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길어 보이지 않게 미로형으로…체감 시간 줄이는 데 파란색 계통 효과적

<YONHAP PHOTO-1004> 초복 앞둔 삼계탕집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초복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서울 종로 체부동 한 삼계탕전문점 앞에서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014.7.17

    photo@yna.co.kr/2014-07-17 14:04:43/Media Only
<저작권자 ⓒ 1980-201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초복 앞둔 삼계탕집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초복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서울 종로 체부동 한 삼계탕전문점 앞에서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014.7.17 photo@yna.co.kr/2014-07-17 14:04:43/Media Only <저작권자 ⓒ 1980-201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요즘처럼 체감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자사 상품을 기다리는 대기 고객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하지만 대기하는 고객으로선 여전히 짜증 나는 얘기다. 물론 고객의 대기시간을 줄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대기 과정이 불가피하다면 고객의 기분을 달래 체감 대기시간을 줄이고 대기 과정이 공정하다는 이미지를 주는 게 중요하다. 이 대기 과정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고객은 대기를 당장 포기하고 매장에 다시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어떤 상품을 사거나 어떤 서비스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마트에서 결제하기 위해 계산대 앞에 줄을 서기, 버스 정류장에서 도대체 오지 않는 버스 기다리기, 아침 출근 시간에 엘리베이터가 한 대밖에 없는 회사 건물 1층에서 엘리베이터 기다리기, 명절 때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자동차를 타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을 생각하면 잘 알 수 있다.


주문 미리 받고 소일거리를 줘라
필자가 살고 있는 집 부근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줄을 서 대기할 때 황당한 일을 당한 적이 있다.

우선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데 자신이 어떤 줄에 서야 하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주문하기 위한 줄과 음식을 받기 위해 서 있는 줄이 엉켜 있기 때문이다.

둘째, 줄이 길면 계산 창구가 갑자기 하나 더 열릴 때가 있는데 그러면 내 줄 뒤에 있던 사람이 새로 개설된 계산 창구로 가 먼저 서비스를 받는다. ‘먼저 오면 먼저 서비스를 받는다(first come, first served)’는 상식적인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셋째, 운이 나쁘게도 자기 앞의 사람이 매우 많이 주문하는 바람에 대기시간이 더 길어져 더욱 짜증이 난다.

이 매장은 이런 혼잡한 상황을 의식했는지 이제야 매장의 카운터 앞에 음식을 주문하고 대기하는 방법에 대해 화살표로 안내하고 있다. 진작 했었어야 했다.

반면 서울 광화문의 파스타 레스토랑인 뽐모도로에서는 점심시간에 줄을 길게 서야 하지만 대기시간이 그리 지겹지 않게 느껴진다. 점심시간에는 당연히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겨울처럼 추울 때에는 3대의 전기난로가 움직이면서 대기 고객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그리고 대기 중에 직원이 수시로 나와 주문할 메뉴를 받아 가기 때문에 프로세스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고객이 느끼므로 일단 안심이 된다. 이미 주문했기 때문에 줄 서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도 없다. 또 무엇보다 음식이 맛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 기다릴 가치가 있다.

서비스 마케팅 이론을 보면 7P 마케팅 믹스 전술이 나온다. 유형 제품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Product)·가격(Price)·유통(Place)·촉진(Promotion)·사람(People)·물리적 증거(Physical Evidence)·프로세스(Process)를 추가한 것이다. 이 중 프로세스 관리는 구매 전, 구매 중, 구매 후로 나뉘는데 대기 관리는 구매 전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줄을 어떻게 서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고민하는 큐잉 이론(Queueing Theory)이 발달했다. 고객의 기다림을 관리하기 위해 대기자 수와 대기시간의 관계를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이론이다. 대기자의 수와 시간 등을 분석해 기계를 몇 대 도입할 것인지,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몇 개 설치할 것인지, 매장의 직원을 몇 명 고용할 것인지, 줄을 어떤 형태로 만들 것인지에 대해 최적의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어떤 마트 매장에서는 CCTV를 통해 계산대에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니터하고 계산대에 한 줄에 다섯 명 이상 서 있으면 새로운 계산대를 열어 직원이 손님을 받는다. 가동하는 계산대의 수를 신축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줄로 설 수 있는 공간이 되기만 하면 한 줄로 서도록 하는 것이 공평하다. 왜냐하면 먼저 온 순서대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줄이 너무 길면 소비자들이 놀라 아예 줄 서는 것을 포기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줄 서는 것이 일상화돼 있는 테마파크나 대규모 공연장 같은 곳에서는 줄을 오밀조밀하게 미로형으로 만들어 줄이 길어 보이지 않게 하고 발을 자주 옮겨 앞으로 전진하는 느낌이 들도록 한다. 실제 대기시간은 똑같지만 심리적 대기시간을 줄여주는 데 효과적이다.

