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경영전문대학원(MBA)은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그 덕분에 운영 노하우와 브랜드 파워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카이스트의 테크노경영대학원·금융전문대학원·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을 총괄하는 이병태 경영대학장은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카이스트 MBA가 유일하다”는 말을 의식적으로 반복했다. 이와 함께 한국형 MBA의 확립을 위해 한국 기업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시급하다는 점도 역설했다.
[스페셜 인터뷰] 이병태 KAIST 경영대학장 “졸업 후 3개월 내 취업률 100%”
카이스트 MBA가 파이낸셜타임스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점이 높게 평가됐다고 봅니까.

주간 MBA가 세계 100위권에 진입한 데 이어 경영자 과정이 29위를 기록했습니다. 좋은 성적에 대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카이스트’란 브랜드 파워가 주요했다고 봅니다. 외국에 카이스트는 연구 중심 대학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그리고 재학생에게 제공하는 국제 경험이 6위로 높게 평가됐어요. 모든 학생이 재학 중 한 번 외국에 나가 경험을 쌓죠. 또한 취업 지원 17위, 박사 배출 25위 등도 카이스트가 높게 평가된 부분입니다.

카이스트는 아시아에서 MBA 과정을 가장 먼저 시작했지만 현재 홍콩과기대 등에 뒤집니다. 외국인 학생 비율, 외국 취업 비율, 외국인 교수 비율 등 국제화 부문이 경쟁력이 좀 떨어집니다. 또한 한국의 독특한 연공서열제 때문에 연봉 상승률이 그렇게 높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선 MBA 과정을 마치면 임원 등으로 수직 승진하기 때문에 연봉 상승률이 높게 나타납니다.

카이스트 MBA의 차별점과 강점은 무엇입니까.

MBA 과정에 어떤 사람들이 왜 오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일부는 하던 직종과 직무를 전환하기 위해 옵니다. 한편 특화된 프로그램을 공부하고 싶어 오는 이도 있습니다.

만일 기업에서 연구·개발(R&D)하던 학생이 컨설턴트를 목표로 MBA에 왔다면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경험을 줘야 합니다. 학생 각자의 목적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는 것이 카이스트 MBA의 큰 장점입니다. 미국에서 MBA는 2년이 일반적이지만 국내에서 2년 과정은 카이스트가 유일합니다. 이 기간 동안 학생들은 강의뿐만 아니라 인턴십, 현장 적응 프로젝트, 자격증을 모두 이행해야 합니다.

재학생들은 어떤 인재들입니까.

기업의 핵심 인재 파견 학생이 30% 정도입니다. 기업에서 15~20년 공헌한 차장·과장·부장급이 대부분이죠. 경영자 과정 MBA는 임원급입니다. 학생들의 절반이 이공계 출신이고 상경계 30%, 인문계열 등 기타가 나머지입니다. 경력 기간은 평균 7.4년입니다. 경영자 과정은 이공계 박사 학위를 가진 학생도 많고 기업의 관리자 중 경영 지식에 대한 갈증으로 오는 이도 있습니다.

MBA 교육은 졸업 후 당장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무 교육이 중요할 겁니다. 현장 중심 커리큘럼은 얼마나 포함하고 있습니까.

금융 위기 이후 어떤 것이 바람직한 경영 교육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습니다. 경영 지식(Knowing)뿐만 아니라 기업에서의 의사결정 과정(Doing)과 윤리적 경영(Being)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실무 교육은 직접 기업의 경영 과제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학생들은 실제 기업 업무를 프로젝트로 학교에 가져와 컨설팅하고 솔루션을 찾아 기업 최고경영자(CEO)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합니다. 또한 교수와 학생은 약 10억 원의 펀드를 갖고 직접 운용하며 투자를 실행하기도 합니다.
[스페셜 인터뷰] 이병태 KAIST 경영대학장 “졸업 후 3개월 내 취업률 100%”
MBA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어떻습니까.

졸업 후 3개월 내에 100% 취업합니다. 지난 16년 동안 쭉 그래왔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취업률입니다.

