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49호 (2019년 11월 06일)

다시 살아난 ‘알츠하이머 신약의 꿈’…바이오젠, 세계 첫 개발 ‘재도전’

[BUSINESS FOCUS]

-국내선  메디프론·메디포스트 등 임상 중…성공 시 삼성바이오 위탁 생산 가능성 높아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미국 생명공학 기업 바이오젠이 지난 3월 임상 3상 중단을 선언했던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 물질(파이프라인) ‘아두카누맙’의 상업화를 재추진한다. 바이오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의 논의를 거쳐 내년 초 아두카누맙의 바이오 의약품 허가 신청(BLA)을 진행할 계획이다. 만약 바이오젠이 아두카누맙의 품목 허가 획득에 성공한다면 역대 최초로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 저하를 지연시키는 치료제가 된다.


10월 22일 제약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젠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아두카누맙 고용량을 투여받은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기억력·언어능력 등 인지 기능 저하를 유의미하게 늦췄다”며 “FDA에 품목 허가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바이오젠은 지난 3월 알츠하이머와 경증 인지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아두카누맙의 임상 3상이 무용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임상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바이오젠의 발표 후 RBC캐피털마켓츠의 브라이언 에이브래험스 애널리스트는 “완전히 무너졌던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의 꿈이 되살아났다”고 평가했다. 전일 종가 기준 올해 들어 25.7% 하락했던 바이오젠의 주가는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주당 323달러로 100달러 가까이 올랐다.


치매의 원인은 알츠하이머 증상을 포함해 혈관성 치매, 파킨슨병 초기 증상, 뇌종양, 두부외상 등이 있는데 중·노년기에 발생하는 치매의 대부분(60~70%)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알츠하이머형 치매)에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 노력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DI)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알츠하이머병 환자 수는 2013년 4400만 명에서 2050년 1억3500만 명으로 3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젠 주가 하루 만에 30%↑


2007년 스위스 뉴리뮨에서 확보한 아밀로이드 베타 항체인 아두카누맙은 치매 환자의 뇌 속에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많이 쌓이는 만큼 이를 제거하면 알츠하이머를 개선할 수 있다는 가설을 근거로 개발돼 왔다. 2015년에는 임상 1상 결과를 냈고 FDA 신속 심사 대상에 지정되며 주목 받았다.


아두카누맙이 임상 3상에 성공하고 신약 개발까지 이어지면 한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된 환자는 약 5000만 명으로 추정되지만 아직까지 질병 진행을 늦추거나 증상을 회복시키는 치료제가 허가받은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셸 보나토스 바이오젠 최고경영자(CEO)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 저하를 지연시키는 최초의 치료제를 제공하게 되길 기대한다”며 “아밀로이드 베타를 노리는 접근 방식의 잠재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FDA의 승인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데이터가 모호해 FDA가 승인을 내기 전에 다른 말기 효능 연구 데이터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수년간 승인이 미뤄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승인한다고 하더라도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불하기 전에 이 약이 질병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발에 성공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신약 위탁 생산(CMO)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지속적인 투약이 중요한 만큼 엄청난 물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바이오 의약품을 그 정도로 위탁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전 세계적으로 베링거인겔하임·론자·삼성바이오로직스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중 최근 공장을 증설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한 두 업체는 가용 용량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의약품 위탁 생산 업체의 현재 생산 가용 용량 상황,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관계를 볼 때 바이오젠이 아두카누맙 개발에 성공한다면 대부분의 물량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할당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령제약·동아에스티 등 대형제약사도 도전


국내 제약사들 역시 줄기세포·천연물·펩타이드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두카누맙의 임상 성공으로 국내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은 메디프론이다.
메디프론은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 억제제로 관련 신약을 개발 중이고 메디포스트와 차바이오텍 등이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또 아이큐어·보령제약·대웅제약 등은 패치제 형태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밖에 대웅제약·동아에스티·일동제약 등이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메디포스트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와 예방을 목적으로 ‘뉴로스템’이라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동종 제대혈 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주성분으로 한 치료제다. 메디포스트 관계자는 “줄기세포가 다양한 경로로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을 제거하고 신경계 세포를 재생시키는 등 ‘멀티 작용’을 하기 때문에 이제까지의 단일 기전의 후보 물질들과 차별화된 치료 효능을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디프론은 ‘MDR-1339’라는 이름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메디프론 관계자는 “독성을 발현하는 뇌 속의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에 직접 작용해 응집을 풀어주고 새로운 응집을 저해함으로써 뇌세포 사멸을 가져오는 독성을 막아주며 분해된 베타아밀로이드는 LRP-1(수송체 단백질)을 통해 뇌 밖으로 배출되는 기전”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큐어는 한국을 포함한 4개국에서 도네페질 치매 패치제 개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아이큐어는 치매 패치제 이후 독자적인 경피 약물 전달 시스템(TDDS : Transdermal Drug Delivery System)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신경계·당뇨병·통증질환 영역으로 적응증을 계속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보령제약은 2016년 라파스와 치매 치료제 ‘도네페질 마이크로니들 경피 제제(패치)’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한 뒤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했다. 보령제약은 비임상시험과 임상시험을 담당하고 전 세계 판권을 보유하게 되며 라파스는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제조 원천 기술을 활용해 제조와 공급을 담당하게 된다.


동아쏘시오그룹은 2013년 치매 전문 연구센터 동아치매센터를 설립했다. 현재 동아치매센터에서는 동아에스티·삼성서울병원·차의과대학·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함께 치매 환자 유래 역분화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매 질병 모델을 개발해 치매 진단과 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향후 새로운 치매 타깃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웅제약도 도네페질을 기반으로 한 패치 형태와 주사제 두 종류의 치매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hawlli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9호(2019.11.04 ~ 2019.11.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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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11-0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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