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세상을 바꾼 아이폰도 생각의 변화가 출발점…실패 인정하는 조직 문화 필수
큰 차이를 만드는 ‘작은 변화’의 힘

[한경비즈니스 칼럼=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스몸비’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길을 걸을 때도, 자기 직전에도, 심지어 운전할 때조차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일종의 중독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휴대전화는 10여 년 전만 해도 그저 서로의 소식을 묻는 단순한 기계였다. 짧은 기간 동안 급속도로 보급되며 이제는 우리의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스마트폰이 우리 일상 가장 깊숙이 스며든 데에는 스티브 잡스의 역할이 가장 컸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손안의 PC를 지향하며 시작된 애플의 아이폰이 세상을 바꾼 셈이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말한다. “역시 스티브 잡스는 천재적인 재능이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과연 재능이 전부였을까. 알려졌다시피 잡스의 직장 생활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했고 기술이 부족한 회사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전에 없던 스마트폰 시장을 만들었고 크게는 사람들의 생활 패턴까지 바꿨다. 성공의 이유는 많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시작은 결국 PC와 비슷한 새로운 휴대전화를 만들자는 생각에서 비롯된 ‘작은 변화’가 만들어 냈다.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작은 변화를 이끄는 비결을 함께 찾아보자.

◆생각을 바꾸는 것이 변화의 시작

조직에선 항상 ‘변화’를 외친다. 하지만 위에서 아무리 요구해도 섣불리 뛰어들지 않는다. 그 이유는 뭘까. 열정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능력이 모자라서일까. 모두 아니다.

변화, 즉 기존과 다르게 시도하면 그만큼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좀 더 ‘도전적’ 과제일수록 실패 확률도 높아진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도전에 따른 실패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어 도전하기 꺼려진다. 결국 작은 변화의 시작은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다.

그러면 어떤 환경이 필요할까. 시작은 생각의 변화다. 모든 성과는 실패의 과정이 쌓여야만 이뤄진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노인과 바다’라는 소설로 유명한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고 말했다.

아무리 유명한 소설가라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글을 쓸 수는 없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한 작품이 나온다. 조직에서의 일 역시 마찬가지다. 남이 해 보지 않은 영역의 일을 하거나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일을 할 때는 실패 확률이 당연히 높아진다.

그래서 조직의 리더일수록 이를 참고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리더와 조직의 인내심이 시도를 이끌고 그 시도가 쌓여 변화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그러면 이런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선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불편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습기를 쓸 때마다 사람들은 물통을 갈아 끼우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 모습에서 ‘왜 이런 불편을 견뎌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한 디자이너는 ‘주전자로 물을 붓는’ 방식의 가습기를 만들었다.

가위는 ‘잘’ 잘라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위질하는 사람의 ‘손’을 관찰한 디자이너가 오른쪽과 왼쪽이 다른 가위를 만들었다. 그 덕분에 지금 우리가 쓰는 가위의 표준이 바뀌었다.

식재료를 다듬기 위해 꼭 필요한 블렌더도 마찬가지다. 과거 블렌더의 핵심은 잘 갈리는 모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재료들이 좀 더 잘 섞이게 하기 위해 셰프들이 블렌더를 기울여 사용하는 것을 보고 ‘각도’에 집중한 디자이너 덕분에 용기가 10도 기울어진 제품이 나오기도 했다.

작은 변화 하나지만 그 덕분에 압도적 제품을 만든 사례들이다. 그 시작엔 사람들에 대한 ‘관찰’이 있었다.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었잖아’라고 넘기는 게 아니라 관찰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찾는 게 디테일하지만 큰 변화의 시작이었다.

가습기 물통을 갈아 끼우는 모습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 가위질하는 사람의 손놀림에서 불편함을 찾는 것, 블렌더를 쓰는 사람들이 느낄 답답함을 발견하는 것, 결국 모두 문제에 대한 관심과 관찰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느낄 불편과 아쉬움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지켜봐야 한다.

불편을 관찰하는 것 외에도 상대 관점에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세계적 디자인 회사 IDEO 역시 이런 고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해 왔다.

