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사이트도 타깃…반발 거세


미국 테크놀로지 업계가 시끄럽습니다. ‘소파’ 때문입니다. 거실에 있는 소파(sofa)가 아닙니다. SOPA(Stop Online Property Act), 쉽게 말해 온라인저작권법입니다. 하원이 저작권 보호를 강화한다며 이 법안을 내놓자 산업계와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파괴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죠. 소파 문제는 외국 사이트도 겨냥한다는 점에서 남의 얘기가 아닙니다.

하원은 2011년 10월 26일 소파 법안을 상정한 뒤 두 차례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법안은 온라인 저작권 침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죠. 저작권 침해를 묵인하거나 조장하는 웹사이트에 대해서는 미국 법무부와 저작권자가 제소할 수 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온라인 광고나 온라인 결제를 중단시킬 수도 있고 검색에 잡히지 않게 차단할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을 침해한 외국 사이트에 대해 미국 법무부가 제소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한국 포털에 저작권 침해 콘텐츠가 게재되면 미국 법무부가 해당 포털이나 문제의 사이트를 제소할 수 있다는 뜻이죠.
온라인 저작권 보호 강화 나선 미국
소파가 외국 사이트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미국 정부는 세계를 감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됩니다. 초국가법이 될까 걱정됩니다.

소파는 영화·음반 업계 등의 지지를 받는 법안으로 저작권이 있는 온라인 콘텐츠 무단 사용을 중죄로 간주합니다. 예를 들어 6개월 이내에 음악이나 영화 저작권을 10번 이상 침해하면 최고 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합니다. 미국 인터넷 업계와 소비자들은 소파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인터넷 혁신을 가로막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USA투데이 등 외신에 따르면 소파에 대해서는 이미 40여 개 기업이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미국을 대표할 만한 테크놀로지 업체들이 대부분 포함됐습니다. 구글·야후·AOL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도 있고 페이스북·트위터·링크트인과 같은 소셜 네트워킹 사업자도 있고 결제 대행업체 페이펄, 전자 상거래 업체 이베이도 포함됐습니다.

구글·페이펄·트위터 등 16개 테크놀로지 기업은 신문에 게재한 광고를 통해 소파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합니다. 이들은 광고에서 소파가 미국 정부한테 중국에서나 있을 법한 검열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편에서는 현재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테크놀로지 산업에서 더 이상 혁신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죠.

도메인 등록 대행업체인 고대디닷컴은 소파 지지 의사를 밝혔다가 소비자의 저항에 부딪쳐 혼쭐이 났습니다. 고객들이 7만 개가 넘는 도메인을 다른 등록 대행업체로 옮겨 버린 겁니다. 부랴부랴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나서 소파 지지 의사를 철회했지만 고대디닷컴에 대한 소비자들의 ‘보복’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에는 “반대한다”고 밝히기에 이르렀습니다.

한국 인터넷 업계는 저작권법 개정으로 신경 쓰이는 게 많은 판국에 소파 문제까지 터지자 난감해 하고 있습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소파는 저작권 보호를 핑계로 인터넷을 망가뜨릴 수 있는 법입니다. 보호 움직임이 너무 강하면 파괴하려는 반작용이 나타날 겁니다.”

저항이 강해 통과되기 어렵겠지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