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등 미국 식음료 브랜드들이 3년에 걸쳐 잇단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미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팬데믹 후 식품 회사들이 고객의 충성도가 변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며 급격하게 가격을 인상했다가 일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식재료와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가격을 올린 탓에 소비자 부담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설명이다.

미국 먹거리 상승 속도가 최근 1년간 둔화해 왔지만, 팬데믹 이전에 비하면 여전히 물가가 높은 상태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미국 식료품 가격은 2019년 대비 26% 상승했으며, 그중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는 같은 기간 무려 33% 높아졌다.

캘리포니아주 엘도라도힐스에 거주하는 변호사 데이비드 마이클은 기존에 거의 매주 맥도날드를 먹었지만, 탄산음료 가격이 1달러에서 1.69달러까지 오른 걸 확인한 뒤 수개월째 맥도날드에 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식음료 가격에 부담을 크게 느끼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시장조사 업체 레비뉴매니지먼트솔루션의 조사 결과, 올 1분기 미국 패스트푸드점의 유동 인구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 감소했다.

맥도날드의 올 1분기 주당 순익은 시장 예상치(2.72달러)보다 낮은 2.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3월 맥도날드의 CFO인 이안 보든은 투자자 회의에서 “일부 미국인 소비자들이 맥도날드를 거부하고 대신 집에서 요리하는 것을 선택했다”며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등으로 인해 지갑을 닫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시장 상황이 많이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또 식당에 발길을 끊는 대신 식료품점에서 저렴한 식음료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 패턴의 변화는 특히 저소득층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스타벅스도 지난 30일 실적발표에서 1분기 미국 매장 방문객 수가 7% 감소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순이익은 15%가 줄었다.

미국 소비자들은 이제 심지어 식료품에 대한 비용까지 아끼기 시작한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과거 외식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주로 슈퍼마켓을 찾았던 이들이 이제는 해당 지출까지 줄이면서 이에 일부 대형 식료품 업체들의 매출도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식품 제조 기업 크래프트하인즈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2% 감소했으며, 프링글스 제조사 켈라노바도 북미 매출이 5% 감소했다.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된 식음료 브랜드들은 전략을 바꾸고 있다. 앞으로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더 많은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소비자를 다시 끌어모으겠다는 계획이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