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 작업은 효율성 낮아…주의력 떨어지고 기억력 감소}
[김진국의 심리학 카페] 업무 효율 높이려면 ‘한 번에 한 가지씩’ 뇌는 선택과 집중을 원한다
[김진국 문화평론가·융합심리학연구소장] 필자는 언젠가 러시아워 시간대에 길게 늘어선 자동차 행렬이 ‘섰다 가다’를 반복하며 느리게 움직이는 틈을 타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다가 하마터면 큰 교통사고를 낼 뻔했다.

몇 년 전 모 대학의 여학생은 교정에서 양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태블릿 PC를 보고 가다가 안타깝게도 셔틀버스에 치여 숨지는 참변을 당한 일이 있었다. 이후 교정에서는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멀티태스킹의 ‘함정’

사진작가이자 디자이너인 후배 A의 작업실에 갔다가 필자는 깜짝 놀랐다. 그의 책상에는 두 대의 대형 컴퓨터 모니터가 놓여 있었다. 옆에는 노트북 컴퓨터와 태블릿 PC가, 다른 쪽에는 스마트폰 두 대가 나란히 놓여 있다.

그는 묵음으로 동영상을 보는 동시에 음악을 들으면서 두 가지의 서로 다른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다른 크고 작은 모니터를 통해e메일을 확인하거나 한꺼번에 열댓 명의 각각 다른 사람들과 동시에 문자 채팅을 하면서 음성 전화를 받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필자도 한 번에 많은 모니터를 사용하는 편이지만 그건 오로지 특정 주제로 글을 쓸 때 효율을 높이려는 목적뿐이어서 전형적인 멀티태스커인 A와는 양태가 다르다. 물론 A의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은 직업 때문이 크다.

의뢰받은 여러 건의 작업이 마감일에 쫓기면서 디자인 초안이나 수정본을 놓고 e메일이나 문자 메시지 혹은 음성으로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까마득한 원시시대 우리 조상들은 남자는 사냥에 최적화돼 있었고 여성은 채집에 최적화돼 있었다. 사냥에 나선 남성 전사가 사자나 매머드를 사냥하는 데 한눈을 팔았다가는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진 여성이 엉뚱한 데 정신이 팔려 각종 열매가 달린 나무의 위치를 기억하지 못했다고 치자. 바구니가 텅 빈 채 귀가하면 집에서 기다리는 어린 아이와 노인네는 몽땅 굶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멀티태스킹은 효과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멀티태스킹의 효과는 별로 없다. 우리 뇌는 최소의 에너지로 최대의 효율을 내고 싶어 한다. 앞서 말한 원시시대의 사냥꾼이나 채집가처럼 우리의 뇌는 선택과 집중을 선호한다.

걸으면서 껌을 씹는다든지 하는 일처럼 단순하고 습관적인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전화를 받으면서 낙서를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반응을 나타내는 뇌의 부위가 다른 경우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음악을 들으면서는 가벼운 만화책도 집중해 읽지 못하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으면 일의 능률이 오히려 더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방송통신대의 학술 강좌와 어려운 책 읽기를 동시에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요한 문서를 기안하면서 동시에 문자 텍스트로 가득한 e메일을 확인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효율성이 떨어진다.

많은 연구들은 한결같이 멀티태스킹의 비효율성을 지적한다. 주의력을 떨어뜨리고 기억력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다중(多重) 작업을 할 경우 하나의 작업에 집중할 때보다 효율이 최소 3분의 2 이하로 떨어진다고 한다.

우리 뇌의 앞쪽 전두엽에 배외측 전전두피질이라는 부위가 있다. 이 피질은 작업 기억과 주의 집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특정한 주제에 집중할 때 이 부위는 반드시 활성화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멀티태스킹을 할 때는 이 부위가 활성화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다중 작업이 집중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의사 결정 관장’ 전전두피질 손상시킬 수도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따르지 않고 지속적으로 멀티태스킹을 하면 뇌의 손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 부위가 손상될 수도 있고 의사 결정의 최고경영자(CEO)라고 할 수 있는 전전두피질 부위가 손상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지식을 얻기도 힘들어지고 심지어는 ‘거짓주의력결핍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장애에 걸리면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찾아 헤매지만 정작 정보의 본질적 내용에는 집중하지 못한다. 마치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헤매지만’ 정작 먹이는 얻지도 못하는 하이에나 신세가 되어버리는 셈이다.

뇌과학이나 인지심리학을 연구하는 이들은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려고 하다가는 효율성만 떨어지니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하나 집중해 처리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효율성을 높인다고 충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