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LNG 개발 프로젝트 ‘대박’…올해부터 본격 수익 반영

[비즈니스 포커스] 업황 부진 속 홀로 웃는 현대종합상사 왜?
“팔아도 남는 게 없다.” 지난해 주요 종합상사들의 경영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대부분이 전년에 비해 매출이 줄어들었다. 매출 1위부터 3위까지의 ‘빅3’ 역시 영업이익률은 매출 대비 1%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해 매출 1위 종합상사는 SK네트웍스다. SK네트웍스는 2013년 25조975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7% 정도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 역시 2408억 원으로 전년 2510억 원 대비 줄었다. 매출 2위인 대우인터내셔널의 매출은 17조1085억 원으로 전년보다 2000억 원 정도나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은 1588억 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매출 3위는 삼성물산 상사부문이다. 14조9921억 원의 매출을 올린 삼성물산의 영업이익은 857억 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률은 0.6% 수준이다.


1976년 설립된 범현대그룹 수출 기업
종합상사들이 저조한 경영 성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 종합상사들은 1990년대까지 철강 및 석유화학 제품, 정보기술(IT) 등 소속 그룹의 생산 제품 교역을 통해 성장 가도를 달렸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중국·인도 등 신흥 국가 성장으로 수출 외에 제3국 간 거래를 하는 트레이딩 사업이 종합상사들의 먹을거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 및 환율 하락 등의 영향으로 트레이딩 사업이 부진하면서 매출 정체는 물론 영업이익률마저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
[비즈니스 포커스] 업황 부진 속 홀로 웃는 현대종합상사 왜?
물론 종합상사들도 가만히 앉아 있지만은 않았다. 종합상사들은 새 수익원으로 자원 개발에 주력해 왔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은 현대종합상사다(이하 현대상사). 현대상사는 1976년 범현대그룹의 수출 전문 기업으로 설립된 회사다. 이후 현대상사는 1981년 호주 드레이턴 석탄광 개발 사업에 참여해 한국 기업 중 최초로 자원 개발 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다른 종합상사들과 마찬가지로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를 겪으며 최대 주주가 여러 차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최초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에서 1992년 현대중공업으로 바뀌었다가 1994년 현대차 등 범 현대그룹 내에서 최대 주주가 계속 바뀌었지만 2009년부터 다시 현대중공업 계열로 편입된 상태다.

현대상사의 주 수익원은 다른 종합상사와 마찬가지로 무역 및 트레이딩업이다. 지난해 현대상사는 5조820억 원의 매출과 22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 비중을 보면 주로 철강 부문이 36%, 화학 부문이 34%, 차량 23%, 선박 및 플랜트 부문이 5%, 기타 부문이 2%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영업이익 비중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주요 사업을 보면 알겠지만 매출 중 상당 부분이 범현대그룹의 물류를 통해 발생한다. 철강은 현대제철, 화학은 현대오일뱅크, 차량은 현대차, 선박 및 플랜트는 현대중공업 등과 같은 식이다.

사실 최근 몇 년간의 경영 성적표는 현대상사 역시 다른 종합상사들과 비슷하다. 현대상사의 2013년 영업이익률은 0.5%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업계 및 증권가에서는 ‘현대상사를 주목하라’는 목소리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유는 과거에 진출한 예멘의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이 말 그대로 ‘대박’을 쳤기 때문이다.

현대상사는 총 다섯 건의 자원 개발에 참여했다. 이 중 예멘의 LNG 개발 사업은 총 1353억 원이 투자된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이다. 예멘 LNG 사업은 프랑스의 토털(지분율 39.6%)을 대주주로 총 45억 달러가 투입된 예멘 최대의 LNG 개발 사업이다. 2009년부터 본격 생산 중인 연산 730만 톤 규모의 이 사업에 현대상사는 지분 3%를 가지고 있다.

여러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에 따르면 내년부터 이 지분의 배당금이 본격적으로 장부에 반영된다. 황창석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2015년 이후 약 20년간 매년 600억 원 이상의 배당 수익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즉 현재 이 회사의 영업이익이 220억 원이니 그의 세 배에 달하는 현금이 앞으로 20년간 회사의 통장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영업이익 3배 달하는 현금 들어와
이보다 더 이른 올해 4분기부터 수익으로 인식된다는 분석도 있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예멘 LNG 배당금은 올 4분기에 37억~40억 원 정도 발생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손익에 반영돼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70%를 웃돌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 왜 이미 2009년 개발이 시작된 예멘 LNG 사업이 제대로 수익에 반영되지 못했을까. 이유는 자원 개발 사업의 특성 때문이다. 이미 현대상사는 예멘 LNG 사업으로부터 현금을 받고 있었다. 지난해 현대상사는 예멘 LNG로부터 3750만 달러의 현금을 받았다. 하지만 이 돈이 ‘수입’으로 잡히지 않았던 이유는 초기 투자 당시 지분 투자와 함께 대여금의 형식으로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즉 실제로는 돈이 들어오고 있지만 과거에 ‘빌려준 돈’으로 장부에 기록됐기 때문에 회계상의 수익으로 인식되지 않았던 것. 황창석 애널리스트는 “대여금 투자는 매년 고정 원리금을 상환 받는 장기 대여금 투자와 이익 배당 형식으로 상환 받는 자원 개발 투자로 나뉜다”며 “장기 대여금은 2017년까지 매년 500만 달러씩 상환되며 자원 개발 자금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2014년 4분기에서 2015년 1분기 사이에 모두 상환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 포커스] 업황 부진 속 홀로 웃는 현대종합상사 왜?
박종렬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레이딩 부문의 영업 실적은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예멘 LNG 사업에서 650억 원 정도의 현금이 들어오고 2016년 이후 현대상사의 연평균 세전 이익은 15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추세가 향후 적어도 20년간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종합상사 이끄는 정몽혁 회장 누구
[비즈니스 포커스] 업황 부진 속 홀로 웃는 현대종합상사 왜?
현대종합상사는 정몽혁 회장이 이끌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다섯째 동생인 고 정신영 씨의 외아들이다.

현대가의 2세인 정 회장은 특히 곡절이 많은 인물이다. 아버지인 고 정신영 씨는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하다가 1962년 독일 유학 중 세상을 떠났다. 정 회장이 두 살 때였다. 그는 동생 신영 씨를 아꼈던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비롯한 현대 일가의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했다.

정 회장은 경복고와 미국 캘리포니아대를 졸업한 뒤 1993년 30대 초반의 나이에 현대정유 대표가 됐다. 현대정유 대표 시절 한화에너지를 인수하고 ‘오일뱅크’라는 브랜드를 도입하는 등 경영자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외환 위기를 거치며 현대정유 경영권이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IPIC)로 넘어간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건설자재 납품 회사인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를 차려 재기를 모색했지만 빛을 보지는 못했다. 또 정 회장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자동차용 주물을 만드는 현대차 계열 메티아(옛 아주금속)를 경영해 왔다. 본격적인 재기를 노려 온 정 회장은 2009년 매물로 나온 현대종합상사 인수에 적극 참여했다. 정 회장은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이 현대상사를 인수할 때 KCC 등과 함께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현대상사는 업황 부진 속에서도 탄탄한 경영을 해 왔다. 특히 정 회장의 취임 후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된 예멘 LNG 사업이 이제 빛을 보면서 정 회장의 입지는 더욱 단단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