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춘추전국’…이제는 글로벌로 간다
서비스 시작 4년 만에 상위 사업자 윤곽…오프라인 삼성, 온라인 네이버·카카오
'OO페이' 전쟁, 이제는 글로벌 대전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 최선아(31) 씨의 스마트폰에는 총 59개의 애플리케이션(앱)이 깔려 있다. 스마트폰을 구입했을 때 이미 깔려 있던 기본 앱 26개를 제외한 33개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금융 서비스 앱이다.

특히 간편 결제와 송금 서비스를 위해 직접 내려 받은 앱들이 6개나 됐다. 여기에 이미 깔려 있던 삼성전자의 ‘삼성페이’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내재된 ‘카카오페이’까지 더하면 총 8개다.

최 씨는 “페이별로 제휴 업체와 혜택이 다르다. 그때그때 필요한 서비스를 다운받다 보니 스마트폰 용량이 부족해 늘 받았다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공인인증서 모듈을 사용하지 않는 간편 결제 시스템이 금융감독원의 보안성 심의 기준을 통과하면서 최 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쇼핑 할인이나 송금 편의를 위해 하나둘 받다 보니 늘어난 것은 각종 간편 결제 서비스들, 이른바 ‘OO페이’다. 금융 소비자들은 편의성과 범용성을 두루 갖춘 간편 결제 서비스의 왕좌를 찾기 위해 수많은 앱을 깔고 또 지웠다.

그로부터 4년. 이제 국내시장에서는 가입자 수와 결제 금액(누적)을 기준으로 상위 사업자의 윤곽이 얼추 가려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한국을 넘어 세계무대를 향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전략은 ‘합종연횡’이다.

◆춘추전국 경쟁, 선두는?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1분기 기준으로 간편 결제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대형 업체는 총 11개다.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케이페이·페이나우·11페이(구 시럽페이)·유비페이·페이코 등과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전자금융 업자 7곳과 삼성페이·스마일페이·SSG페이·엘페이 등 유통·제조 기반 전자금융 업자 4곳이다. 이마저도 국내 모든 간편 결제 서비스를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 경쟁이 심화하는 동안 이용자 수도 늘었다. 한국은행이 올 3월 발표한 ‘2016년도 지급 결제 보고서’를 보면 국내 간편 결제 서비스 이용 건수는 2016년 1분기 44만200건에서 2017년 1분기 126만3500으로 1년 새 187%(82만3300건) 늘었다.

이용 금액 역시 유통·제조 기반 4개 회사의 간편 결제 서비스 이용 금액이 60억3000만원에서 260억4000만원으로 급증하면서 11개 사의 총 이용 금액은 1년 새 260억6000만원 늘어난 400억1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업체별로 보면 양극화가 뚜렷하다.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온라인 시장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상위 사업자로 평가받고 있다.

단, 동일한 기준에서 이를 비교한 지표는 없다. 각각의 업체가 발표한 최신 자료를 기준으로 하거나 업체에서 이를 공개하지 않으면 업계 추산으로 누적 가입자 수와 누적 거래액을 비교한 결과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1위 점유율을 기반으로 하는 삼성전자는 자사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에 삼성페이를 탑재함으로써 서비스 안착에 성공했다. 특히 마그네틱 방식을 적용해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의 카드 결제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단숨에 오프라인 시장의 왕좌에 올랐다.

올 8월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공개한 삼성페이의 누적 결제액은 10조원, 가입자 수는 약 1000만 명이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기록한 성과다. 오프라인 결제가 주축인 만큼 서비스 사용량의 절반 이상이 오프라인에서 사용되지만 최근 온라인 제휴처를 늘리면서 온라인 서비스의 사용량도 30% 가까이 확대됐다.

반면 네이버는 국내 포털 시장 1위 사업자라는 점을 활용해 온라인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섰다. 포털 내 제휴 업체로 등록된 15만 개 이상의 쇼핑몰에서 네이버 아이디 하나로 주문부터 결제까지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원스톱 쇼핑’ 서비스를 구현해 낸 것.

