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 부동산]
입주민들 “전환가 너무 높다” vs LH “임대 계약 때 이미 공지”
LH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가 논란 현실화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올해부터 처음으로 분양 전환에 돌입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10년 공공임대주택’이 논란이 되고 있다. LH가 현재 부동산 시세에 맞춰 분양 전환 가격(분양전환가)을 책정하자 그간 우려됐던 전환 가격 급등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입주민들은 LH가 국민 주거 생활 향상이라는 목적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수익성만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나섰다. 현재 청와대 국민 소통광장에는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가를 손질해야 한다는 청원이 접수돼 건설 분야 ‘베스트 청원’으로까지 등극한 상태다.
LH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가 논란 현실화
◆분양전환가 우려 결국 현실화

LH의 주요 공공임대 사업 중 하나인 ‘10년 공공임대주택’은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5년 공공임대주택’과 함께 2004년 도입됐다.

10년 공공임대의 입주 자격이나 조건은 5년 공공임대와 임대 기간만 다르고 나머지는 동일하다. 무주택 가구 구성원으로 소득·자산 기준만 충족되면 시세보다 저렴한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내고 10년 동안 살 수 있다.

임대 기간이 지나면 우선 분양 받을 수 있고 임대 기간의 절반이 지나면 입주민과 사업자 간 협의를 통해 분양 전환이 가능한 점도 5년 공공임대주택과 같다.

현재 10년 공공임대는 LH의 주력 공공임대 사업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5년 공공임대도 과거 일부 지역에 공급되긴 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도입 초기부터 임대 기간이 너무 짧다는 의견들이 쇄도했고 이를 반영해 LH가 5년 공공임대 공급을 미미하게 진행해 오다 현재는 완전히 신규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다만, 10년 공공임대는 5년 공공임대와 분양전환가 책정 방식이 달라 시행 초기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5년 공공임대는 건설 원가와 감정평가액의 평균 금액으로 분양전환가를 책정한다.

이와 달리 10년 공공임대는 ‘감정평가액’으로 분양전환가를 규정하고 있다. 감정평가액은 부동산 시세에 따라 값이 정해지는 만큼 분양 전환되는 시점의 부동산 상황에 따라 임차인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때마침 올해 처음으로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 전환 사례가 나왔는데,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LH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인천과 서울 등의 지역에서 총 4개 단지 아파트에서 80여 가구가 분양 전환을 맞았다.

이들 아파트는 LH가 인수한 재건축 임대 아파트를 2012년 10년 공공임대 아파트로 용도 변경한 곳들이다.

◆2019년부터 분양전환 쏟아져

이곳 입주자들은 6개월 내에 분양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그동안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 때문에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LH는 감정평가액에 따라 해당 아파트들의 분양전환가를 책정해 고지한 상태다. 감정평가액은 거래되는 시세보다 조금 낮게 매겨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9월 1일 분양 전환에 들어간 서울 노원구 소재 59㎡ 아파트는 2007년 당시 LH가 1억5000만원 정도에 매입했다. 하지만 LH는 현재 거래되는 시세를 감안해 분양전환가를 3억5000만원 정도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이 단지의 59㎡ 실거래가는 3억9000만~4억원 선이었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렇게 부동산 가격이 뛸 줄 누가 예상했겠느냐”며 “10년 동안 살던 집에서 쫓겨나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더욱 큰 문제는 앞으로다. LH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분양 전환을 맞는 10년 공공임대는 약 116곳 정도다. 내후년부터 본격적으로 분양 전환 물량이 쏟아져 나온다. 향후 5년간 분양 전환 예정인 10년 공공임대만 무려 1만3000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2019년에는 경기도 성남 판교에서 4000가구가 분양 전환을 맞게 된다. 이번에 첫 분양 전환 사례를 목격한 10년 공공임대 입주자들은 분양전환가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일부 입주자들이 청와대 국민 소통광장에도 청원을 접수해 건설 분야 ‘베스트 청원’으로까지 등극한 상태다.

이들이 요구하는 핵심은 10년 공공임대만 시세와 연동해 분양전환가를 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10년 공공임대 역시 5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 책정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9년 판교에서 10년 공공임대주택 임대 기간이 만료되는 봇들마을 3단지(전용면적 59㎡)를 보면 산정 방식에 따라 분양전환가가 1억750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해당 단지와 동일하게 공공 분양된 다른 단지의 같은 평형 시세는 6억5000만원 정도다. 감정평가액이 통상 시세의 9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분양전환가는 5억8500만원 수준이 된다.

하지만 5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을 적용하면 해당 단지의 분양가는 건설 원가(입주자 추정 1억7000만원)와 감정평가액의 평균액인 4억1000만원이다.

물론 여기에 대해 LH도 할 말은 있다. 이미 10년 공공임대 계약 당시 분양전환가 책정 방식을 사전에 공지했기 때문이다. 또한 분양전환가가 비싸게 책정된 것은 지난 10년간 급등한 부동산 가격이 주된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형평성 측면에서도 이들의 주장이 옳지 않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5년 공공임대 방식을 적용하면 판교에 일반 분양받은 사람들과 비교할 때 훨씬 싼 시세로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이라며 “이를 바라보는 인근 주민들의 심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