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옥우석의 경제돋보기] 한국의 자영업, 엉킨 실타래 풀기
[옥우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 한국에서 자영업은 총고용 대비 비율이 25.3%를 차지하는 등 고용과 경제 안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자영업은 영세 사업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보다 오히려 취약 부문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최근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현 정부의 정책 기조 속에서 자영업자들의 부담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더욱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 영세화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과잉 진입이라고 할 수 있다. 과잉 진입은 진입비용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보다 지나치게 낮기 때문에 발생한다. 지나친 금융 지원 정책 중심의 자영업 대책으로 인해 자영업 창업의 금융비용이 낮다는 사실과 함께 한국의 특수한 노동시장 구조도 창업비용을 지나치게 낮추는 데 일조했다. 즉, 값싸고 고용 안정성이 낮은 방대한 규모의 비정규직 노동시장이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새로이 진입하는 자영업자들은 저임금 일용직과 단시간 노동을 활용해 노동비용을 줄일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영업자들로 하여금 품질이나 차별화보다 저임금에 기초한 가격경쟁에 몰두할 수밖에 없게끔 하는 구조적인 문제들 역시 자영업 영세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임대료 상승으로 자영업자들이 이룬 성과가 자영업자 자신들이 아니라 건물주에게 귀속된다면 자영업자들이 효율성이나 품질 개선을 위해 노력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프랜차이즈 관련 제도의 미비로 유통 마진 배분을 중심으로 한 계약, 원부자재 강매, 인테리어 강요 등 불공정 거래 관행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 역시 자영업 부문의 건전한 성장을 가로막는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영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잉 진입 문제 해결과 자영업의 경쟁력을 억제하는 제도적 요인들의 제거 등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다뤄져야 한다. 최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은 그 속도와 폭에 대해서는 아직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함으로써 현재 지나치게 낮게 형성돼 있는 자영업 부문으로의 진입 문턱을 높일 수 있는 조치들 중 하나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또한 많은 사람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임대료 등 자영업 부문에 부담이 되는 제도적 요인들에 대한 조치가 선행된 후 최저임금 인상이 점진적으로 진행됐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사실 임대료, 카드 수수료, 불공정 거래 관행 등 자영업자들의 소득을 제한하는 요인들이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자영업자들에게 직접적인 비용 압박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제도적 요인들에 대한 조치가 선행된 후 최저임금이 인상됐다면 더 좋은 결과를 낳았을까. 자영업으로의 과잉 진입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반드시 그렇다고 답할 수는 없다. 자영업으로의 진입 장벽이 낮은 상황에서 자영업 소득을 잠식하는 요인들이 제거되면 더 많은 자영업자들이 시장에 진입해 향후 구조조정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임대료 인상 등 자영업자들의 소득을 잠식하는 제도적 요인에 대한 조치들이 먼저 이뤄지든, 최저임금 인상이 먼저 이뤄지든 자영업 부문 구조조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은 피하기 어렵다. 이렇게 보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시행 순서 그 자체보다 정책 시행에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자영업자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최저임금이 인상됐지만 임대료 인상, 불공정 거래 관행 등 소득을 잠식하는 요인들이 제거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일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1호(2018.12.03 ~ 2018.12.0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