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 하나로 성공 신화 쓴 구자신 회장…차남 구주 매출로 지분 매각

[이 주의 인물 업 앤드 다운] 쿠쿠전자 공모주 청약 4조4000억 대박
쿠쿠전자의 창업자는 구자신 회장으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과는 10촌 간이다. 쿠쿠전자가 범LG가로 분류되는 배경이다.


전기밥솥 부동의 1위 쿠쿠전자가 금융위원회에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선언한 것은 6월 27일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7월 29~30일 상장 주간사인 우리투자증권의 발표에 따르면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주 청약에 4조4631억8652만 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렸다. 청약증거금은 공모주를 청약할 때 내야 하는 돈으로, 청약 금액의 50%에 해당한다. 49만168주 모집에 총 8583만 주의 신청이 들어온 결과였다. 경쟁률은 175.1 대 1에 달했고 4조 원이 넘는 청약증거금은 올해 공모주 가운데 BGF리테일에 이어 둘째이자 역대 기록으로도 7위에 해당한다.

쿠쿠전자의 상장 대박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70%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 15년째 국내시장 1위 등 전기밥솥 하나로 2013년 매출액 5088억 원, 영업이익 692억 원을 올린 알토란같은 기업이 바로 쿠쿠전자다. 쿠쿠전자의 창업자는 구자신(73) 회장으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과는 10촌 간이다. 쿠쿠전자가 범LG가로 분류되는 배경이다.

1978년 성광전자주식회사를 세운 구자신 회장은 창립 첫해부터 당시 금성사의 밥솥 사업 부문을 맡아 주문 생산에 들어갔다. 지금으로 보면 LG전자의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업체로 출발한 것이다. ‘쿠쿠’라는 자체 브랜드를 선보인 것은 1998년 들어서다. 2004년부터는 업계 2, 3위였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기밭솥 사업부문을 접으면서 독주 체제를 더욱 확실히 갖추기 시작했다.


LG전자 OEM으로 창업
현재 구 회장과 함께 회사를 이끄는 이는 장남인 구본학 사장이다. 구 사장은 현재 쿠쿠전자의 지분 33.1%(324만5380주)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나머지 지분은 창업주인 구 회장이 9.32%, 차남인 구본진 씨가 29.36%를 보유 중이다. 이번 쿠쿠전자 상장은 신주 발행이 전혀 없는 구주매출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을 내다 파는 방식을 말한다. 이러면 주식을 내다 판 주주에게 매출 금액이 100% 돌아가게 되는데, 구본진 씨는 보유 지분 287만7980주의 절반에 해당하는 147만여 주를 내놓았다. 구주 매출 후 구본진 씨가 손에 쥐는 현금은 1529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일찍부터 장남인 구 사장에게 가업을 물려줄 계획을 세웠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쿠쿠전자라는 독립 브랜드를 선보이며 승부수를 던진 것은 구 사장의 결단이었다. 한편 거액의 현금을 쥔 차남은 새로운 사업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아버지 구 회장이 기업 상장을 통해 장남에겐 가업을, 차남에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줬다는 게 업계 이야기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