소파처럼 편하게 쉴 수 있는 대기 공간이 있다면 사람들이 서서 기다리게 하지 않고 오는 순서대로 번호표를 나눠 줘 대기 중 행동반경을 넓혀 주면 좋다. 물론 상품이 나오면 전광판에 해당 번호표 번호가 뜨는데 이것만 확인하면 된다. 최근 커피숍에서는 주문하면 진동 장치를 받는데 원하는 커피가 나오면 불빛을 내며 진동한다. 어떤 커피숍에서는 이런 장치를 멀티미디어 기계로 만들어 흥미로운 콘텐츠가 나와 지루함을 달래준다. 하지만 스타벅스 같은 곳은 번호표를 주지 않고 그냥 기다리게 하는데 이는 직원과 고객 간의 밀착감을 중시하는 또 다른 정책 때문이다.


심리적 대기시간 줄이는 8가지 원칙
대기 관리에서는 대기 고객이 똑같은 시간을 기다려도 심리적으로 느끼는 대기시간을 줄여 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 데이비드 마이스터(David Maister)는 8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대기 중에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대기시간이 더 길게 느껴진다.

둘째, 주문하지 않고 대기하면 더 길게 느껴진다.

셋째, 근심에 휩싸이면 더 길게 느껴진다.

넷째, 언제 서비스를 받을지 모른 채 기다리면 더 길게 느껴진다.

다섯째, 서비스가 지체되는 원인을 모르면 더 길게 느껴진다.

여섯째, 불공정하면 더 길게 느껴진다.

일곱째, 자신이 받을 서비스의 가치가 적으면 더 길게 느껴진다.

여덟째, 혼자 기다리면 더 길게 느껴진다.


이 여덟 가지 원칙은 그리 어렵지 않다. 매우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원칙에 입각해 반대로 조치를 취하면 심리적 대기 간을 줄일 수 있다.

첫째 경우에는 대기 중 무언가 할 수 있도록 소일거리를 제공하면 된다. 시드니에 있는 이케아 매장은 할 수 없이 부인과 함께 매장에 온 남편들을 위해 매장 입구 쪽에 맨랜드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인기가 좋다. 이 대기 공간에는 잡지·TV·인터넷·실내축구 시설도 있고 정기적으로 간식도 제공해 주고 있다. 한국에 오픈할 이케아 매장에도 이런 남성 공간이 생길지 궁금하다.

둘째 경우에는 앞서 뽀모도로 레스토랑처럼 줄 서 있을 때 직원이 나와 미리 주문을 받으면 된다. 셋째 경우에는 너무나 당연하다.

넷째 경우에는 자신이 타려고 하는 버스가 몇 분 후에 오는지 보여주는 버스 정류장 전광판을 설치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을 때 얼마나 기다리면 되는지 대충 예상 대기시간을 알려주면 고객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게 된다. 고객에서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은 채 무작정 기다리게 하는 상황을 초인종 효과라고 하는데 이런 조치를 하면 별 불만이 생기지 않는다.

다섯째 경우에는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릴 때 기후변동이나 비행기 고장으로 비행기가 도착하지 않기도 하는데 이러한 상황에 대한 적절한 이유를 대기 고객에게 전달해 줘야 고객 불평이 줄어든다.