최근에는 단순 결제뿐만 아니라 간편 송금과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고 카드사와 연계해 전용 카드를 출시하는 등 사업 확장에 적극적이다. 회사가 마지막으로 발표한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가입자 수는 2100만 명, 거래액은 4조8000억원이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선 카카오 역시 상위 사업자로 꼽힌다. 이 회사는 4800만 가입자를 보유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안에서 카카오페이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용자 수 확대와 매출 증대 두 마리 토끼 모두를 다 잡았다.

특히 송금 서비스는 출시 1년여 만에 누적 송금액 3600억원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오프라인에서 QR코드로 송금할 수 있는 기능을 신규 도입하는 등 오프라인 간편 결제 서비스 강화를 위한 시스템 개발과 가맹점 확보 작업을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올 10월 기준 카카오페이의 누적 가입자 수는 2000만 명, 누적 거래액은 2조5000억원이다.

◆합종연횡으로 영토 확장

해외시장에서도 글로벌 사업자 간 주도권 쟁탈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자국 시장을 발판으로 성장한 간편 결제 서비스 사업자들이 서비스 국가를 확대하며 글로벌 영토 확장을 꾀하고 있다.

세계 최강자 ‘페이팔’을 시작으로 애플의 ‘애플페이’와 구글의 ‘안드로페이’를 비롯해 중국 시장을 제패한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위챗페이’ 등이 대표적인 글로벌 사업자다.
한국도 내년을 기점으로 세계무대를 향한 움직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미 각국 사업자들이 선점한 시장에 무작정 진출하는 것은 ‘맨땅에 헤딩’이나 마찬가지. 삼성전자와 카카오 등 국내 선두 사업자들은 진출 국가의 ‘간판 업체’와 손잡고 내년 사업 강화를 꾀하고 있다. 합종연횡 전략을 통한 무혈입성이다.

삼성전자는 올 7월 세계 2억 명 이상이 사용 중인 페이팔과 손잡았다. 미국 온라인 결제 업체로 이베이에 인수된 페이팔은 이후 마스터카드·비자 등과 제휴하며 세계 1위 업체로 발돋움했다. 이번 제휴로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이용자를 크게 늘릴 기회를 얻었다.

페이팔 계정을 가진 사용자들이 삼성 스마트폰을 오프라인에서 신용카드처럼 사용하는 삼성페이로 결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휴로 삼성전자가 신규 가입자를 대폭 확대해 애플페이와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의 전략적 동지는 14억 명의 중국 소비 시장을 이끄는 알리바바다. 올 2월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서비스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함으로써 해외 진출에 날개를 달았다. 이번 제휴로 전 세계 알리페이 이용자들이 한국의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하면 카카오페이로 연결되면서 거래액 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4분기 기준으로 알리페이의 시장점유율은 54%다. 해외에서도 알리페이 가맹점 혹은 알리바바 쇼핑몰에서 카카오페이 결제가 가능해져 카카오의 해외 매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정반대의 길을 선택한 이도 있다. 해외로 나가는 게 아니라 해외에서 직접 법인을 설립해 현지화의 길을 택한 네이버다. 네이버의 일본법인 라인주식회사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간편 결제 서비스 ‘라인페이’를 통해 이미 일본·태국·대만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올 10월 기준으로 3개국의 이용자 수는 4000만 명을 돌파했고 거래 금액은 총 3000억 엔(약 2조9515억원)이다.

한국 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글로벌 결제 서비스 업체의 국내 진입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지금은 국내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조심스럽게 진입하고 있지만 향후 많은 가맹점과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공룡들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국내 기업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채송화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수석연구원은 “국내업계는 그동안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이 불필요한 환경에서 해외 진출보다 국내시장 선점에만 안주해 왔다”며 “글로벌 결제 서비스 업체의 한국 시장 진입에 대비해 시스템의 정교화, 협력 체계 구축, 소비자 간편 활용 서비스 제공 등의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