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종료까지 40일 남아…계류된 경제활성화법안 어떻게}
[ECONOPOLITICS] ‘일하지 않는 국회’ 오명 씻으려면
(사진) 지난 3월 2일 국회에서 열린 본 회의장 모습.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300명(지역구 253명, 비례대표 47명)의 새로운 국회의원들이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연임에 성공했거나 처음 당선되는 등 다양한 의원들이 선출됐다.

16년 만의 여소야대 상황을 맞아 주요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맞붙을 공산도 크다. 가뜩이나 19대 국회는 각종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터다. 20대 국회에선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대 국회는 역대 최저의 법안 가결률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일하지 않는 국회’,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 역할을 하며 입법 기능을 가진 국회가 본연의 의무에 소홀했다는 평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총 1만7757건의 법안 중 4월 13일까지 7683건이 처리됐다. 법안 가결률은 43.3%로 17대 국회(56.8%), 18대 국회(53.5%)와 비교해 역대 최저의 가결률을 기록했다.

◆19대 국회 법안 가결률 ‘역대 최저’

가결률이 이처럼 저조한 것은 의원들이 입법 건수를 자신의 의정 실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존 법안의 내용만 살짝 바꾼 법안을 경쟁적으로 내놓은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또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편승한 법안도 많았다.

예를 들어 의원들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 중대한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여야 할 것 없이 서로 엇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했다.

‘대안 반영 폐기’ 법안 건수가 이런 사정을 뒷받침한다. 대안 반영 폐기는 법안의 취지는 같지만 내용이 다를 때 별도의 대안 하나를 마련해 각각의 내용을 반영한 뒤 나머지 법안을 폐기하는 것을 말한다. 19대 국회 본회의의 대안 반영 폐기 건수는 총 4480건으로 18대 국회 때보다 635건 늘어났다.

법안을 처리하는 속도도 가장 늦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지난 3월 29일 발표한 ‘규제 개혁 과제의 입법 효율성 분석 및 경제 활력 제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19대 국회의 법안 1개의 평균 처리 기간은 517일로 역대 국회 중 가장 길었다. 15대 국회는 210.1일, 16대 272.9일, 17대 413.9일, 18대 485.9일이었다.

양금승 한경연 산업연구실장은 “다음 국회는 ‘일하는 국회’로 거듭났으면 한다”며 “현재 저성장 국면에서 마이너스 성장으로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므로 경제 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 실장은 “자칫 잘못하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면서 “19대 국회가 공식 일정을 마치려면 오는 5월 29일까지 아직 한 달 넘게 시간이 남았으므로 일단 경제부터 살렸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19대 국회의 이런 업무 태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수도 없이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19대 국회에서 지연 통과된 법안과 불발된 법안을 열거하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제20대 국회의원 총선 전날인 4월 1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마린테크노가 활용한 크라우드펀딩법(자본시장법 개정안)도 2년이 지나 국회를 통과했다”며 “진작 처리됐더라면 이번 마린테크노 같은 기업들이 순방길에 함께 오르면서 성공 사례도 훨씬 더 많이 창출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린테크노는 박 대통령의 멕시코 순방을 수행한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95개 기업들 중 하나로, 전남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한 기업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일대일 비즈니스 상담을 통해 수출에 성공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일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크라우드펀딩법은 올해 1월 25일부터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관한 일부 개정안(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뜻한다. 해당 개정안은 크라우드 펀딩 관련 조항을 위주로 개정됨에 따라 ‘크라우드펀딩법’으로 불린다.

원종현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입법조사관은 “크라우드펀딩법이 마련되면서 일반 대중의 자산을 첨단 중소기업 등의 창업 지원에 직접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채널이 조성됐다”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자금의 선순환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하지만 투자에서 감독 기관의 통제를 받지 않아 소비자 보호의 취약성을 내포하는 문제점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활성화법안’ 표류하나

청와대가 가장 많이 공을 들인 법안은 바로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무려 4년 8개월이 되도록 법 처리가 안 돼 지금도 매일 일자리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며 “정부가 일자리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법안 등이 국회에 번번이 가로막히는 현실을 보면서 지금 국민과 기업들은 가슴이 미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만들어 5년마다 기본 계획과 연도별 시행 계획을 수립, 연구·개발 성과에 대해 정부 인증과 자금, 세제 지원 등을 제공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법이다. 또한 중점 육성 서비스산업을 선정해 규제를 개선하고 서비스산업 특성화 학교와 전문연구센터를 건립하는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고용의 70%, 생산의 60%를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의 발전이 더 이상 지체돼서는 우리 경제의 상승 모멘텀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통과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여소야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19대 국회에서 이런 경제활성화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지 여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ECONOPOLITICS] ‘일하지 않는 국회’ 오명 씻으려면
henr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