하기 어렵다. 현재 미얀마 가스전은 개발에서 생산으로 넘어가는 단계로 큰 고비를 모두 넘긴 상태다.


포스코 그룹 편입으로 신용 등급 상승

한때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재원 마련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미국이 미얀마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진행한 영향이 컸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중국개발은행(CDB)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중국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것은 미얀마에서 생산하는 가스 대부분이 중국에 판매된다는 점이 작용한 것이다. 아울러 대우인터내셔널이 포스코에 인수되면서 신용 등급이 상승한 덕도 봤다.

미얀마 가스전은 자원 개발 사업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의 위상을 높이는 지렛대 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 9월 대우인터내셔널은 민간 기업으로는 최초로 국내 대륙붕 탐사에 운영권자로 참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미얀마 가스전 개발 경험을 인정받아 그동안 한국석유공사의 독무대였던 대륙붕 탐사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자원 개발에 종합상사 특유의 강점을 결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도 선보이고 있다. 단순히 자원 개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를 연계하는 방식이다. 5%의 지분을 확보한 호주 나라브리 유연탄광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분 투자를 하면서 생산 유연탄 25%를 우선 구매해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지분 투자 수익에다 자원 거래 수익까지 노린 것이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니켈광은 자원 개발과 플랜트 프로젝트를 결합한 것이다. 니켈광 제련을 위해서는 대규모 발전소 건설이 필수적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광산 투자와 함께 발전소와 암모니아 저장·하역 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도 따냈다.

포스코 패밀리는 2020년 매출 200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중 대우인터내셔널이 담당해야 할 몫은 65조 원이다. 현재 16조 원에 못 미치는 매출액을 4배 이상 늘려야 하는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10%에도 못 미치는 자원 개발 사업 비중을 대폭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장승규 기자 sj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