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제 신뢰도 역대 최저, 체감 경기 개선에 안간힘

[GLOBAL_미국] 호경기 불구 인기 바닥…오바마의 딜레마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8일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4%에서 3.3%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도 4.0%에서 3.8%로 낮췄다. 상반기 예상보다 부진한 성장률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주요 신흥국의 성장 둔화세를 반영한 것이다. IMF는 그러나 고용 시장의 강한 회복세 등을 감안해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종전보다 0.5% 포인트 높은 2.2%로 상향 조정했다. 세계 주요 경제의 엔진이 식어가고 있지만 미국의 엔진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는 진단이다. 글로벌 경제가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타이거 지수’ 보고서를 통해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과 신흥국이 성장 모멘텀을 잃어버렸다”며 “글로벌 경제가 지금처럼 미국에만 의존해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타이거 지수는 브루킹스연구소와 파이낸셜타임스가 공동으로 글로벌 경기의 회복세를 측정하는 지표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로존의 3대 국가인 독일·프랑스·이탈리아의 경제는 성장이 멈췄고 오히려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재정 적자 만회를 위한 소비세 인상에 발목 잡혀 경제가 다시 위축되고 있다. 중국은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고 브라질과 러시아 경제는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이와 달리 미국 경제는 고용·투자·수출 등이 일제히 개선되고 있다. 9월 실업률은 5.9%를 기록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6% 밑으로 떨어졌다. 수출 증가에 힘입어 지난 8월 무역 적자는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처럼 미국이 글로벌 경제의 ‘우등생’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미국인들의 평가는 집권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미 경제 전문 방송인 CNBC가 지난 10월 8일 발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24%에 불과했다. 이는 2013년 6월 조사 때의 33%보다 낮은 것이다. 응답자의 74%는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뿐만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민주당원 중에서도 45%만이 오바마의 경제정책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서민 소득 제자리 ‘체감 경기 싸늘’
오바마 경제정책의 신뢰도가 낮은 주된 이유는 일반 국민들이 경기 회복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79%가 ‘경제가 그저 그렇거나 좋지 못하다’고 답했다. 이는 2분기 경제성장률 4.6%,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실업률(9월 5.9%), 오바마 집권 기간 150%의 주가 상승률 등 각종 거시경제 지표 호전과는 아주 동떨어진 결과다.
지표 호전과 달리 체감 경기가 싸늘한 것은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임금 인상이 정체되는 등 일반인들의 소득수준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9월 고용 통계를 보면 관리직을 제외한 근로소득자의 시간당 임금은 평균 20.67달러였다. 두 달째 제자리걸음이다. 1년 전 대비 임금 상승률은 2.3%로 물가 상승률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통상 경기 회복기에는 임금 인상률이 인플레이션을 웃도는 게 정상인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정규직보다 임시직·저임금 일자리가 늘어난 게 주된 이유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 정부의 법정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고 있는 것은 경제 회복의 온기가 윗목에서 아랫목까지 퍼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워싱턴 =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