졸업생들은 얼마나 다양한 기업의 리더로 진출하고 연봉 향상률은 어떻습니까.

졸업생의 80%가 경력 전환에 성공합니다. 나머지는 기업 파견 학생이거나 경력 업그레이드 경우죠. 학생들 사이에는 금융·컨설팅 부문으로의 진출이 인기입니다. 보수가 높기 때문이죠. 제조업 쪽으로도 많이 갑니다. 이는 엔지니어로 일하던 이가 MBA를 마치고 전략·기획·마케팅 분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연봉 상승률은 카이스트가 국내 유일한 MBA였던 2006년 이전과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은 많은 학교에서 MBA 과정이 있기 때문에 요즘 MBA 프리미엄이 단기적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미국과 인도 등 외국 MBA에서는 단기적인 연봉 상승효과를 노리고 개인이 투자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MBA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외국에서 훌륭한 매니저의 가치는 돈과 직결되지만 국내에서는 그렇게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죠. 한국에서는 봉급 체계가 외국과 달라 연봉 상승률이 높게 나오지 않아 불리합니다.

졸업생 취업의 질과 양을 높이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동문 서비스, 취업 지원실 모두 중요합니다. 하지만 카이스트 MBA의 차별성은 교수가 아닌 전문 직원이 취업 지원을 전담한다는 것입니다. 입학하자마자 학생의 프로파일링을 통해 자질과 능력을 파악하고 커리어 코칭을 해줍니다. 하버드의 커리어 리더 소프트웨어를 통해 원하는 직무에 자질이 맞는지 평가합니다. 입학 시 오리엔테이션부터 시작해 2년 내내 코칭이 이뤄져 졸업할 때 커리어 매칭이 이뤄집니다.
[스페셜 인터뷰] 이병태 KAIST 경영대학장 “졸업 후 3개월 내 취업률 100%”
카이스트 MBA의 유학생 현황은 어떻습니까.

외국인 학생은 전체의 10% 정도입니다. 올가을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사업을 우리가 유치해 개발도상국 금융정책 고위 공무원 20명이 카이스트 MBA에서 공부할 계획도 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글로벌 MBA의 의미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고 봅니다. 영어 강의만으로 글로벌 MBA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대학에서는 한국에 있는 외국인 학생을 입학시키는 경우도 많죠. 아니면 수에 급급해 장학금을 주고 개발도상국의 학생을 데려오는 경우도 있어요. 글로벌 MBA는 언어와 가치관이 서로 다른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며 의사결정하는 과정을 배우는 것입니다. 미국과 유럽의 정상급 MBA에 가려는 최고 수준의 외국인 학생을 어떻게 국내 MBA로 데려오는지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는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취업 기회까지 보장돼 있어야 가능할 것입니다.

한국형 MBA가 국내외 학생과 기업 사이에서 보다 확고히 뿌리 내리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1980년대 일본식 경영이 큰 주목을 받았어요. 지식 경영이란 이름으로 한 교수가 일본식 경영을 하나의 조류로 접목했죠. 또한 인도의 정보기술(IT) 산업 오프 쇼어 아웃소싱도 경영학에 접목돼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독창적인 경영 방식을 어떻게 이론화해 접목할 것인지가 경영학 교수들의 숙제입니다. 한국식 경영을 체계화해 전체 패러다임에 한 부류로 들어갈 필요가 있어요. 큰 비전과 목적 없이 한국에서 하는 MBA를 그냥 한국형 MBA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 기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국내에서 일반화됐는데, 한국 기업만의 과단성, 리스크 분석, 무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어떻게 키웠는지 등에 대한 긍정적 시각의 연구는 많이 없었습니다. 이와 함께 기업을 글로벌 조직으로 키우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MBA 조직을 이끌 때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저명한 외국인 교수를 많이 뽑아야 합니다. 하지만 제도적·재무적 제약이 큽니다. 싱가포르국립대와 홍콩과기대는 글로벌 마켓의 기준대로 교수의 연봉을 책정하거나 아니면 미국보다 더 많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담 김상헌 편집장|정리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