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SNS에 넘쳐나는 ‘인증샷’ 열풍…2030 유행·소비의 중심으로
‘#한복스타그램’ 인기 폭발…일상을 바꾼 한복
[한경비즈니스= 김영은 인턴기자] 최근 한복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특별한 날이나 명절에만 입었던 한복이 이제는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선 한복을 입고 찍은 한복 인증샷이 넘쳐나고 한복을 입고 국내외를 여행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신기하지 않다.

신진 디자이너들의 새로운 한복 디자인이 유행과 소비를 주도하는 젊은 여성들의 관심과 맞물려 자발적으로 한복이 대중화된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한복’을 검색하자 약 66만 개의 게시물이 나왔고 ‘#한복스타그램’은 약 12만 개의 게시물이 검색됐다. ‘#한복여행’, ‘#한복대여’가 뒤를 이어 등장해 SNS에서 한복이 얼마나 뜨거운 이슈인지 알 수 있었다.

◆ ‘기모노·치파오보다 못할 게 뭔가’
‘#한복스타그램’ 인기 폭발…일상을 바꾼 한복
(사진) 황이슬 디자이너가 이끄는 한복브랜드 '리슬'의 한복 원피스 / 리슬 제공

한복은 왜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게 됐을까. 가장 큰 이유는 한복의 디자인이 현대화되면서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한복이 현대 일상에 맞는 패션으로 자리 잡는 데까지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노력이 있었다.

2013년 기성 한복 브랜드 차이킴을 론칭한 디자이너 김영진 씨는 전통에만 머무르는 한복이 아니라 자유롭게 살아 움직이는 ‘동사’같은 한복을 만들고자 했다.

그는 한복을 만들 때 레이스나 니트, 독특한 패턴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옛 무관의 관복인 철릭을 모티브로 한 철릭 원피스를 선보이면서 한복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생활 한복 브랜드인 ‘리슬’도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황이슬 리슬 대표의 철학은 바로 ‘현재성’이다. 그는 ‘이 옷을 입고 지하철을 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늘 염두에 두고 한복을 제작한다.

황 대표는 “이 도심에, 지금 이 시간에 뛰어들어도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리는 생활 한복을 만드는 것이 내 일”이라며 지금 이 시대에 유의미한 한복을 만들고자 하는 철학을 밝혔다.

이처럼 신진 디자이너들이 현대에 맞게 재창조한 한복은 진화를 거듭하며 우리 일상 속으로 다가왔다.

이들이 만든 한복은 정형화되지 않아 청바지나 운동화에도 잘 어울렸다. 모두가 아름답다고 느끼지만 일상에서는 입기 부담스러워 꺼리고 있던 한복이 현대화되면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인기를 끌고 있다. 이후 SNS에선 한복을 입고 인증샷을 찍는 일이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한복스타그램’ 인기 폭발…일상을 바꾼 한복
(사진) 덕성여대 한복 동아리 '꽃신을 신고'의 단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꽃신을 신고' 제공

대학생들 사이에선 한복 동아리도 생겨났다. 덕성여대 한복 동아리 '꽃신을 신고'는 2011년부터 매년 '덕성한복파티'를 개최하고 있다. 이들은 학내 한옥 건물인 '덕우당'에서 한복과 어울리는 전통프로그램을 기획해 색다른 대학 축제 문화를 이끌고 있다.

덕성여대 한복동아리 ‘꽃신을 신고’ 단원은 "처음 동아리를 만든 계기는 홀대받는 한복의 인식 개선과 대중화였다"며 “일본의 기모노나 중국의 치파오처럼 평소에도 사랑받는 한복을 꿈꿨기 때문에 한복을 일상복처럼 입는 지금의 트렌드가 계속 유지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복 열풍에는 정부 차원의 노력도 있었다. 한복은 특히 고궁 주변에서 많이 보인다. 고궁이 한복과 어울리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한복을 입으면 고궁이 무료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 한복을 입으면 참여 업소의 모든 메뉴를 10~20% 할인해 주는 종로구 ‘한복 음식점’ 등 다양한 혜택을 주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한복 열풍을 증명하듯이 백화점에서는 잇따라 한복 브랜드 팝업 스토어나 매장이 들어섰다. 지난 1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한복진흥센터와 함께 ‘한복, 일상을 멋으로 드리우다’라는 주제로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다.

이 팝업 스토어는 백화점업계 최초로 진행된 한복 연합 박람회로, 11개의 한복 디자이너 브랜드가 참여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7일 동안 진행된 박람회의 총매출은 약 6000만원으로 목표보다 2배 이상 많았다. 20·30대 여성이 구매한 금액이 전체 매출의 55%를 차지해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한복 바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작년 6월에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생활 한복 브랜드 ‘리슬’과 하이트진로가 협업한 ‘이슬톡톡 ×리슬 팝업 스토어’가 진행됐다. 매장에서는 이슬톡톡의 캐릭터인 ‘복순이’를 활용한 제품이 판매 됐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6월 한복 브랜드 ‘차이킴’의 정규 매장을 열었다. 차이킴 매장은 목표 대비 150% 이상 매출을 올리며 인기를 증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한복이 젊은 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아우르는 패션 트렌드가 되면서 차이킴 매장을 열게 됐다고 전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1월 자체 상표(PB) 의류 브랜드 테(TE)에서 박상희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한 패션 한복을 출시했다. 대형마트에서 한복을 자체 브랜드로 출시한 것은 처음이며 디자이너 한복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해 눈길을 끌었다.

◆ 유통업계도 올라탄 한복 바람
‘#한복스타그램’ 인기 폭발…일상을 바꾼 한복
(사진) 한복을 입고 궁궐을 방문한 관광객들 / 연합뉴스 제공

한복의 대중화는 전통에만 머물러 있던 한복을 우리의 일상으로 불러들였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한복 열풍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궁 주변에서 한복을 입는 문화는 단발적인 현상이며 중국산 값싼 재질의 한복 유통만 촉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복진흥센터 관계자는 SNS를 기반으로 단발적인 경험이 이어지고 있는 것 또한 한복 문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빠른 추세로 생겨난 한복 대여점들이 질 좋은 한복을 구비하고 있지 못한 점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한복진흥센터를 비롯한 관련 기관들이 한복의 대중화뿐만 아니라 산업화·세계화 등을 통해 한복 문화가 진흥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복 문화 진흥은 정부 주도만으로 이뤄질 사안이 아니라며 업계·학계에서의 지속적인 상품 개발, 문화 향유 기획 등도 함께 촉구했다.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