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간부일수록 전문성보다 조직 충성도와 리더십이 중요

[신현만의 CEO 코칭] 조직보다 자신에게 헌신하는 스페셜리스트
Q 간부 승진 심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구를 간부로 끌어올려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오랫동안 한 분야만 파고들어 전문성이 뛰어난 직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그 분야의 업무 경험이 많고 개인적 성과도 탁월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경험의 폭이 좁고 자기 발전만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회사의 필요에 따라 이곳저곳 옮기면서 역할을 해 낸 직원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조직 충성도가 높고 리더십에서도 앞서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성은 물론이고 개인적 성과에서도 뒤집니다. 어느 쪽을 간부로 끌어올려야 할지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전문성과 성과를 감안해 스페셜리스트 지향의 직원을 선택해야 할까요. 아니면 조직 충성도와 리더십을 평가해 제너럴리스트 성향의 직원을 발탁해야 할까요.

A 최근 들어 기업이 성과와 전문성을 중시하다 보니 회사의 업무를 두루 경험하면서 리더십을 갖춘 직원을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회사에 필요한 간부는 업무 경험과 리더십이 중요한데, 회사가 단기 성과에 연연하다 보니 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간부를 키워 내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핵심 간부일수록 다양한 업무 경험과 리더십 역량을 중요하게 봐야 합니다. 흔히 전문성을 키워야 하며 전문가로 성장하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직원 개인에게 적합한 이야기일 뿐 회사 차원에서 보면 꼭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전문성만으로 조직의 핵심 인재로 커 나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간부는 직무 역량 못지않게 조직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조직의 보스가 되려면 전문성이나 성과를 넘어 리더십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스페셜리스트를 지향하는 사람이 임원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런 직원의 최대 관심은 개인적 직무 역량을 키우는 것입니다. 이들에겐 조직의 성장 발전보다 개인의 직무 역량 강화가 더 중요합니다. 이에 따라 조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조직 발전에 중요한 직무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맡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들에겐 헌신의 대상이 조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인 경우가 많습니다.


조직 내 성장 추구하는 직원을 키워라
이 때문에 스페셜리스트 지향자들에게서 회사가 원하는 주인의식을 발견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이들의 관심은 오로지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직 안에서 전문가로 크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회사를 옮기게 됩니다. 스페셜리스트 지향자들의 이력서가 상대적으로 긴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직무 발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직장을 계속 옮긴 것입니다. 조직 내 성장을 꿈꾸는 직원들에겐 이들은 ‘나그네’나 ‘뜨내기’입니다.

이에 따라 조직의 성장 발전과 직결된 핵심 업무라면 조직 내 성장을 추구하는 직원에게 맡기는 게 좋습니다. 특히 회사의 규모가 작고 설립 초기 단계에 있다면 당연히 이들을 간부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업력이 오래된 대기업인 데도 핵심 보직을 맡은 임원들의 학력이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이유도 경영자들이 전문성이나 단기 성과보다 조직의 충성도나 리더십을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귀하가 느끼고 있는 것처럼 조직 내 성장을 추구하는 직원들이 스페셜리스트 지향의 직원에 비해 전문성이 뒤진다는 점입니다. 해당 분야의 직무 경험이 부족하고 네트워크도 취약합니다. 당연히 성과도 부족합니다. 회사가 단기 성과만 감안한다면 이런 성향의 직원들에게 중요 직책을 맡기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많은 회사에서 조직 내 성장을 추구하는 직원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들을 중용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성과 중심의 개량적 평가를 하면 탁월한 점수를 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이들을 간부로 키워 내려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조직의 시스템을 수정 보완해야 합니다.

먼저 평가 기준을 보완해야 합니다. 임직원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단기 실적 위주로 흐르지 않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새로 업무를 맡은 직원들이 적응하는 기간을 감안해 평가 주기를 조금 길게 하든가, 초기 적응 기간의 평가를 유예하는 쪽으로 바꿔 보십시오. 평가 기준이 한 분야의 업무를 오래 맡은 직원에게 유리하도록 설정돼 있다면 직원들에게 업무를 두루 경험하면서 리더십을 기르라고 권하기 어렵습니다. 또 단기 실적에 지나치게 비중을 두지 말고 리더십과 조직 충성도 등 회사가 필요한 항목의 비중을 키워 보십시오.

조직 내 성장을 추구하는 직원들의 전문성도 키워 주십시오. 아무리 리더십과 조직 충성도가 뛰어나더라도 일정한 직무 전문성이 없으면 성장해 나가기 어렵습니다. 직무 역량이 조직 역량을 기반해야 커질 수 있는 것처럼 조직 역량 역시 직무 역량의 뒷받침 없이는 지속 성장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리더십이 뛰어나 장기적으로 조직의 핵심 인재로 발전할 수 있다고 판단했으면 이들이 전문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조직 내 ‘커리어 패스(career path)’입니다. 직원이 입사해 전문성을 갖춘 간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력 발전 경로가 설계돼야 합니다. 입사한 지 몇 년이 지나면 대리·과장이 되고 다시 몇 년이 지나면 차장·부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데 승진하려면 어떤 역량을 길러야 된다는 설계도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임원이 되려면 몇 년이 걸리고 어떤 경로를 거쳐야 하며 이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이런저런 것이라는 점을 구성원 모두가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직원들 스스로 자신의 경력을 설계하면서 직무 역량과 조직 역량을 키워 나갈 것입니다.

스페셜리스트 지향의 직원들에게도 회사의 배려가 필요합니다. 대개의 직원들은 직무 전문성을 기르고 싶어 합니다. 이에 따라 직무 전문성만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직원이 아니라면 조직은 이들을 포용하고 이들의 장점을 살려야 합니다. 특히 조직의 성과는 유능한 스페셜리스트 성향의 직원들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랫동안 회사에 머무르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때가 많습니다. 직무 전문성을 추구하는 직원들은 해당 분야의 업무 경험이 풍부하고 네트워크도 탄탄합니다.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이 조직 안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성과의 핵심 관건이 됩니다.


스페셜리스트 지향자도 조직 역량 갖추게 인사 설계
이들은 특히 자신들의 직무 역량이 커지는 것을 매우 중시합니다. 따라서 자신들의 직무 역량이 발전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또 회사의 발전이 자신의 발전과 직결되고 도움이 된다고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회사가 발전하지 않으면 개인의 직무 역량도 성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닫게 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직무 역량을 키우려면 조직 역량을 갖추도록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조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고위직이 될수록 직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지도록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로 성장하려면 디자인 조직의 과장·차장이 되고 임원이 되도록 경력 경로를 설계하는 거죠.

조직의 핵심 간부는 직무 전문성과 조직 내 성장을 함께 꿈꾸는 직원들입니다. 흔하지 않지만 회사가 핵심 인재로 키울 재목은 바로 이들입니다. 이런 직원들을 발견하면 회사는 이들이 직무 역량과 조직 역량을 함께 기를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