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덕 오케이아웃도어닷컴 사장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작을 앞두고 있던 1999년, 금방이라도 천지가 개벽할 것 같이 들뜬 분위기였지만 한 남자의 품에는 ‘사직서’가 들어 있었다. 그것도 ‘삼성물산’이라는, 샐러리맨이라면 누구나 부러워 할 대기업에 던질 사표였다.

“조직 생활에 회의가 들었습니다. 무엇이든 주도적이고 창의적으로 하는 일을 좋아하는데, 조직은 그런 튀는 인재를 원하지 않았어요. 10년, 20년 후의 제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아웃도어 시장의 네이버’로 불리며 관련 온라인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오케이아웃도어닷컴(www.okoutdoor.com, 이하 오케이아웃도어)’ 장성덕(42) 사장의 이야기다. 2000년 초 ‘창업’을 하기 전까지 그는 삼성물산 직원이었다.

일본에서 공부한 덕에 일본어에 능통했고 회사에선 일본인 고문의 오른팔 역할을 했다. 꼼꼼한 성격으로 사내에서 인정도 받았다. 하지만 윗사람 잘 모시고, 동료들과 불협화음을 일으키지 않는 원만한 직장 생활은 그가 꿈꾸던 것이 아니었다.

남들은 들어가지 못해 안달인 회사에 과감하게 사표를 던질 수 있었던 건 ‘자신감’ 때문이었다.

“어릴 때부터 힘든 아르바이트만 골라 했어요. 벽돌과 자갈을 나르며 ‘노가다’도 뛰고 목욕탕에서 때도 밀어봤죠. 당장 무엇을 하겠다는 계획은 없었지만 트럭을 몰고 야채를 팔든, 시장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든 1등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밑바닥을 경험해 봤기 때문이죠.”

회사를 그만두고선 제일 잘 알고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 마음먹었다. 웬만한 레저 스포츠를 섭렵할 정도로 만능 스포츠맨인 그가 특히 좋아했던 건 산이다. 일본 유학 중에도 돈 걱정 없이 산을 타기 위해 장학금을 받아냈던 그였기에 등산 관련 정보 사이트를 열었다.

인터넷의 무한한 가능성이 막 조명을 받던 시기여서 그 역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빠져들었다. 가진 돈을 탈탈 털어 마련한 3700만 원. 사당동에 17㎡(5평)도 채 안 되는 사무실을 얻어 등산 관련 정보 사이트를 열었다.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대학생 두 명을 ‘아르바이트’로 두고 어르고 달래 두 달 만에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제대로 잔 날을 손에 꼽을 정도로 미친 듯이 일했습니다. 정보 사이트만으로는 투자가 안 돼 석 달 뒤 오케이아웃도어닷컴을 열었죠. 남들은 몇 년 걸리는 사이트를 6개월 만에 두 개나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오퍼상이었다. 고객의 주문을 받으면 해당 브랜드 매장에 달려가 판매가보다 조금 더 싼 가격에 구입해 팔았다. 큼직한 배낭을 메고 가서 주문받은 물건을 담아오는 것이 당시의 주요 일과였다. 그로부터 10년 후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온라인 쇼핑몰의 최강자가 되기까지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위기도 있었다.

장 사장의 취미는 ‘생각하기’다. 헛된 공상이나 상상은 물론 아니다. ‘어떻게 하면 좀더 효율적일까’를 끊임없이 생각한다. 그의 머릿속을 항상 채우고 있는 효율의 물음표는 매출 2000배 성장이라는 신화의 배경이 되었다.

5평 사무실서 오퍼상으로 시작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 “더 나은 시스템이 있다면 신고하십시오”
효율을 생각하다 보니 오케이아웃도어의 직원 1인당 순이익은 어떤 경쟁사도 따라오기 힘든 수준이다. 장 사장이 항상 강조하는 것도 1인당 순이익이다. A와 B기업이 똑같이 1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해도 인원수가 적은 곳이 정말 강한 기업이라는 인식이다.

모든 업무에서 극대화된 효율을 거두고 어떤 경쟁사보다 강한 기업. 이를 가능하게 한 세 가지는 ‘시스템·역발상·실행력’이다.

오케이아웃도어는 철저하게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회사다. 5만여 종에 이르는 방대한 재고관리는 물론 각종 재무회계, 직원들의 출퇴근과 외근 현황, 명함 관리까지 정해진 자체 시스템과 솔루션에 의해 이뤄진다. 심지어 마지막 ‘땡처리’까지 시스템이 관장한다.

