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플로서·피셔 총재 내년 초 잇따라 퇴임…조기 금리 인상론 수면 밑으로

[GLOBAL_미국] ‘성장 중시’ 비둘기파로 채워지는 Fed
“매는 날아가고 비둘기만 남아 있다.”

최근 뉴욕 월가에서 미 중앙은행(Fed)을 두고 이런 말이 돌고 있다. Fed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성장보다 물가 안정을 중시하는 ‘매파’ 위원이 떠나고 ‘비둘기파’로 채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FOMC 내 대표적인 ‘매파’로 분류되는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가 내년 3월 퇴임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66세인 플로서 총재의 임기는 2016년까지다. 하지만 지역 연방은행 총재는 통상 65세가 되면 물러나는 관행에 따라 퇴임하기로 했다고 한다. 플로서 총재는 과도한 통화량 증대가 인플레이션 압력과 자산 거품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지난 두 차례 FOMC 회의를 포함해 모두 6차례에 걸쳐 Fed의 양적 완화 및 초저금리 유지 결정에 반대표를 던졌다.

플로서 총재의 퇴진으로 내년 이후 Fed 내 ‘매파’가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매파로 분류되는 리처드 피셔(65)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도 내년 4월 퇴임하기 때문이다. 후임으로 누가 선임될지 모르지만 재닛 옐런 Fed 의장이 ‘슈퍼 비둘기파’인 점을 감안하면 Fed의 비둘기 색채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월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옐런 의장은 9월 17일 FOMC에서 시장 일각에서 제기돼 온 조기 금리 인상론을 잠재웠다. 우선 FOMC 성명서에서 지난 3월부터 써 온 금리정책의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 즉 ‘양적 완화 종료 후에도 상당 기간(for a considerable time)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문구를 단 한 자도 고치지 않았다. 일부 매파 위원들은 여러 차례 ‘상당 기간’이란 표현을 삭제해야 Fed가 좀 더 유연하게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 문구의 삭제 또는 수정이 조기 금리 인상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여겨졌었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당 기간이라는 표현이 삭제되거나 바뀔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FOMC는 시장의 이런 예상을 깨고 비둘기파 기조를 그대로 유지했다. 따라서 Fed의 기준 금리 인상 시기는 2015년 3월보다 6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FOMC, 올해 성장률 전망 낮춰
옐런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시기를 섣불리 예단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상당 기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의 질문에 대해 “달력상의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기계적인 해석은 없다. 상당히 조건적이고 FOMC의 경기 판단과 연관돼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 시기는 향후 경제지표에 달려 있고 시장 참가자들은 이 점을 명심하는 게 정말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금리를 조기에 인상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물론 옐런 의장이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100% 차단한 것은 아니다. 그는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면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옐런 의장이 고용시장을 평가한 대목에서는 비둘기파 색채가 더욱 두드러졌다. 그는 고용시장이 한층 더 개선됐다면서도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 노동 인력이 아직 상당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6월 기자회견의 표현 그대로였다. 금리정책에 대한 옐런 의장의 큰 그림이 바뀌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FOMC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의 2.1~2.3%에서 2.0~2.2%로 낮췄다. 2015년 성장률은 3.0~3.2%에서 2.6~3.0%로 낮아졌고 2016년 성장률 전망치도 2.6~2.9%로 내렸다.


워싱턴 =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