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한국의 아마존’…눈앞의 흑자보다 미래 위한 투자가 우선”

최근 국내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중 가장 핫한 기업은 단연 쿠팡이다. 쿠팡은 2010년 창립, 2011년 서비스를 시작한 지 만 6년밖에 안 된 신생 기업이다. 하지만 쿠팡의 영향력은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커졌다.

쿠팡은 지난해 6월 미국 과학기술 전문지 ‘테크놀로지 리뷰’가 뽑은 ‘2016 세계 50대 스마트 기업’에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포함됐다. 같은 해 4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기존 시장의 판을 흔드는 ‘글로벌 게임 체인저 30인’ 중 한 명으로 김범석 쿠팡 대표를 뽑았다.

반면 쿠팡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지속되는 적자 때문이다. 쿠팡은 하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 규모에도 당당하기만 하다.

쿠팡은 2015년 1조1338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국내 이커머스 기업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54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규모 또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69% 증가한 1조9159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영업손실은 2.7% 늘어난 5617억원을 기록했다.

쿠팡은 그러나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기자간담회 등 공식 석상에서 수천억원대의 적자가 날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이른바 ‘계획된 적자’를 강조했다. “물류와 배송 인력에 투자하지 않으면 당장 흑자를 낼 수도 있지만 그러면 기업이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서울 잠실의 쿠팡 본사. /쿠팡 제공
서울 잠실의 쿠팡 본사. /쿠팡 제공
◆폭발적 성장의 비결은 ‘계획된 적자’

쿠팡은 2014년 상품 판매부터 배송까지 모든 단계를 직접 서비스하는 모델을 구축하며 자체 배송 직원인 쿠팡맨을 통해 ‘로켓배송’을 선보였다. 쿠팡맨의 빠른 배송과 친절한 응대 서비스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유통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래픽) 권민정 기자
(그래픽) 권민정 기자
하지만 쿠팡에는 ‘적자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붙는다. 쿠팡 측은 롤모델인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과 비교해 보면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1994년 창업 이후 6년이 지난 2000년 아마존의 매출은 28억 달러(약 3조2000억원)였다. 손실은 무려 14억 달러(약 1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1996년 매출 2억 달러(약 2280억원), 손실 570만 달러(약 65억원)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적자가 이어진 것이다.

또한 아마존의 주가는 2000년 닷컴 버블이 붕괴되면서 100달러에서 6달러로 폭락했다. 글로벌 투자 기업의 애널리스트를 비롯한 경제 전문가들은 “1년 안에 아마존이 망할 것이다”, “전통의 유통업계의 규칙을 깼지만 성공할 수 없는 모델이며 곧 도태될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부정적 평가가 쏟아졌다.

아마존은 그러나 비판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물류센터 건설과 직접 배송 등에 끊임없이 투자하며 창업 8년 만인 2002년 매출 39억 달러(약 4조4000억원)와 함께 첫 흑자를 냈다. 아마존은 첫 흑자 이후에도 순이익이 거의 0에 수렴했고 때로는 손실을 내면서도 투자를 이어 갔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여러 면에서 아마존과 닮아 있다”며 “현재 흐름으로 볼 때 쿠팡의 계획된 적자는 향후 절망이 아닌 희망이 될 수 있는 만큼 성패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쿠팡은 7월 사내 공지를 통해 “역대 최대 월간 거래총액(GMV)을 달성했다”며 전 직원에게 피자를 돌렸다. 최근에는 “기존 GMV에서 12% 증가한 성과를 거뒀다”며 치킨을 제공하는 등 자축 파티를 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쿠팡의 존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쿠팡은 기존 로켓배송 서비스를 강점으로 꾸준한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신규 서비스로 수익성 개선 노린다

쿠팡은 올해 다양한 서비스를 론칭하며 수익성 개선을 노리는 중이다. 쿠팡은 4월 해외직구 서비스 ‘로켓직구’를 리뉴얼했다.

로켓직구는 △식품군(소스·통조림·유아동 음식) △비타민·미네랄 △출산·유아동 용품 △세탁·청소 용품 △뷰티 및 생활용품 등 8만 개 이상 엄선된 해외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는 서비스다. 영업일 기준 3일 안에 해외 상품을 배송한다.

5월과 7월에는 유아 도서 전문관, 유기농 친환경·생필품·뷰티 전문관을 열었다. 기존에 일시적 성격의 기획전으로 선보인 특별 판매관을 고정 카테고리로 선보이며 고객의 편의를 강화했다.

7월 말에는 자체 브랜드 상품(PB)인 ‘탐사’를 론칭했다. 탐사의 모든 제품은 쿠팡 이용 고객이 남긴 수천만 개의 상품평을 기반으로 개발했다. 탐사는 출시 이후 ‘가성비가 좋다’는 입소문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최근 자체 기술력으로 회사의 모든 정보기술(IT) 인프라를 클라우드(인터넷 서버)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25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한 기업의 서비스 기반을 100% 클라우드로 전환한 국내 최초의 사례다.

가격 할인 등 대규모 이벤트 시 유입자가 몰리면 사이트가 마비되거나 접속이 불가능한 국내 이커머스의 불안정성을 고려한 조치였다.

쿠팡이 선택한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용자 수에 따라 자원이 배분되는 방식이다. 접속자 폭주에 따른 서버 장애 위험성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쿠팡 관계자는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 완성 이후 분산 플랫폼 기술을 지속 개선한 덕에 클라우드 이전 작업을 빠르게 완료했다”며 “앞으로 머신러닝·인공지능(AI) 기술을 고도화해 고객 경험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최근 인천 메가물류센터에서 1억 개 물품을 출고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는 대형마트 온라인몰 등에 비해 최소 4배 이상 많은 양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 운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해당 물류센터는 지난해 6월께 완공됐다.

쿠팡은 로켓직구 등 최근 도입한 차별화 서비스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 가는 한편 물류와 배송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 블랙록 3억 달러, 세쿼이아캐피털 1억 달러 등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14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 낸 회사”라며 “상장 기업과 달리 적자가 지속되더라도 개인 주식 투자자에게 손실을 주지 않는 만큼 회사의 성장을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