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래 금맥, 첨단 농업의 최전선을 가다 ⑤]
국내 ‘스마트 팜’ 어디까지 왔나
[특별기획] CO₂자동 분사에 가습까지 ‘알아서 척척’
(사진) 스마트 팜이 갖춰진 돔 하우스에서 근로자가 종균을 배양하고 있다. /김태헌 기자

[한경비즈니스=김태헌 기자, 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햇볕의 방향에 따라 자동으로 하우스 문이 개방되고 지정해 둔 온도와 습도를 벗어나면 분무와 에어컨을 통해 이를 유지한다. 사람이 없어도 사육 농장의 돼지와 장어에게는 적정량의 사료가 자동으로 공급되기도 한다.

또 이런 일들이 이뤄지는 장면과 데이터를 농장이 아닌 외부에서도 스마트폰 하나로 모두 확인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바로 ‘스마트 팜’을 통해서다.

지난 11월 23일. 경남 진주와 창원에 있는 영농조합법인 GN바이오와 GNA를 찾았다. 이들 두 곳은 스마트 팜을 통해 이슬송이버섯(표고버섯류)의 배지(버섯 생산을 위한 판)와 버섯을 생산하는 국내 최초의 농장이다.

◆국내 최초, 이슬송이버섯 스마트 팜

굳게 닫힌 GNA의 이슬송이버섯 생육동 문을 열자 수천여 개의 배지에 버섯이 올라오고 있다. 영농조합 관계자가 배지에 대해 설명을 이어 가는 사이 밀폐형 돔 하우스 천장에 있는 환풍기가 ‘위잉’ 소리를 내며 작동했다.

잠시 뒤 가습기도 뿜어져 나왔다. 기존에 맞춰 놓은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CO₂) 농도가 사람의 활동으로 변했기 때문에 기기가 이를 감지, 작동한 것이다.

GN바이오와 GNA는 지난 6월 반영구적 소재의 돔 하우스에 한 이통사와 함께 스마트 팜을 적용했다. 재배 온실 환경 제어, 온도와 습도, CO₂ 관리, 온실 통합 관제 모니터링, 재배 지원 시스템과 생육 정보에 대한 데이터 관리도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 팜을 도입하고 돔 하우스 내 공간별 온도·습도 등 편차가 없도록 자동화되면서 농산물 품질의 균질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특별기획] CO₂자동 분사에 가습까지 ‘알아서 척척’
(사진) 이슬송이버섯의 배지에 사용되는 톱밥. /김태헌 기자

남창범 GN바이오 상무는 “버섯은 온도와 습도 등을 수시로 체크해 줘야 하는 작물이기 때문에 여름과 겨울철엔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한다”며 “스마트 팜을 도입하기 전에는 이 수치를 체크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지금은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GN바이오는 하루 약 5000개, 연간 약 150만 개의 배지를 생산한다. 배지는 버섯 종균을 넣은 성장 판으로 보통 일반적인 참나무 원목을 이용한다. 하지만 GN바이오는 생산성과 영양 성분이 높은 톱밥 배지를 자체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톱밥 배지는 제작 과정에 영양분을 넣을 수 있어 생산되는 버섯의 품질 역시 뛰어나다.

배지는 일정한 온도와 습도 등 여러 조건이 갖춰진 배양동에서 100일 정도 종균을 심어 배양 과정을 거치게 된다. 배양된 배지는 이후 생산동으로 옮겨지며 이곳에서 잠자고 있던 배양균의 자극을 통해 버섯을 생산한다.

GN바이오는 스마트 팜 설치 이전부터 자체 개발한 배지 대량생산 시스템과 전 공정의 반자동화도 이뤄냈다. 특히 표고버섯의 개량 품종인 이슬송이버섯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슬송이버섯은 갓과 자루의 구분이 없이 원형으로 이뤄져 있어 생산성이 좋고 영양 성분도 뛰어나다.
최근에는 국내와 중국 일본 등 6개국의 특허를 취득했고 17개국에서는 특허를 심사 중에 있다. 이슬송이버섯은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아 생산량의 60% 이상이 국내 대형마트로 판매되고 나머지는 해외로 수출된다.
[특별기획] CO₂자동 분사에 가습까지 ‘알아서 척척’
GNA는 27개의 생육동에서 월 약 33톤, 연간 약 400톤의 이슬송이버섯을 생산한다. 또 위탁 생산 농가를 통해 30개의 추가 생육동도 운영 중이다. 이 위탁 생산 농가 역시 스마트 팜을 모두 적용했다.

◆스마트 팜 빅데이터가 ‘핵심’

GN바이오와 GNA는 스마트 팜을 활용하면서 하드웨어보다 데이터에 더 주목하고 있다. 자동으로 저장되는 데이터와 생산량을 조합해 최적의 버섯 생산을 위한 온도와 습도 등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지금의 국내 스마트 팜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일정량 이상의 데이터가 모이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과 투자가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영찬 GN바이오 대표는 “아직 스마트 팜 설치에 대한 ‘빅데이터’가 충분히 모이지 않아 지금은 생산량 등에 영향을 준다고 확언할 수 없는 상태”라며 “앞으로 1~2년간 더 데이터가 취합돼 이들 자료를 분석하고 활용한다면 생산량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팜 설비 업계 관계자 역시 “빅데이터 분석 엔진이 GN바이오의 이슬송이버섯 생육 환경 조건, 수확량과 품질 등 영농 노하우를 확인할 수 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슬송이버섯 스마트 팜에서 축적되는 실시간 환경 정보와 수확 성과를 결합·분석해 최적의 ‘이슬송이버섯 스마트 팜 솔루션’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팜이란?]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닐하우스·축사·과수원 등에 접목해 원격·자동으로 작물과 가축의 생육 환경을 적정하게 유지·관리할 수 있는 농장을 말한다.

kth@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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