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6일 이명박 대통령은 인도의 국경일 행사에 중요 손님으로 초대돼 정보기술(IT)과 서비스산업에서 협력을 약속하는 각서에 서명했다. 한국과 인도의 양 정상은 한국의 첨단 IT 제조업과 인도의 소프트웨어 기술과의 접목이 ‘윈-윈 외교’라는 점에 의견 일치를 봤다.

한국은 경쟁력을 보유한 인프라 건설과 제조업 분야의 인도 진출이 활기를 띨 전망이며, 인도는 인적 교류 강화를 통한 IT 등의 기술 인력 수출 등을 염두에 두고 양국 관계 강화에 나선 것이다.

한국은 IT 산업(모바일, 인터넷, 고속 데이터 통신망) 강국들 중 하나이고 LG와 삼성 등 인도에서 소비자 전자 제품과 기기 부문을 주도하고 있는 IT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는 세계 소프트웨어의 공장이라고 불릴 만큼 타타컨설팅, 인포시스(Infosys), 위프로(WIPRO)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소프트웨어 분야의 최고 수준을 의미하는 ‘CMM 레벨 5’를 획득한 중소기업도 상당수 가지고 있다. 즉, 한국의 제조 기술과 인도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손을 잡은 것은 아주 절묘한 궁합인 것이다.

한국과 인도 기업들이 협력한다면 새로운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때 출시까지 걸리는 시간을 훨씬 줄일 수 있고 비용도 낮출 수 있다. 단, 여기서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우선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고 수요가 클 것이라고 예상되는 최첨단 제품과 서비스에 협력하는 방법이 있다. 이에 해당하는 산업 분야는 가전제품·기기와 자동차(현대는 인도에서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다. 한국은 디자인과 하드웨어 부품 제조에 강하므로 인도와 함께 하드웨어에 들어가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능숙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인도는 소비자 중심의 기기 개발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는 시장성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세련된 소비자 시장이 있으며 인도에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제안할 수 있는 여러 계층의 다양한 소비자들이 있다.

또한 인도에는 우수한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을 가진 엄청난 규모의 인재풀이 있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산업에 종사하는 인도인의 수는 한국에서 IT 소프트웨어 산업에 종사하는 전체 인구보다 많다.

다음으로는 인터넷 게임이나 디지털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협력할 수 있다. 인도 영화 산업의 본거지 발리우드에 대해서는 대부분 들어보았으리라 생각한다. 반면 인도 애니메이터들의 가능성이나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나 게임에 사용될 수 있는 한국과 인도의 전통 소재들에 대해서는 ‘아니메(일본 애니메이션)’에 비해 그 진가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전자정부나 미래 주거 형태에 알맞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등의 플랫폼 제품들을 협력해 개발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현재 초기 개발 지원이나 값싼 노동력, 교육 지원 등 인도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아직까지는 한국 기업들에 큰 매력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에는 아웃소싱, 전략, 인수·합병(M&A) 등에서 한국과 인도 간 체계적인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게 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여러 문화가 혼재된 관리 체제는 물론 글로벌화에 따른 위험 요소에 대처할 수 있는 경영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이제까지 제조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둔 경험과 비교될 정도로 힘든 일이다. 더욱이 구성원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한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는 더욱 힘든 작업일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미래 세계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펼치기 위해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의 지원 아래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그에 필요한 글로벌 역량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경제산책] IT 산업에서 한국과 인도의 협력 방안
라비 쿠마르 KAIST 경영대학장


약력 : 1952년생. 74년 인도공대(IIT) 기계공학과 졸업. 76년 미국 텍사스대(알링턴) 오퍼레이션리서치, 통계학 석사. 81년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과학 및 산업공학 박사. 2003년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대학 부학장. 2009년 KAIST 경영대학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