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비적 건축물 밑작업 담당…초기 현지화 전략 성공

쟁쟁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모여 있는 판교신도시 내 판교테크노밸리. 엔씨소프트·NHN엔터테인먼트·안랩·한글과컴퓨터 등 건물이 즐비한 가운데 마이다스아이티 건물이 눈에 띈다.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소프트웨어의 성공 신화’로 불린다. 마이다스아이티는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공학 분야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세계 11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설립 7년 만에 건설 구조 분야 소프트웨어 세계 1위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글로벌 100대 엔지니어링 기업 절반 이상이 고객사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이름을 알리고 있다.
생생인터뷰 이형우 마이더스아이티 대표이사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생생인터뷰 이형우 마이더스아이티 대표이사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마이다스아이티의 주력 제품은 건설과 기계 분야 구조 해석 및 설계용 소프트웨어다. 건축물·교량·터널 등을 안전하게 짓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이용해 각종 변수를 고려하는 시뮬레이션을 해야 한다. 각종 하중과 바람, 지진 같은 자연재해에 안전한지 미리 검증해 봐야 한다. 특히 고층 건물이나 복잡한 구조일수록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설계가 가능한지, 무엇을 더 보강해야 하는지를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이처럼 변수와 안전 여부를 체크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솔루션을 제안해 주는 게 마이다스아이티의 기술이다. 안전성뿐만 아니라 경제성 측면에서도 정해진 비용 안에서 최적의 시공을 하도록 필요한 재료와 방법을 안내해 준다.

높이 828m, 163층으로 세계 최고층 건물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를 비롯해 세계 최장 대교인 중국의 수퉁대교, 베이징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상하이 엑스포 파빌리온 등에 이 소프트웨어가 사용됐다. 밀라노 대성당과 그리스 신전 등 역사적 유물의 유지·보수에도 쓰였다. 굵직한 건축물에 쓸 수 있는 관련 기술 보유 국가는 미국·일본·영국·독일·네덜란드·호주 등 세계 6개국에 불과했다. 마이다스아이티가 합류하며 한국도 기술 보유국이 됐다. 2000년 설립돼 매년 20~30%의 성장세를 유지해 7년 만에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한국에선 2000년대 이후 건설된 국내 건물의 95%에 마이다스아이티 소프트웨어가 적용되고 있다. 설계 전, 시뮬레이션이라는 특수한 분야를 파고들어 기술력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숨은 거인’인 셈이다.

마이다스아이티는 2012년 777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 중 430억 원이 해외 매출이다. 임직원 600여 명 중 42%가 해외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창업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한 결과다.


