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치 판에선]
-전문가 77명 참여 매머드급…자유 시장경제 모토, 황 대표의 대선 조직으로 발전할 듯
‘경제대전환위’, 황교안의 ‘H노믹스’ 산실 되나
[한경비즈니스=홍영식 대기자] 자유한국당이 6월 4일 출범시킨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는 황교안 대표가 공언한 대로 비판을 넘어 대안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김광림 최고위원과 추경호 당 전략기획부총장 등이 황 대표의 지시로 약 3개월에 걸쳐 준비했다. 황 대표가 각별하게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매머드급이다. 당 소속 의원 28명과 외부 전문가 49명 등 총 77명으로 구성됐다. 실무자 등을 감안하면 100명이 넘는다. 위원회는 9월 정기국회 전까지 경제정책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위원회의 대안들을 입법화하는 것은 물론 내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경제 공약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경제 대안 정당의 면모를 보여줘 총선 필승 카드로 삼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황 대표가 매머드급의 위원회를 만든 의도에 주목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넘어 2022년 대선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황 대표의 대선 싱크탱크 모태가 될 것이란 예측이 많다.

황 대표는 지난 2월 말 취임 이후 줄곧 강경 투쟁 목소리를 키워 왔다.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 트랙) 지정 이후 장외투쟁을 이끌면서 당 외부자가 단기간에 당의 구심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계파 싸움은 잦아들었고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거뒀다.

문제는 장외투쟁 이후다. 강경 투쟁은 당 결속을 가져왔지만 중도층을 끌어들이는 등의 외연 확장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황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 구성은 황 대표의 투쟁 이후 ‘전략적 방향타’”라고 설명했다. 투쟁 이후의 리더십을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장외투쟁에 매몰돼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고 경제로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의도다. 이를 통해 당 내외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 측근은 “문재인 대통령의 약한 고리인 경제문제를 집중 부각하는 동시에 집권 준비가 돼 있는 대안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황 대표의 경제관, 즉 ‘H노믹스’를 다듬어 나가는 출발점도 될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의 출범식 발언에서 이런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여러 주문도 내놓았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경제 폭정과 민생 폭망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우리 당에 선뜻 지지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며 “그 이유는 정책 대안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비판을 넘어 대안 중심으로 기본적인 논의 방향을 잡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2020 경제대전환’은 우리 당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단일 프로젝트”라며 “원거리·근거리를 전부 보는 다초점 렌즈처럼 경제정책을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벼랑 끝에 몰린 민생 경제를 구하기 위한 당장의 근거리 정책을 세밀하게 마련하는 동시에 우리 경제의 근본 체질을 바꿀 원거리 정책 마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경제대전환위’, 황교안의 ‘H노믹스’ 산실 되나
위원회 참여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대선 조직’을 방불케 한다. 황 대표가 경제정책의 중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시장경제에 방점을 찍겠다는 것이다. ‘총괄·비전 2020’ 분과는 위원회 총괄을 담당한다.

‘활기찬 시장경제’ 분과는 성장·고용·일자리·부동산·규제 관련 정책을, ‘공정한 시장경제’ 분과는 공정거래 관련 정책을 맡는다. ‘따뜻한 시장경제’ 분과는 복지·보육·저출산·고령화 관련 정책을, ‘상생하는 노사관계’ 분과는 최저임금·노동시간·비정규직 관련 정책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자유 시장경제를 주창해 온 보수 성향의 경제 전문가들이 외부 위원으로 대거 참여했다. 당 공동위원장은 김광림 최고위원과 정용기 정책위원회 의장,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이 맡았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이 전문가위원장으로 참여했다.

오 위원장은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비대위원으로 활동한 대표적 보수 경제학자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에 대해 줄곧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오 위원장은 “지난 2년간 문재인 정부가 국민에게 들려준 메시지는 두 가지”라며 “하나는 시대착오적인 좌파 정책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절대 빈곤 속에서 경제를 이만큼 살리는 데 수십 년이 걸렸는데 무너뜨리는 데는 불과 2~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영업자에게 희망을 주는 그런 경제를 만들어 내기 위해 경제를 다시 살리는 일이 한국당의 중요한 책무”라고 말했다.

‘총괄·비전 2020’ 분과엔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명지대 명예교수),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최인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활기찬 시장경제’ 분과엔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이병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김원식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교수 등이, ‘공정한 시장경제’ 분과엔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전 장관 등이 이름을 올렸다.

최준선 명예교수는 “기업이 살아야 국가가 부강해지고 국민의 삶이 안정될 수 있다”며 “기업이 숨을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따뜻한 시장경제’ 분과엔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와 김상겸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상생하는 노사관계’ 분과엔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 밖에 여러 사정으로 이름을 밝히지 못하는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가 투쟁과 대안 정당 모색 등을 통해 당 장악력을 높여 나가자 보수 진영 내 대선 경쟁 주자들도 보폭을 넓혀 나가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는 6월 3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160분간 ‘유튜브 맞장 토론’을 벌였다.

홍 전 대표는 “주전 투수가 잘하면 불펜 투수가 등장할 일이 없지만 못하면 불펜에서 또 투수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황 대표를 견제하면서 대권 도전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홍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싱크탱크 ‘프리덤코리아포럼’을 발족한 바 있다. ‘자유 대한민국 발전을 위한 싱크탱크’를 표방하고 있는 포럼엔 류석춘 연세대 교수, 제성호 중앙대 교수, 한상대 전 검찰총장 등 각계에서 520여 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두 달 간의 미국 생활을 마친 뒤 귀국하면서 “여러 사람의 기대도 있고 어떤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며 “국가를 위해 문제가 많은 이 상황을 정리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예고한 것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서울 광진을에 사무실을 마련한 뒤 장외 집회를 비롯한 한국당 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8호(2019.06.10 ~ 2019.06.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