여섯째 경우에는 매우 중요한 공정성 문제다. 오는 순서대로 번호표를 주면 문제가 많이 해결되는데 이때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필자가 예전에 어떤 보험회사 매장에 가서 번호표를 뽑았는데 내 앞에 이미 10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때때로 번호표를 뽑고 나서 서비스를 받지 않은 채 매장을 떠나는 고객이 있다. 그럴 때 매장 서비스 매니저가 그 사실을 알고 내게 그 번호표를 주면서 먼저 서비스를 받도록 한 것이다. 이런 배려는 필자에게는 매우 좋지만 매장 내 다른 대기 고객에게는 매우 부당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매장 서비스 매니저의 지나친 서비스가 공정성을 해쳐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YONHAP PHOTO-0515> 휴일맞아 놀이공원에 몰린 인파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석가탄신일 연휴가 시작된 17일 오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매표소에 많은 시민이 줄지어 서있다. 

    << 항공촬영협조 경기지방경찰청 항공대 기장 김동섭 경위, 부기장 장현 경위 >>    2013.5.17

    saba@yna.co.kr/2013-05-17 1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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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맞아 놀이공원에 몰린 인파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석가탄신일 연휴가 시작된 17일 오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매표소에 많은 시민이 줄지어 서있다. << 항공촬영협조 경기지방경찰청 항공대 기장 김동섭 경위, 부기장 장현 경위 >> 2013.5.17 saba@yna.co.kr/2013-05-17 13:04:10/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테마파크 줄 서면 캐릭터가 와서 말 거는 이유
일곱째 경우는 인내심 문제다. 특히 회사가 인기 있는 신제품 모델을 첫 출시할 때 열광 고객들은 매장 앞에 텐트를 치고 며칠 대기할 때도 있다. 기업은 이런 상황을 홍보에 종종 사용하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잡기도 하고 매체에 많이 소개되기 때문이다.

여덟째 경우에는 말동무를 만들어 주면 된다. 우리가 테마파크에서 긴 줄을 서 있을 때 우리에게 친숙한 캐릭터들이 와서 말을 건네기도 하는데 바로 이런 때다.

이 밖에 아주 짧은 시간에 간단히 일을 처리할 수 있을 때에는 그런 사람들만을 위해 급행 줄을 별도로 만드는 것도 좋다. 외국 마트에서는 그런 급행 줄이 자주 눈에 띄는데 한국에는 공정성 우려 때문인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또한 매장에서 바삐 일하지 않는 사람은 고객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칸막이라도 해서 시야를 가려야 한다. 고객이 힘들게 서서 기다리는데 느긋한 직원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르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기업들은 시각·후각·미각·청각·촉각 같은 오감을 최대한 활용해 대기 고객을 관리하기도 한다. 우선 시각적 측면을 보면, 자신의 주위 공간 인테리어가 파랑 계통의 차가운 색이면 따뜻한 색에 비해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따라서 대기실의 인테리어를 차가운 색으로 해 고객의 체감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후각적 측면을 보면, 대기 고객을 편안하게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병원에 가면 소독약 냄새가 나서 괜히 불안감이 증폭되는데 어떤 병원들은 라벤더·레몬·허브·커피 같은 향기를 분사해 병원의 고유 냄새를 제거, 환자에게 안정감을 주고 있다.

미각적 측면을 보면, 어떤 레스토랑은 웨이팅 푸드(waiting food) 전략을 쓰기도 한다. 음료·쿠키·애피타이저 같은 약간의 요깃거리를 대기 고객에게 서빙해 심리적 대기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웨이팅 푸드를 너무 많이 제공하면 메인 식사의 만족도를 줄일 수 있으니 음식의 양과 질을 조심히 조절해야 한다.

대기 고객 관리에서 심리적 대기시간을 줄이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대기시간을 줄여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버스 정류장의 전광판은 위성항법장치(GPS) 정보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버스가 몇 분 후에 도착하는지 알려 줘 심리적 대기시간을 줄여 준다. 하지만 요즘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특정 노선버스가 몇 시 몇 분에 오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집에서 미리 계획을 세워 느긋하게 나올 수 있다. 그 시간만큼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갈수록 모든 사업은 서비스화되고 있는 만큼 고객의 대기시간을 진정으로 줄이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물론 대기시간을 줄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때로는 일부러 줄을 서게 만들어 지나가는 행인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매우 중요할 때가 있다. 효과적인 대기 줄을 만드는 방법에는 또 다른 창의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