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택시 기업과 손잡고 성장 추구…대주주된 펀드들 IPO 압박

[IT 돋보기] ‘스마트’ 포기하고 ‘실리’ 택한 우버
우버 논란이 뜨겁다. 한때 공유 경제의 상징으로 군림했던 우버가 한국에선 불법 택시 영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로부터 고발까지 당했다. 한때 우버에 호감을 표시했던 서울시가 갑작스레 돌변한 데 대해 우버 측은 의아해하고 있다.

우버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버의 최근 투자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버는 지난 6월 5일 무려 1조2000억 원을 투자받는 데 성공했다. 기업 가치는 18조2000억 원으로 평가받았다. 네이버 시가총액(28조 원)보다 10조 원 정도 적지만 SK텔레콤과는 비등한 규모다. 규모만 보면 이미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우버의 기업 가치 평가액은 1조 원 수준이었다. 그래서 거품론도 제기됐다.

6월 투자 라운드에 참여한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대다수가 뮤추얼 펀드들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6월 6일자 보도에 따르면 피델리티가 4억2500만 달러, 웰링턴 매니지먼트가 2억900만 달러, 블랙록이 1억7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들 뮤추얼 펀드는 배당 수익 또는 차익 실현을 목표로 한다. 이들 사모 펀드들은 우버의 빠른 기업공개(IPO)를 기대하고 있다.

뮤추얼 펀드의 가세는 우버엔 약이자 독이다. 이들은 성장세가 멈추면 가차 없이 이사회 등을 통해 압력을 가한다. ‘끊김 없는’ 성장은 이제 우버의 숙명이 됐다. 이사회와 주주의 눈치를 보며 성장 전략을 조율해야 하는 기업의 꼴로 성장했다. 게다가 경쟁 여건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경쟁사인 리프트(Lyft)가 빠른 성장세로 쫓아오고 있다. 후발 주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공유 경제 취지와 결별
‘성장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 우버는 한국 시장도 성장의 관점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주주들의 이해를 만족시키고 성공적인 IPO를 달성하기 위해선 운전사의 수, 승객 수, 수수료 수익 등을 한국 시장에서 극대화해야 한다.

우버는 이를 위해 렌터카 업체와 제휴, 대리운전사 네트워크도 확보했다. 최근에는 인력 송출 회사를 통해 일당 6만 원의 우버 운전사를 모집하고 있다. 애초에 차량 소유를 전제로 우버 운전사를 채용해 왔던 방식과 다른 행보다. 이에 따라 우버는 ‘차량을 공유해 자동차 구매를 낮추고 자원 낭비를 줄이자’는 공유 경제의 취지와 작별을 고했다. “개인 대 개인이 거래 주체로 참여해 자신의 유휴 자원을 나눠 쓰는 경제활동”이라는 공유 경제의 정의와도 멀어졌다.

한국 진출 초기 우버와 손잡은 기업은 MK코리아 등 렌터카나 리무진 서비스 업체다. 특히 MK코리아는 우버 국내 영업의 핵심 축을 담당해 왔다. MK코리아는 일본 MK택시가 100% 출자한 국내 자회사다. 국내에선 주로 리무진 서비스, VIP 의전 서비스로 운송 영업을 하고 있다. 우버와는 차량 및 운전사 공급 계약을 하고 우버 서비스를 대행해 왔다. 서울시가 지난해 9월 6일 MK코리아를 고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MK택시는 일본에서 신화로 일컬어질 만큼 혁신적인 택시 기업으로 손꼽힌다. 일본인들조차 MK택시의 친절도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우버가 한국 진출을 위해 MK코리아와 손잡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서비스 품질을 믿을 수 있는 데다 운전사의 충성도가 높고 고급 차량을 확보하고 있어 파트너십 대상으로는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우버는 공유 경제의 근간이랄 수 있는 개인 대 개인의 스마트한 교류와의 연결을 포기하고 회사 대 회사 간 계약으로 신규 택시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이다.

우버는 이제 한국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공유 경제라는 개념도 우버로 인해 이미지에 금이 갈 판이다. 어쩌면 우버 때문에 공유 경제를 다시 정의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성규 블로터닷넷 팀장 dangun76@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