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과의 결별 필요…변화 이끌 최적 인재 찾아야

다음 달이면 회사 경영을 총괄하는 사장이 된 지 만 1년이 됩니다. 전임 사장의 유고로 갑작스럽게 사장을 맡아 그동안 업무를 파악하고 조직을 안정시키느라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이제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는데, 1년간 경영해 보니 현재 방식으로는 미래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전에도 그런 생각을 안 했던 것은 아닌데, 이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이 명확해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혁신하겠다고 마음을 굳혔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임원들에게 아이디어를 구했지만 별다른 것을 얻지 못했습니다. 섣부르게 바꾸려다가 어렵사리 안정시켜 놓은 조직과 사업만 흔들어 놓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됩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신현만의 CEO 코칭] 측근을 버려야 혁신에 성공한다
기업을 혁신한다는 것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뜻합니다. 이것은 임직원들을 불편하게 만들어 반발을 사게 됩니다. 특히 낯선 것에 적응할 때까지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게 됩니다. 이 때문에 경험 많은 경영자들조차 당황할 때가 있습니다. 또 잘못하면 귀하가 걱정하는 대로 조직과 사업만 흔들어 놓을 수도 있습니다. 간혹 조직 전체가 위험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혁신하려면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익숙한 것과 결별하는 첫 대상은 사람, 특히 ‘귀하의 사람’입니다. 혁신하려면 먼저 귀하의 최측근부터 바꿔야 합니다. 그동안 귀하는 주로 코드가 맞는 사람들과 일해 왔을 겁니다. 귀하의 생각을 익히 알고 있고 귀하의 말을 잘 따르고 귀하가 듣기 좋아하는 얘길 잘하는 임직원들이 귀하를 둘러싸고 있을 겁니다. 따라서 혁신하려면 먼저 이들부터 바꿔야 합니다. 이른바 ‘가신’이라고 불리는 임직원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혁신의 성과를 만들어 내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최고경영자(CEO)의 가신 그룹들은 조직에서 영향력이 가장 크고 권한도 셉니다. 이들은 CEO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유상종이라는 한자어처럼 사람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리니까요.


자존심 버리고 인재를 구하라
귀하의 측근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애초부터 비슷한 사람들이 모였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같이 일하면서 생각을 나눠 왔기 때문에 시각이 대체로 비슷할 겁니다. 이들은 여러 명이 있어도 한 사람이 있는 것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에 따라 추진력은 강할지 모르지만 사안을 보는 시각은 비슷할 겁니다. 그동안 회사 경영은 주로 이들의 시각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려면 먼저 귀하의 측근부터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귀하와 가까운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면서 동시에 할 일은 새로운 인물들을 불러들이는 겁니다. 이 인물들이 누구냐에 따라 귀하가 추진하는 혁신의 성공이 달라질 겁니다. 그런데 혁신을 주도할 인물을 불러들이는 것은 가신을 멀리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결정입니다. 따라서 혁신에 착수하기 전에 최소한 누구를 중심에 두고 혁신을 추진할 것인지 정해야 합니다.

다행히 그 사람이 귀하 회사 안에 있다면 혁신은 쉽고 빨리 진행될 수 있습니다. 내부 임직원은 귀하의 생각뿐만 아니라 조직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루려면 조직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내부 직원은 외부 인사에 비해 이런 공감대 형성에 유리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회사 안에 이런 사람이 없다면 혁신에 걸리는 기간이 더 길어진다고 예상해야 합니다. 외부 인사가 들어와 혁신을 추진하면 속도가 느려지고 강도도 약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이런 문제까지 감안한 적임자를 찾아내야 합니다.

최고가 아니라 최적의 인재를 찾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입니다. 뛰어난 인재일수록 대부분이 이미 어떤 일에 매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귀하가 그런 사람을 찾기도 어렵겠지만, 찾았다고 해서 쉽게 곁에 둘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아마도 몇 번씩 만나 비전을 제시하고 가능성을 보여줘야 할 겁니다. 그로 하여금 귀하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은 귀하의 자존심을 상당히 상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데리고 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세상에 사람이 많으니 다른 사람을 찾아보자’는 쪽으로 생각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 찾은 사람의 적합도가 그 사람에 비해 떨어진다면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다시 그를 찾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끝까지 최적의 인재를 구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맡느냐에 따라 결과가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귀하의 주변에 유능한 인재가 모이고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혁신은 새로운 모습을 띠기 시작할 겁니다. 새로운 구성원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아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이때부터 귀하가 해야 할 일은 이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업무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겁니다. 이들의 새로운 시각은 조직 구성원들의 기존 시각과 충돌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혁신이 실행에 옮겨져 임직원들에게 익숙한 것과의 이별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회사 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게 됩니다. 일부 임직원들은 태업을 할 수도 있고 귀하를 찾아와 직접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습니다. 아예 회사를 떠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혁신은 소수만 고지에 오르는 게 아니다
이럴 때 귀하가 혁신에 대해 자그마한 의구심이라도 표시하면 혁신의 배는 순식간에 격랑에 휩싸이게 됩니다. 특히 귀하의 신임을 받다가 한순간에 밀려난 과거의 가신 그룹들이 불만 세력의 중심에 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귀하가 혁신에서 성공하려면 이 같은 내부 반발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합니다. 혁신에 대한 반발은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반발의 강도와 기간이 많이 달라집니다.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소통입니다. 왜 바꾸고, 무엇을 어떻게 바꾸려고 하는지 임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리고 그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자주 그리고 깊고 폭넓게 거치면 거칠수록 직원들의 반발은 줄어들고 동참자는 늘어날 겁니다.

혁신은 조직 전체가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지 일부만 고지에 오르는 게 아닙니다. 일부만 목적지에 도달하면 혁신의 기본 목적인 성과 개선을 이뤄 낼 수 없습니다. 모든 부대원이 적을 몰아내고 고지를 점령해야 그 고지를 온전히 아군의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고지를 빼앗았더라도 적이 다시 공격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유능한 장수는 고지를 점령하면 곧바로 진지를 튼튼하게 재구축하는 작업에 들어갑니다. 병사들을 독려해 가며 무너지고 부서진 것을 다시 세우고 고칩니다. 방심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혁신의 마지막 과정도 이와 같습니다.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수정하고 보완해야 합니다. 임직원들이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동안 임직원들은 끊임없이 과거 회귀의 유혹과 마주치게 됩니다. CEO인 귀하는 임직원들이 이 어려움을 이겨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임직원들에게 혁신의 필요성과 성공에 대한 확신을 심어 줘야 합니다. 자신들이 선택한 것이 옳고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만드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