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인터뷰]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신언(65)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30년이 넘는 공직 생활에서 대부분의 기간을 글로벌 현장에서 보낸 ‘해외통’이다.

2007년 주파키스탄 대사를 마지막으로 공직을 잠시 떠났던 그는 지난 7월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으로 부임하며 다시 ‘대한민국’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뜻을 세웠다. 신 원장은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국제 관계에 대한 ‘인사이트’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가지고 있는 역량과 접목해 연구의 질을 보다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977년 설립된 국책 연구 기관으로 ‘북한 및 통일’과 관련해 국내외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싱크탱크다.
신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전략연을 ‘국가지략의 보루’로 만들 겁니다”
(약력) 1951년생. 서울대 언어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외교학 수료. 1977년 대통령 공보비서실. 1985년 국가정보원. 2007년 주파키스탄 대사. 2016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현). /이승재 기자

▶전략연이 대북 관계 및 안보 전략에서 손꼽히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전략연의 강점은 이론과 실제를 겸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전략연의 연구진은 세 부류로 나뉘어 있습니다.

안보 분야를 전공하고 연구를 지속해 온 ‘전문 박사’, 북한에서 고위직으로 근무하다가 한국에 온 ‘엘리트 탈북연구원’, 국가기관에서 근무한 ‘실무 경력자’들이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적 구성은 전략연의 연구 보고서가 이론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실천력을 가질 수 있는 보고서의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균형적 시각에서 문제를 조명하고 치열한 토론을 통해 합리적 대안을 도출하는 조직 문화가 형성돼 있습니다.

이는 매년 700~800건에 달하는 연구 보고서가 모두 바로 정책에 활용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만들어지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외교관이 탈북하는 등 북한에 많은 변화가 있는 듯합니다. 현재 북한의 정치·경제적 상황이 궁금합니다.

“일단 ‘김정은식 권력 구조’의 정비는 지난 6월 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김정은이 그간의 ‘국방위원장’이라는 모호한 직함에서 벗어나 ‘노동당 위원장’과 ‘국무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직을 신설하고 취임하면서 명실상부한 ‘국가수반’이라는 점을 대내외에 알렸습니다.

하지만 외형적 안정과 달리 공개 처형이 민간인으로 확대되는 등 여전히 체제 불안 요인들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문제는 경제입니다. 북한은 최근 ‘국가 경제 발전 5개년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전략’이라는 이름의 방향성은 제시했지만 여기에 대해 구체적 청사진이나 실천 계획은 없어 보입니다.

결국 북한은 상반기 ‘70일 전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6월 1일부터 ‘200일 전투’에 돌입해 ‘주민 쥐어짜기’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노력 동원에 대한 주민들이 불평불만이 심화되는 가운데 생산 기반의 노후와와 자금 조달난으로 경제난이 가속화되는 중입니다.”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유엔안보리 결의 2270호가 시작됐습니다. 이는 무역·금융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뤄지는 역대 가장 강한 규모의 경제제재입니다.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러시아·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이 이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한 대로 경제 상황이 점점 더 좋아지지 않는데 김정은 정권은 ‘나 몰라라’라는 식으로 체제를 강화하는 데만 주력하고 있습니다.

즉 제재 효과가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끌어내는 수준까지 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국제사회가 꾸준히 제재의 동력을 이어 가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을 포함한 국제 정세와 관련해 ‘사드 배치’ 문제도 빼놓을 수 없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드(THAAD :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대해서는 정책 당사자들이 많이 고민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툭하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는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사활적 방어 조치라고 봅니다.

그런데 사드 배치로 한중 간의 갈등 양상 그리고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은 논의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봅니다.

다시 말하지만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을 막아낼 수 있는지 아닌지가 핵심이라고 봅니다. 기존의 한중 관계나 경제구조를 볼 때 일방적으로 보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무엇보다 만약 보복이 이뤄진다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변국 관계의 원칙으로 내세운 ‘친성혜용(親誠惠容)’의 정신을 벗어나는 것입니다. 중국이 대국다운 모습을 보여 주기를 기대합니다.”

▶바람직한 남북 관계 정립을 위한 원장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이 경직돼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들께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상을 제시해 신뢰를 구축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새로운 남북 관계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해 왔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철저히 외면하고 4차 핵실험 등을 통해 오히려 핵 능력을 고도화해 가며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제재·대화·교류협력 모두가 한반도 평화통일의 유용한 수단이지만 우리의 제안이 철저히 무시 받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문제에서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보일 때까지 국제사회와 함께 원칙을 가지고 이어가는 제재’가 그것입니다.”

▶앞으로 전략연을 어떻게 이끌 계획이십니까.

“연구 기관은 ‘연구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이 때문에 연구 역량 강화를 최우선할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인적·물적 인프라를 확충하고 공정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신상필벌을 강화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각 연구원 간의 의사소통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일례로 저 역시 외부 학술 세미나 참석 등 여러 대외 활동을 통해 얻게 된 정보나 지식을 e메일 등을 통해 여러 연구원들과 지속적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최고 수준의 엘리트들이 모여 있는 전략연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국가지략(國家智略)의 보루’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