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순이익 84.3% ‘껑충’ 업계 최고 증가율
-하나금융지주 유상증자 참여
-4월 초대형 IB 지정 신청 예정
자기자본 4조 ‘초대형 IB’로 가는 하나금융투자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하나금융투자가 초대형 투자은행(IB) 대열에 합류한다.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하나금융투자에 유상 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증자가 마무리되면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4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면 금융 당국으로부터 초대형 IB로 지정받을 수 있다. 이후 발행 어음 등 단기 금융업 사업 인가를 거쳐 자기자본의 2배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10% ROE 달성 목표로 수익 다변화에 속도

하나금융지주는 2월 4일 이사회를 열고 하나금융투자의 4997억원 유상 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하나금융투자가 주주 배정 방식으로 유상 증자를 하면 하나금융지주가 참여하는 형식이다. 청약과 납입일은 3월 26일이다.

증자가 마무리되면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3조4751억원(2019년 12월 말 기준)에서 약 4조원으로 늘어난다. 하나금융투자는 1분기 순이익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오는 4월께 초대형 IB 지정 신청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2016년 제도 도입 후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에 이은 여섯째 초대형 IB의 탄생이다.

하나금융투자는 2016년 이진국 사장 취임 직후부터 초대형 IB 입성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해 왔다. 사업부문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산관리(WM)와 IB·연금 신탁 부문 등 각 영업그룹장을 하나은행과 겸직하도록 하는 등 그룹 컬래버레이션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자기자본 4조 ‘초대형 IB’로 가는 하나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는 CS리더·혁신리더·소통리더 제도를 신설해 변화와 혁신의 DNA를 확산하는 데도 주력했다. 시니어의 전력화, 차석자의 과감한 발탁, 여성 인력 활성화 등 3대 인사 원칙 아래 인적 쇄신을 추진하기도 했다.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의 연결 기준 순이익은 2016년 866억원에서 2017년 1463억원, 2018년 1521억으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84.3% 증가한 280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초대형 IB에 맞설 수 있는 ‘빅5 기반 구축’이라는 전략적 목표 아래 회사 전원이 합심해 지난해 업계 최고의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며 “자기자본이익률(ROE) 8.4%에 이어 올해에는 10%대 ROE 달성을 위한 수익 다변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질 개선과 지속 성장을 위한 하나금융투자의 노력에 하나금융지주도 지속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그룹 내 비은행 비중 확대 등을 목표로 지난해 3월과 11월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통해 하나금융투자를 지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를 기반으로 자기자본을 3조원 이상으로 늘렸다. 지난해 7월 국내 증권사 중 여덟째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지정되며 초대형 IB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자기자본 4조 ‘초대형 IB’로 가는 하나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추가로 늘어난 자기자본을 기업금융(IB)·세일즈앤드트레이딩(S&T) 등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최근 증권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브로커리지(위탁 매매)에서 IB와 S&T 중심의 자본 투자형 모델로 변화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도 지난해 증자 이후 이들 사업 부문의 수익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하나금융투자가 방점을 두는 분야는 IB 부문이다. 빅딜 수주를 위한 프로젝트 지분 공동 참여와 기업금융 활성화 등 IB 부문의 강화를 위해 늘어난 자금을 우선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인프라·발전·물류 등 해외 대체 투자와 도심 재생 등 국내 대형 정책 지원 사업 등의 우량 자산에 전략적으로 선별 투자해 사업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은행·생명·캐피탈·대체투자·자산운용 등 하나금융그룹 내 모든 관계사가 협업해 대체 투자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해외 사업 영역을 베트남·중국 등으로 확장해 글로벌 IB 수익 비율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S&T 부문에서는 트레이딩 기초 자산을 다변화해 운용 수익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글로벌 부문은 성장성이 높은 신남방 국가를 중심으로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한 투자를 검토한다.

하나금융투자는 초대형 IB 입성을 앞두고 최근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연금 신탁그룹 신설, IB그룹 확대, 리테일 조직 구조 개선 등을 완료했다. 사업 부문 간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향후 초대형 IB 지위를 획득하고 신사업의 진행 속도에 따라 관련 조직 신설을 비롯해 추가 인력 확보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진국 사장 “2022년 자기자본 5조 달성”

하나금융투자는 초대형 IB 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도 추진한다. 하나은행과 함께 추진 중인 복합 점포 확대 전략이 대표적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12월 서울 삼성동금융센터와 강남파이낸스골드클럽, 원주지점 등 복합 점포 3곳을 오픈했다. 이들 점포에서는 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 소속 직원이 하나금융그룹의 자산 관리 서비스를 고객에게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하나금융투자는 향후 전 지점의 복합 점포화를 추진해 고객 중심의 협업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리테일 부문 수익 구조 개선도 올해 하나금융투자가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2020년을 ‘자산 관리 명가’ 재건의 원년으로 삼고 중소·중견 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홀테일(홀세일+리테일)’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리서치센터를 활용해 고객의 해외 투자 자산 커버리지를 확대하는 데도 힘을 쏟는 중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해외 자산 부실과 사모펀드 사태 등을 막기 위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는 중이다. 해외 투자 자산에 대한 심사 프로세스를 강화하는 등 고객 자산의 안정적 수익 창출과 관리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진국 사장은 “창을 베고 자면서 아침을 기다린다는 뜻인 ‘침과대단’의 각오로 투구의 끈을 더욱 단단히 매 2022년까지 자기자본 5조원, 연간 순이익 5000억원을 달성하는 ‘비전 2255’의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4호(2020.02.17 ~ 2020.02.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