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 50여 년 만에 젤리 형태로 출시…활명수는 패션 브랜드와 손잡고 티셔츠로 제작
미래 고객·인재 잡아라…제약회사에 부는 ‘영 마케팅’ 바람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제약 회사들은 건강과 관련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만큼 제품을 알리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소비자와 가장 가깝게 맞닿는 접점인 광고나 마케팅에도 ‘재미’보다 ‘신뢰’를 강조해 왔고 자연히 내부 분위기와 무관하게 ‘보수적’인 이미지로 굳어졌다.


이런 제약 회사들이 최근 변하고 있다.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고 신선함과 재미를 추구하는 ‘영(young)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우며 젊은 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잰걸음이 한창이다.

◆젊은 세대 기호 맞춰 제품 생산

제약 회사들이 영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잠재 고객 확보다. 의사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은 소비자가 익숙한 브랜드를 구매하는 성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 층을 적극 공략하는 배경에는 충성도 높은 미래 고객군을 끌어오기 위한 목적이 있다”며 “이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속적인 매출을 올리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뛰어난 인재들을 내부로 영입하기 위한 전략도 깔려 있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은 잘 알려진 회사에 입사하려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제약업계의 마케팅이 뛰어난 인재를 끌어오는 데 효과적”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제약 회사들 가운데 ‘영 마케팅’을 가장 활발하게 펼치는 곳은 동아제약이다. 1963년 출시돼 50년 넘게 명맥을 이어 가며 국내 피로 해소제의 대명사가 된 ‘박카스’를 전면에 내세워 젊은 층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동아제약이 지난해 박카스 맛 젤리를 출시한 것을 꼽을 수 있다. 내부적으로도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박카스는 출시 이후 외관 디자인을 바꾼 것 외에는 50년 넘게 지금과 같은 음료 형태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젊은 층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1020세대가 간식으로 자주 찾는 젤리 형태로 약 50년 만에 박카스의 변신을 결정했다는 것이 동아제약 측의 설명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기존 박카스를 즐겨 먹던 세대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 등 젊은 소비자에게 건강한 간식을 제공해 박카스 브랜드 친숙도를 높이고자 했다”며 “맛과 영양을 모두 고려해 박카스 젤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박카스 젤리 한 봉지(50g·12개)에는 박카스F와 동일한 양의 타우린 1000mg이 들어 있다.

타우린은 생체 아미노산의 일종이다.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고 박카스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또 젤리에는 타우린 외에도 비타민 B1·B2·B6도 함께 넣었다. 카페인도 첨가되지 않아 전 연령층이 먹을 수 있다.

또한 동아제약은 장난감과 화장품에까지 손을 뻗치며 박카스가 젊은 층에게도 친숙한 브랜드가 되도록 힘을 쏟고 있다.

◆패션·캐릭터와의 이색 협업 눈길

동아제약은 디자인 전문 쇼핑몰 ‘1300K(천삼백케이)’와 함께 박카스를 활용한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박카스를 주제로 옥스퍼드 블록 장난감과 타우린 마스크팩, 아이 마스크, 립밤 등을 선보인 것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이런 마케팅을 통해 박카스라는 브랜드에 신선함을 불어 넣고 호기심을 자극해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 층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동화약품 역시 12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부채표 활명수를 활용해 중·장년층을 넘어 젊은 층에게도 자사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래 고객·인재 잡아라…제약회사에 부는 ‘영 마케팅’ 바람
동화약품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주력 상품인 활명수는 최신 트렌드를 고려해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제품 디자인을 한정판 형식으로 계속 선보여 왔다. 인기 TV 프로그램과 협업하거나 유명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에는 제약업계 최초로 패션 업체(게스)와 손잡고 활명수 디자인을 넣은 티셔츠·데님팬츠·데님백 등의 제품을 선보여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협업 제품은 총 4개의 한정판으로 출시됐는데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단을 장악하며 빠르게 팔려나갔다.

이런 영 마케팅은 최근 들어 타깃으로 삼는 연령대가 더욱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유유제약은 올해 1월 어린이미술관 헬로우뮤지움과 함께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대표 상품인 ‘유판씨’ 제품 패키지에 슬라임 캐릭터를 적용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그리고 헬로우뮤지움과 유판씨 브랜드 인스타그램을 모두 팔로우한 헬로우뮤지움 입장객 1000명에게 이를 무료로 제공했다.

유유제약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유판씨 제품 포장에 헬로우뮤지움이 연구·개발한 예술 콘텐츠와 인프라를 접목할 계획이다.

현대약품도 최근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만화 ‘추리천재 엉덩이 탐정’ 캐릭터를 넣은 벌레물림 치료제 ‘버물리 플라스타’ 컬래버레이션 패키지를 선보였다.

‘버물리 플라스타’는 몸에 붙이는 패치형 제품으로 피부가 민감한 어린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이에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캐릭터인 ‘엉덩이 탐정’을 포장지에 넣어 제품을 출시하게 된 것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존 브랜드의 명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제약회사들의 타 업종과의 협업과 마케팅 혁신은 향후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3호(2019.09.23 ~ 2019.09.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