2년 차 신입 팀장 되기도
마이다스아이티의 시작은 대기업의 개발 조직이었다. 포스코건설의 구조 해석용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개발과 사업화를 담당했던 팀이 독립한 것이 시작점이다. 이형우 사장은 이때 팀을 이끌던 리더였다. 외국 소프트웨어를 국내 환경에 맞게 제작하는 데 성공했고 이 기술이 일본 굴지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기자 상용화에 나섰다. 2002년 일본 진출 이후 중국·미국·유럽·인도·인도네시아 등에 속속 진출하면서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섰다.
[비즈니스 포커스] 세계 1위 ‘숨은 공룡’ 마이다스아이티
짧은 기간 내에 세계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현지화에 성공한 때문이었다.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현지 언어와 설계 기준이 반영된 제품으로 현지화했고 최소한의 인력을 제외하고 해당 국가의 인재들로 인력풀을 구성했다. 현지 전문가 네트워크를 가동하기 위해 협회·학회·대학교 등과 협력했고 제품 홍보와 마케팅 활동에 활용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초기 시장 안착을 위해 현지 1위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중국의 경우 중국 기업이 규모와 실력에 따라 갑을병정으로 나뉜다는 특성을 파악, 마이다스아이티는 갑에 해당하는 회사를 먼저 공략했다. 이 전략이 성공하자 다음엔 을을 공략했다. 을이 갑이 되기를 원하는 니즈를 찾아 ‘기술 폭풍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마이다스아이티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갑’ 수준만큼 기술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 프로모션 기간 3개월 동안 계약한 고객 수가 이전 4년간의 계약 건수를 넘어설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다. 신미영 부장은 “마이다스아이티는 시장이 포화됐다든지 사람들의 니즈가 없다는 이유로 포기하지 않는다”며 “보이지 않는 욕망을 읽어내고 자극해 니즈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마이다스아이티의 성공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포커스] 세계 1위 ‘숨은 공룡’ 마이다스아이티
마이다스아이티의 직원들은 야근을 사서 하는 편이다. 소프트웨어 분야가 야근이 잦은 특징이긴 하지만 이 회사 직원들이 야근에 임하는 생각은 조금 다르다. 열정을 가지고 일을 추진하는 사람에게는 그만큼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2년 차 신입 사원이 팀장이 되는 ‘특급 승진’도 가능하다. 김혜진 사원은 “공대 출신으로 디자인을 전혀 몰랐는데 PPT를 만든다고 하니 디자인 학원 지원을 해줬다. 이를 계기로 회사 전체 행사 기획도 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사람을 키우는 데 회사의 명운이 달려 있다고 믿는다. 임직원이 100명을 넘어서자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직률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인본 경영’에 대해 연구하고 구성원 개개인을 경영의 주체로 세우는 데 공을 들였다.


창업 초기부터 해외 진출 적극적
복지 체계도 그중 하나다. 자동 승진 제도와 정년 없는 종신고용제도를 운영하며 근무연한에 따라 부사장 직위에 오를 때까지 자동 승진을 보장한다. 기본급만으로 생활이 가능하도록 대기업 수준(신입 초임 연봉 4000만 원)을 유지하고 있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오르는 대신 야근 수당 등 각종 수당은 제공하지 않는다. 보상을 매개로 동기부여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한 연 2회 지급되는 상여금은 ‘책임성 이익분배제’로 팀에 배분한다. 팀워크가 깨지는 것을 방지하고 팀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방법이다. 신미영 부장은 “중소·중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벤치마킹하러 자주 방문한다”고 말했다.

회사 곳곳에는 작품을 걸어 놓고 사무실을 제외한 공간에는 늘 음악을 틀어 놓는다. 회사가 성장하며 매년 직원이 늘어나 공간이 부족하지만 쉴 수 있는 공간을 꼭 확보하고 있다. 수면실로는 부족하자 180도 휘어지는 의자를 직원들에게 주고 사무실에서도 ‘잠’을 보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점심시간 후 오침 시간이 독특하다. 10~20분 짧은 시간이지만 잠시 눈을 붙이고 쉴 수 있도록 소등한다. 눈치 보지 말고 쉴 때 쉬어야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사내 미용실을 열고 무료로 머리를 다듬는 직원도 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삼시 세끼를 모두 회사에서 해결한다. 굳이 식당을 찾아 외부로 나가지 않는다. 구내식당에서 호텔식 뷔페가 제공된다. 실제 호텔에서 초빙한 셰프들이 만든 음식이니 호텔 레스토랑 뺨치는 수준이다. 재료는 셰프들이 직접 선정한 ‘산지 직송’으로 끼니당 평균 재료비만 1만3000원에 이른다. 이와 별개로 직원들은 필수적으로 나눔 활동에 동참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공계 분야 취업 준비생 사이에서는 ‘한국의 구글’로 소문이 나 있다. 경쟁률도 지난해 기준 505 대 1로 치열하다.

마이다스아이티의 도전은 건설 분야를 넘어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의료 분야 시뮬레이션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심장 질환 환자들의 조영술 과정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단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 대형 병원과 협력해 올해 중 선보일 예정으로, 이 기술이 성공하면 몸속을 통과해 환자를 고통스럽게 하던 철심을 제거할 수 있다고 하니 기대할만한 도전인 듯하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