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6개월 새 황제주 등극…중국 직매장·온라인 강화 전략 주효

[비즈니스 포커스] ‘주가 200만 원’ 신화 이끈 서경배의 힘
‘7개월 만에 무려 3조 원의 재산 증식 효과.’ 최근 증권가 최고의 화제는 단연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그의 보유 주식 가치는 2조7000억 원대에서 현재 6조 원대로 불어났다. 서 회장이 단 몇 개월 사이에 국내 재계 주식 부자 순위를 뒤집을 수 있었던 데는 최근 들어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주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당연하다.
[비즈니스 포커스] ‘주가 200만 원’ 신화 이끈 서경배의 힘
8월 13일 사상 처음으로 200만 원대를 돌파하며 ‘황제주’에 등극한 아모레퍼시픽의 8월 21일 현재 주가는 216만4000원이다. 지난해 4월 무렵 80만 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1년여 만에 2배가 넘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그 배경으로 면세점 매출 증가와 중국 영업이익률 개선 등을 꼽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아모레퍼시픽의 ‘파죽지세’를 설명하기에 부족한 게 사실이다. 최근 2~3년 사이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은 아모레퍼시픽뿐만 아니라 모든 화장품 업계에 강력한 호재로 작용했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을 비롯한 수많은 화장품 업체들이 중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주가 흐름을 비교해 본 결과 LG생활건강은 당시 60만 원대에서 현재 40만 원대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고 에이블씨엔씨 역시 당시 8만 원대에서 현재 3만 원대 안팎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와는 정반대의 흐름인 셈이다. 이처럼 수많은 화장품 업체들 중에서도 유독 아모레퍼시픽만이 고공 행진을 보이는 데는 ‘서경배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LG생건·에이블은 주가 하락
“2014년은 ‘2020년 원대한 기업(Great Global Brand Company)’ 달성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서 회장은 이렇게 선언했다. 그리고 그의 선언은 불과 8개월여 만에 현실이 됐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9667억 원, 151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1.0%, 68.8% 증가했다. 지난 1분기 역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6.3% 성장한 1조1397억 원, 영업이익은 23.1% 증가한 2139억 원을 달성했다. 올 들어 1분기와 2분기 모두 시장의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 ‘깜짝 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물론 아모레퍼시픽이 이처럼 높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데는 ‘중국’이라는 새로운 시장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특히 중국 시장 내에서의 영업이익률 개선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3년간 중국 법인의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28.8%로, 세계 업체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면세점 매출 증가 또한 호재로 작용했다. 국내에 들어온 중국 관광객들의 소비가 급증하면서 아모레퍼시픽의 매출 비중 역시 눈에 띄게 급증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중국인 입국자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을 때 아모레퍼시픽의 면세점 매출 또한 7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국 진출에 적극적인 수많은 화장품 업체들 중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이 유독 두각을 나타내는 데는 서 회장의 ‘남다른 경영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중국 시장은 개별 성(省)마다 몇몇 성 대리상들이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어 단독으로 매장 확대를 전개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성 대리상에 의존하는 도매 판매 형식으로 진출한 곳이 대부분이다. LG생활건강과 에이블씨엔씨 역시 이 같은 성 대리상들을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이와 비교해 아모레퍼시픽은 2002년 중국 시장 진출 이후 줄곧 직영 매장을 고수해 왔다.

이에 따라 결정적인 차이를 나타내는 점은 다름 아닌 ‘가격 통제권’이다. 성 대리상을 통해 중국에 진출할 때 단기간 내 수익을 볼 수 있고 중국 내 유통망을 확보하는 데도 보다 빠를 수 있다. 하지만 단기적인 이익에 급급한 성 대리상들의 경우 지역별로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어느 지역에서는 2만 원 하던 가격이 다른 지역에서는 5만 원에 팔리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자연히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리게 되는 것이다.


‘채널’에서‘브랜드’로 중심 이동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직진출은 유통망 확보 및 브랜드 인지도 개선에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판관비 등 초기 투자 비용 또한 막대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성공적으로 브랜드가 안착한 후에는 가격 통제권을 잃지 않기 때문에 브랜드 관리에 용이하고 중·장기적으로도 실적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 매출의 상당 부분을 다시 마케팅에 쏟아붓는 등 과감한 투자를 전개해 왔다”며 “당장의 수익성보다 중·장기적인 브랜드 관리에 투자해 온 서 회장의 리더십이 빛을 발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서 회장은 올해 초 아모레퍼시픽이 ‘원대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다섯 가지 경영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고객 중심 ▷질 경영 정착 ▷글로벌 브랜드 ▷디지털 강화 ▷생태계와의 소통과 상생이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서 회장이 줄곧 강조해 온 핵심은 다름 아닌 ‘글로벌 브랜드’와 ‘질(質) 경영’이다.

이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2012년부터 서 회장의 주도 하에 시작된 ‘유통망 정비 작업’과 ‘브랜드 구조조정’이다. 박종대 연구원은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방판 시장에 대한 대응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2008년 아모레퍼시픽의 방문판매 비중은 57%에 달할 만큼 절대적이었다. 그만큼 거대한 방판 조직은 아모레퍼시픽의 온라인 채널 확대 전략과 마찰이 불가피했다. 그는 “LG생활건강은 방판에 대해 오히려 공격적인 전개로 전환하며 방판을 중심에 두고 온라인을 부수적인 매체로 다뤘다”며 “이와 비교해 아모레퍼시픽은 메인 브랜드에 대한 온라인 비중을 확대하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통 채널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2013년을 기준으로 아모레퍼시픽의 방판 비중은 21%대로 줄었다. 이와 함께 온라인 판매 비중은 1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에도 아모레퍼시픽은 방판 특약점주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를 이유로 과징금 5억 원을 부과 받은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지난해 갈등이 부각되며 논란을 겪은 게 사실이지만 방판을 무조건 축소한다기보다 유통 채널을 다각화하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었다”며 “백화점과 방판에 치중돼 있던 매출 비중을 온라인·면세점 등으로 고르게 가져가면서 지금과 같은 탄탄한 실적을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같은 온라인 강화 전략은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브랜드’ 전략과도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적지 않다. 박종대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온라인은 소비자들의 정보 접근성이 크게 향상된 것이 특징”이라며 “오프라인 상권 중심의 ‘채널’ 시대에서 온라인을 통해 ‘브랜드’를 구매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올해 초 아모레퍼시픽은 ‘라네즈·설화수·마몽드·에뛰드·이니스프리’를 5대 글로벌 챔피언 뷰티 브랜드로 선정하고 중국과 아시아 시장에서 브랜드를 키우는 데 집중해 왔다. 특히 한방 화장품을 비롯해 연간 800억 원이 넘는 연구·개발(R&D) 투자 등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철저히 품질 위주의 프리미엄 브랜드 정책을 펼친 것이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을 선점하는 데도 주효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2012년부터 이 같은 유통 채널 다각화와 함께 꾸준히 브랜드 구조조정을 진행한 결과 이 둘의 시너지를 제대로 얻을 수 있었다”며 “지금 아모레퍼시픽의 전성기는 우연한 행운이라기보다 지난 10여년간 서 회장을 중심으로 지속된 아모레퍼시픽의 투자가 이제야 결실을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