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경기 불황에도 유명 해외 명품 업체의 국내 법인은 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업체는 물론 작년 매출액이 1000억 원대를 훌쩍 뛰어넘는 업체들도 있다. 반면 매출액 감소와 부진한 실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한 업체도 눈에 띄었다. 해외 명품 업체 간의 양극화가 나타나는 까닭은 각 브랜드가 세운 전략에 있었다.

작년 가장 많은 매출액을 기록한 곳은 루이비통코리아다. 액수는 무려 4973억 원으로 5000억 원에 육박한다.

비결은 다름 아닌 ‘고가 상품 판매’에 있었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의 바람이 불면서 더욱 양극화된 소비자의 구매 패턴, 소득, 소비 심리에 주목했다. 불황일수록 고액 자산가들은 명품 소비를 늘리면서 차별화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일명 ‘3초백(길거리에서 3초에 한 번씩 볼 수 있다는 의미)’으로 인지도를 높인 루이비통이 300만~400만 원대의 고가 상품을 출시하면서 수요는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었다.

2위를 차지한 구찌그룹코리아의 작년 매출액은 2960억 원가량이다. 2010년 매출액 2731억 원에 비하면 8.39% 증가했으나 최근의 부진한 실적을 겨우 면한 수준이다.

구찌의 위상은 소비자 불만 증가, 브랜드 가치 하락 및 면세점에서의 좁아진 입지로 점차 하락했다. 2008년부터 작년 10월까지 구찌의 소비자 불만 건수는 428건으로 경쟁 업체보다 2~4배 정도 많다. 작년에는 실적이 낮아지면서 국내 면세점에 수수료 10% 인하를 요구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신라면세점의 2개 점포까지 사라진 상황에서 구찌는 경쟁 업체들에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작년 초 론칭한 온라인 스토어와 구찌옴므·구찌칠드런이 매출액 상승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롯데면세점 루이뷔통매장/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100705....
롯데면세점 루이뷔통매장/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100705....
소비 심리 공략한 루이비통 ‘웃음꽃’

3위 베네통코리아는 2010년 1451억 원에서 작년 1651억 원으로 매출액이 성장했으나 올 초 상장폐지에 이르렀다. 베네통은 원색 위주의 강렬한 색상과 파격적인 광고를 트레이드마크로 삼는데 성공했지만 그것을 실제 구매로 이끌어가지 못했다. 30여 년간 이어진 브랜드 이미지가 소비자들의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경쟁 업체들이 아시아 국가를 공략할 때도 베네통은 매출의 80%가량을 유럽에, 50% 정도를 본국인 이탈리아에 의존했다. 이로써 베네통은 유럽발 경제 위기 당시 직격탄을 맞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시장에서도 뒤처지게 됐다.

반면 스와치그룹코리아(4위)는 작년 사상 최고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스위스 프랑의 절상에도 눈에 띄는 성과를 얻게 된 것은 스와치그룹코리아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수요의 변화를 빠르게 읽어낸 점에 있다. 스와치는 특히 중국을 최우선 공략 국가로 삼고 투자를 확대해 판매율을 높였다. 또한 브랜드 티소는 중가 시장까지 입지를 넓혀 매출액 신장에 기여했다. 실적이 성장한 타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기업 경영에 머무르지 않는 유연성과 소비자의 필요에 주목한 점이 비결이었다.
2011년 해외 명품 업체 국내 법인 실적, 루이비통 단연 선두…스와치 ‘약진’
박혜인 인턴 기자 pi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