예를 들어 ‘응급실 환경 개선’이라는 과제를 받고 이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환자’가 돼 보는 것이었다. 구급차로 실려와 초기 처치를 받고 다음 진료를 기다리고 병실로 옮겨지는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환자들이 느낄 법한 불편들을 하나하나 체험하며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그리고 바로 ‘내가 처방을 제대로 받고 있는가’라는 불안감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을 발견해 낸다. 환자들은 바쁜 의사들에게 하나하나 묻고 답을 들을 수 없다. 결국 IDEO는 전광판을 통해 환자 개개인의 치료 순서와 로드맵을 보여주는 솔루션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상대 관점에서 생각하는 작은 차이는 일할 때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보자. 상사가 “고객사에 좀 보내라”며 자료 하나를 건넨다. 이때 대부분의 직원은 자료를 보낸다. 그리고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을 ‘잘’하는 직원은 보낸 뒤 상사에게 “자료 보냈습니다”라고 보고한다. 그래야 상사가 궁금해 하지 않을 테니까.

일을 ‘진짜’ 잘하는 직원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자료를 보낸 뒤 고객사에 연락해 자료를 받았는지 확인하고 원하는 내용이 맞는지, 더 챙겨야 할 것은 없는지 등을 세세하게 묻는다. 그리고 상사에게 그 내용을 보고한다.

과연 당신이 상사라면 어떤 직원과 함께 일하고 싶겠는가. 답은 뻔하다. 누구나 마지막 직원 같은 부하를 두기를 희망할 것이다.

작은 변화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위 사례로만 살펴봐도 일을 시킨 상사, 즉 상대가 무엇을 생각할지 고민해 보는 게 작지만 큰 차이를 만드는 시작이다.

◆실패를 구분하고 장려하는 환경 구축해야

물론 시작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변화에는 비용이 따른다. 그래서 고객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상대 관점에서 최선을 다해도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질책하기만 하면 그 조직은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실패도 인정하고 ‘다시’ 들여다보는 조직 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실패의 원인은 다양하다. 개인적 실수 때문일 수도 있고 잘못된 업무 프로세스가 원인일 때도 있다. 모두 다 포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실패는 개선해야 하는 ‘해결 과제’다.

변화를 이끌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의도적 실패’를 장려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의도적 실패는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지만 이런 ‘리스크’를 안고서도 시도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테스트베드를 통한 시장 검증 같은 것이다. 스타벅스가 ‘그린티 라떼’를 한국에서만 시도해 본 뒤 반응을 살피며 일본과 동남아 등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이렇게 테스트를 하는 목적은 ‘해당 프로젝트가 시장에서도 정말 통할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성공’이란 결과를 얻기 위해 ‘될 만한 곳’에서만 테스트를 한다면, 또 우호적인 사람들만 모아 놓고 의도적으로 긍정적 분위기를 만들어 결과를 왜곡한다면 정작 중요한 본 게임에서 더 큰 실패를 맛볼 수 있다.
큰 차이를 만드는 ‘작은 변화’의 힘

그래서 오히려 더 ‘험한 곳’에서 ‘제대로 깨져보는’ 경험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와 같은 의도적 실패의 기회를 일부러라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앞으로 있을 더 큰 실패를 막기 위한 예방주사라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축구 선수 손흥민이 속한 구단으로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친숙해진 영국 프리미어 리그 소속 토트넘 핫스퍼도 작은 생각의 변화를 통해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선두권을 유지하는 구단을 이끌고 있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선수들에게 잠시도 ‘틈’을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5 대 0까지 스코어가 벌어져도 터치라인에 서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약팀을 만나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수도 있는 경기에서도 에이스를 교체 투입한다. 혹자는 이를 선수 ‘혹사’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포체티노 감독은 ‘존중’이라고 말했다.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고 ‘대충’ 경기를 하는 것은 상대 팀은 물론 경기를 보러 온 관중을 존중하는 자세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래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작은 것 하나까지 챙기는 자세는 ‘하면 좋은 것’ 이 아니다.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고객 그리고 자신과 함께 일하는 동료를 ‘존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들이 쌓여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8호(2019.04.01 ~ 2019.04.0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