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기업 가치 100배 키우기]
-승진·직무선택권 등도 좋은 유인 요소…‘너무 많은 보상’은 독 될 수도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Q = 우리 회사는 창업한 지 20년을 바라보는 정보기술(IT) 기업입니다. IT 기업의 특성상 기술 분야의 최신 트렌드를 잘 파악해 대처하지 않으면 금방 뒤처지고 맙니다. 이 때문에 회사는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경쟁 기업들이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면서 우리 회사의 핵심 인력들을 빼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 인재 유출을 막고 우수한 인력을 영입하려면 경쟁 회사보다 연봉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봉 수준을 높이면 경영에 큰 부담을 줍니다. 핵심 인재의 연봉만 높이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러면 다른 직원들의 사기에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 때문에 일반 직원들의 연봉도 늘릴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회사 전체의 연봉 수준이 높아지게 됩니다.

특히 일부 임원들은 연봉을 더 준다고 해서 우수한 인력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말로 연봉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인재 확보가 불가능한 건가요. 경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연봉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상이 없으면 인재도 없다
A = 기업의 인재 확보와 운영에서 보상의 힘은 강력합니다. “사람은 큰돈을 마주하면 없던 창의력도 발휘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직장이나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보상이 미치는 영향은 막강합니다. 또 보상은 업무 몰입도와 직장 만족도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연봉 수준이 낮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수한 인재 확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귀하의 회사도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려면 연봉 수준을 최소한 경쟁사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특히 탁월한 인재를 영입하려면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보상을 해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보상이 경쟁력의 전부는 아닙니다. 또 보상이 다소 부족해도 다른 강점이 있다면 우수한 인재 확보가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보상에서 약점이 생기면 다른 조건이 대단히 매력적이지 않는 한 채용 경쟁력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금방 볼멘소리를 듣게 됩니다.

“연봉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가 모르느냐. 영입하고 싶은 인재들이 만족할 만큼 보상할 수 있다면 왜 안 하겠느냐. 여력이 안 되니까 보상을 못 해주는 것이지 몰라서 안 해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불만 섞인 소리가 예상되는데도 연봉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경영자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보상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귀하의 회사처럼 직원들의 이탈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이들 기업들은 직원들이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비전을 제시하고 기업 문화를 개선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봉에서 다른 기업과 격차가 사라지기 전까지 이탈은 좀처럼 끝나지 않습니다.

보상 없이 유능한 직원 확보는 불가능

연봉이 적어도 유능한 직원들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연봉 수준이 높지 않아도 직급이나 직책이 일정 단계를 넘어서면 이직률이 낮아지는 현상을 그 예로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간 간부 이상의 이직이 적은 것은 그들이 다른 곳으로 옮길 때 실익이 적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이미 자신이 기대하고 있는 일정한 수준의 보상을 받고 있거나 옮기더라도 보상이 나아질 가능성이 낮은 것입니다. 만약 이직해서 연봉을 더 받을 수 있다면 그들도 이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계적 기업들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 연봉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최대 검색 기업인 바이두는 최근 인공지능(AI) 분야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관련 분야 전문가들에게 “미국 기업들보다 15% 이상 많은 연봉을 주겠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바이두는 실리콘밸리에 자율주행·AI연구소를 설립한 뒤 인재를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벌써 5년 전에 인도 대학의 이공계 졸업생을 뽑기 위해 15만 달러의 연봉을 내걸었습니다. 인도의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이 한국의 10분의 1이 채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연봉입니다.

이렇게 기업들이 파격적 연봉을 제시하면서 인력 확보에 나섬에 따라 세계의 인력 지형도 바뀌고 있습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임금수준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월스트리트 금융권을 추월했다’고 전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앞다퉈 연봉 수준을 높이면서 실리콘밸리의 평균 연봉이 월스트리트보다 60%나 높아졌다는 겁니다.