“시스템만 확실하면 정확하고 군더더기 없는 업무가 가능합니다. 외부에서 돈 주고 산 솔루션은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 자체 개발했죠. 제가 직접 만든 것만도 300개가 넘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 가보면 시스템의 힘을 실감할 수 있다. 바코드가 붙어 있는 각각의 행어는 걸려 있는 제품의 종류와 가격, 사이즈를 명확히 구분해 준다. 5만 개가 넘는 상품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관리할 수 있는 노하우다. 마지막 마진까지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그에게 재고는 짐이 아닌 재산이다.

업계에선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역발상’도 성공의 열쇠다. 오케이아웃도어만의 진짜 차별점은 ‘100% 사입’에 있다. 판매 여부와 상관없이 물건 값을 모두 지불하고 사들이는 방식이다. 게다가 즉시 결제까지 해주니 협력사 입장에선 이만큼 확실한 사업 파트너도 없다.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 모든 부담을 져야 하지만 시스템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있었기에 과감하게 사입을 결정했다. 국내 최저가 130% 보상제, 위조품 300% 보상제, 3년간 애프터서비스(AS) 보장 등도 자신감에서 나온 대표적인 역발상 마케팅 사례다.

국내에선 유일한 본격적 의미의 ‘카테고리 킬러 숍’이 가능한 것도 발상의 전환 덕분이다.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모든 상품들을 사이즈·용도·종류·성별 등으로 분류해 전시한다.

한 가지 브랜드만 판매하는 기존 대리점이나, 대리점을 몇 개 모아 놓은 백화점·할인점과는 완벽히 차별화된 방식이다. 장 사장은 기존 유통 방식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독자적인 채널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완벽한 시스템과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더라도 결국은 사람의 힘이 일의 성패를 결정한다. 사업을 실행할 추진력이 없다면 도루묵이 되기 십상이다.

“10분 이상 넘어가는 회의는 거의 없습니다. 결정을 빨리 내리는 편이죠. 그래서 때로는 ‘경솔하다’는 소리도 듣습니다. 하지만 실수했을 때 바로잡는 속도도 그만큼 빠르죠. 직원들에게도 즉시 변화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강조합니다. 제겐 상식이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이 많지는 않아요.”

장 사장은 오는 9월 130여 명의 전 직원들과 함께 태국 푸껫으로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매일 욕하고 괴롭히기만 해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다들 퇴직할 것 같다”는 엄살. 하지만 창립 10주년과 매출 1000억 원대를 눈앞에 두게 된 노고를 자축하는 자리라는 것을 모든 임직원들도 알고 있다.

“모바일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입니다. 하지만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겁니다. 웹 개발만 해도 할 게 천지인데, 모바일까지 개발할 여력이 있는 업체가 많지 않거든요. 자본금이 확실한 몇몇 기업이 시장을 독식하겠죠. 오케이아웃도어닷컴도 8월에 모바일 서비스를 오픈합니다. 고급 정보와 쇼핑이 모두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을 다 만들어 놓았습니다.”

창업 10년을 넘겼고, 그 자신도 30대 열혈 청년에서 불혹을 넘기게 됐지만 트렌드와 변화를 읽는 눈은 생기를 잃지 않는다. 스스로 ‘독종’이라고 부르는 아웃도어 시장 절대 강자의 모습이다.


Tip 장성덕 사장이 전하는 성공 노하우

① 모든 일의 시작은 정리정돈이다
책상 위에 오만가지를 늘어놓고 일하는 사람을 보면 한심하다. 서류 하나 찾으려면 온갖 잡동사니를 다 뒤진다. 일하는 시간보다 찾는 시간이 더 걸린다. 효율적인 업무에 정리정돈은 필수다.

② 메모는 가능한 한 빨리 없애라
메모가 중요하고 생활화돼 있지만 내 책상에는 메모지가 없다. 메모된 사항을 바로 처리하고 없애기 때문이다. 중요한 일일수록 메모가 빨리 없어진다.

③ 5분 안에 결정하는 습관을 길러라
‘장고 끝에 악수’가 괜한 말이 아니다. 오래 고민한다고 꼭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건 아니다. 경솔한 판단을 하기 전, 즉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하고 결정은 자신감 있게 내려야 한다.

④ 매일매일 자기를 가꾸고 다듬어라
겉모습을 꾸미는 일과 내면적인 자기 관리가 모두 중요하다. 특히 사장은 직원들에게 강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일에 지친 모습은 직원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돈 버는 것보다 건강관리가 훨씬 쉽다. 마음만 있으면 시간은 얼마든지 낼 수 있다.

⑤ 강제력과 재미로 습관을 통제하라
습관을 들이는 것도 바꾸는 것도 모두 어렵다. 하지만 이런 과정 없이 성공을 꿈꿀 수는 없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목표를 세워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며 습관을 완성하는 게 좋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