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는 임원 연봉 책정…자존감·성과 연동도 고려해야

[신현만의 CEO 코칭] 임원을 생계비 고민에서 자유롭게 하라
회사가 신규 사업을 위해 임원급 두 명을 영입하려고 합니다. 한 명은 대기업 재직자이고 한 명은 중소기업 출신입니다. 둘은 나이도 비슷하고 학력이나 업무 능력에서도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또 입사해 맡을 일이나 회사 내 위상도 거의 비슷합니다. 두 임원의 연봉을 책정해야 하는데 받았던 연봉이 너무 달라 고민입니다. 전 직장 연봉을 기준으로 하자니 연봉 격차가 너무 많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비슷하게 책정하면 중소기업 출신 임원의 연봉이 너무 뛰게 됩니다. 대기업 출신 임원의 연봉을 낮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그분이 회사를 옮기려고 하지 않을 테니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임원 연봉은 어떻게 책정해야 하나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경력 차이에 따른 두 사람의 연봉 격차를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고 어느 한쪽을 다른 쪽에 맞추는 것은 많은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당장 어려움을 넘길 수 있겠지만 나중에 더 심각한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학력이나 업무 능력, 귀하의 회사에서 맡을 업무와 조직적 위상 등을 감안할 때 다소 불합리해 보이더라도 현실을 인정하는 게 좋습니다.

중소기업 출신의 연봉을 대기업 출신에 맞게 끌어올리는 것을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부작용이 있습니다. 귀하가 언뜻 보기에 두 사람의 역량이 비슷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업무를 맡으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올바른 연봉은 대개 어떤 사람의 조직 기여도에 비례합니다. 확인하지 못하겠지만 중소기업 출신은 그가 받은 작은 연봉만큼 기여했을 것이고 대기업 출신은 많은 연봉에 상응하는 기여를 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만약 어떤 회사가 특정인에게 그가 기여한 것과 다른 연봉을 줘 왔다면 그 사람이나 그 회사의 지속성에 문제가 생겼을 겁니다. 두 사람이 속해 있던 회사가 오랫동안 유지되고 발전해 왔다면 두 사람이 그런 연봉을 받은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따라서 일단 그들이 속했던 회사의 판단을 믿는 게 맞습니다. 전 직장의 연봉을 기본으로 연봉의 기본선을 결정하길 권합니다. 그런 다음 귀하 회사의 임원 연봉 테이블과 영입 과정에서 감안해야 할 요소 등을 반영해 연봉을 책정하세요. 두 사람의 연봉 격차는 성과를 지켜본 뒤 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늦어도 한두 해 안에 두 사람의 연봉을 어떻게 조정해야 옳은지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대·중소기업 출신 임원의 연봉 격차 옳은가
그래도 중소기업 출신 임원의 연봉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판단된다면 연말에 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해 보세요. 기본급으로 조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성과에 따라 부족분을 보상하면 안타까움을 달랠 수 있습니다.

임원의 연봉은 직원과 달리 책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직원은 내부의 연봉 체계가 있고 비교 대상도 많아 상대적으로 연봉을 쉽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임원은 수가 많지 않아 회사 규모가 웬만큼 크지 않으면 제대로 된 연봉 체계를 갖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임원은 정해진 임기가 있고 달성해야 할 성과 책임이 있기 때문에 어떤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연봉이 들쭉날쭉하게 됩니다.

특히 외부에서 영입되는 최고경영자(CEO)·최고재무책임자(CFO) 같은 고위 경영진은 내부 연봉 체계를 적용하기가 어려워 연봉을 정하는 과정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이들의 연봉은 회사와 당사자 간 상호 협의를 통해 이뤄질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이들의 연봉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헤드헌팅 회사에 가끔 특정인에 대한 연봉을 평가해 달라는 기업들의 요청이 들어옵니다. 영입하려는 사람의 연봉을 판단하기 어려워 이 사람의 시장 가치를 조사해 달라는 것이죠.

헤드헌팅 회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그 사람이 회사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평가해 적정 연봉을 제시합니다. 즉 그 사람이 입사해 회사의 가치를 얼마나 키울 수 있을지 따져봅니다. 헤드헌팅 회사는 그의 학력·경력·업무능력과 과거 성과, 입사했을 때 예상 성과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적정 연봉을 산정합니다.

임원 연봉을 책정하는 게 어렵지만 몇 가지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 임원을 생계비 고민에서 자유롭게 만들어야 합니다. 즉 자신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최소 수준의 보상이 보장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최소 수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임원의 불안정은 곧 조직의 불안정
연봉이 적어 임원이 생계 문제를 염려하면 업무에 집중할 수 없습니다. 일반 직원들도 마찬가지지만 생계 문제를 걱정하는 임원들은 관심이 분산되기 마련입니다.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이곳저곳에 관심을 두게 됩니다. 더 좋은 조건이 제시되는 쪽으로 옮길 가능성이 큽니다. 임원의 불안정은 곧 조직의 불안정이 됩니다. 또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기도 어려워집니다. 의사 결정이 생계 문제 때문에 왜곡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아무리 가치가 있고 미래를 보고 하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조직의 성과를 좌우하는 임원에게 생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연봉은 보장돼야 합니다. 가끔씩 성과급까지 포함해 연봉 수준을 보장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성과급은 성과급일 뿐입니다. 기본급으로 생계가 보장돼야 하며 성과급은 성과에 따른 보너스로 제공되는 게 맞습니다.

둘째, 임원 연봉은 자존감을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책정돼야 합니다. 연봉 수준은 임원들의 자존감과 직결돼 있습니다. 아무리 가치 있는 일을 하더라도 그것이 시장에서 평가받지 못하면 업무 의욕을 갖기 어렵습니다. 시장이 어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현실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봉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연봉으로 자신의 역할과 사회적 위상을 가늠하려고 합니다.

만약 자신의 연봉이 비슷한 수준의 학력과 경력, 업무 능력을 갖고 있는 다른 사람에 비해 적다고 느끼면 그는 자신의 직무와 직장에 대해 자존감을 갖기가 어려울 겁니다. 고객을 비롯한 대외 관계에서 당당하지 못하고 위축되기 쉽습니다. 이것은 업무 추진력과 성과에 그대로 영향을 미칩니다. 자신이 하는 일, 자신이 다니는 직장에 대한 자부심을 갖지 못하는 임원이 자신 있게 부하 직원을 지휘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연봉은 임원들의 성취동기를 자극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연봉은 성과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특히 임원들은 그렇습니다. 임원들은 성과 지향적으로 일합니다. 당연히 보상도 성과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연봉을 성과와 연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성과와 무관하게 연봉을 지급합니다. 물론 이들도 성과를 중시한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봉과 성과가 따로 노는 것은 임원들의 성과 책임이 무엇인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성과가 무엇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성과를 평가하기도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연봉과 성과를 연계하려면 임원들의 성과 책임을 분명하게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임기 중 달성해야 할 성과와 연도별·분기별 성과가 명확하면 평가도 쉽습니다. 당연히 보상도 쉬워지고 임원들도 보상에 따른 성취감을 만끽하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