성취동기가 강한 직원에게 집중해야

물론 보상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경영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경영자들이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선뜻 보상 수준을 높이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고 인재를 확보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기업이 인재를 확보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어 쇠퇴의 길로 접어드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따라서 인재 확보에 필요한 만큼 보상 수준을 높이면서 경영 부담을 줄이는 게 중요합니다.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보상할 수 있을까요.

첫째, 필요한 사람에게 보상해야 합니다. 보상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보상의 대상, 즉 누구에게 주느냐에 관한 것입니다. 의욕이 없는 사람을 자극해 의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보상을 확대하는 게 아닙니다. 보상을 확대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의욕을 갖고 있는 사람이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내도록 여건을 조성하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의욕이 없는 사람들의 보상 수준을 높이는 것은 경영 부담만 키울 뿐입니다.

보상 확대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늘어나는 보상이 성취동기가 강한 사람에게 집중되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들이 핵심 인재의 보상을 늘리는 데 관심을 쏟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입니다. 조직에서 역량을 발휘하면 인정해 준다는 것을 핵심 인재가 느낄 수 있게 만들려는 것입니다. 자신이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는 직원은 업무 몰입도가 높아져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하게 됩니다.

둘째, 보상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공정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기대한 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하면 보상을 상이 아니라 벌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리 많은 보상이 이뤄져도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면 보상의 효과는 반감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 너무 많은 보상을 받아도 불공정하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상의 공정성을 신뢰하지 못하면 업무 의욕을 잃게 됩니다.

물론 아무리 기준을 명확하게 세우더라도 자신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면 불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노력하지 않고 성과가 부진하더라도 같은 수준의 보상을 받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니까요. 보상에 관한 불만이 누적되고 심화하면 조직원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돼 조직력에 금이 갈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보상이 차별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조직과 사업의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기업 문화를 바꿔 나가야 합니다.

셋째, 인정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다른 방법들과 함께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기업에서 보상은 큰 틀에서 보면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동기부여가 효과를 거두려면 다양한 방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다양한 조치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효과를 강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종종 보상을 늘려놓고도 승진이나 직무 선택 같은 것에서 인정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않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보상 확대의 동기부여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직원에 대한 보상 수준이 높아도 사람들이 입사를 꺼리거나 이탈이 잦은 기업들이 있는데, 이런 기업 가운데 상당수에서 보상과 다른 동기부여 조치들이 따로 노는 현상이 발견됩니다.

이 때문에 인재 확보를 위해 보상 수준을 높이려면 처음부터 보상 확대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다른 조치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경력 개발 기회, 독창적이고도 즐거운 업무 경험, 비즈니스 성취 경험, 경쟁적이지 않고 압박이 덜한 기업 문화, 충분하고도 자유로운 휴가 사용 같은 것이 곁들여져야 한다는 겁니다.

고연봉자는 연봉 인상보다 ‘흥미’로 유인

마지막으로 과다 보상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보상이 많아질수록 동기도 따라서 강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보상이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보상의 동기부여 효과가 약해집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적당한 양의 부를 얻고 나면 다음에는 다른 것을 추구하게 됩니다. 연봉이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직장을 선택할 때 연봉이 최우선의 고려 대상이 아니게 된다는 뜻입니다.

특히 창의성이 중요한 가치를 갖는 산업이나 직군 그리고 혁신이나 창조를 끊임없이 해야 하는 지식 노동자들은 직장을 정할 때 연봉 못지않게 다른 요소들을 고려합니다. 이들이 직장을 떠나는 것도 보상이 적어서가 아니라 자율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연봉이 상당히 높은 핵심 인재를 영입할 때는 필요 이상의 연봉을 제시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또 연봉만으로 영입 대상자를 설득할 수 있다는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기업들이 찾고 있는 사람들은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인재들인데 이들은 이미 수많은 곳에서 고액 연봉을 제안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들을 영입하려면 연봉 외에 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제안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