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핵심 안건인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10일 ISS는 고려아연 임시주총 의안 분석 보고서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일반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에게 유리한 제도지만 이번 경우에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ISS는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이 지지하는 후보를 선임시킬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영풍·MBK가 추구하는 이사회 재편이 약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23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고려아연 경영진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이사회의 이사 수의 19명 상한 △7명 신규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이 상정됐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측은 신규 이사 14명 선임과 집행임원제 도입을 안건으로 올렸다.

ISS는 집중투표제가 아닌 '1주당 1의결권' 방식의 일반 투표 방식을 적용하되, 이사회 규모를 16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2024년 9월 19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2024년 9월 19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그러면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측이 제안한 이사 14명 가운데 4명에 대해서만 찬성을, 나머지 10명에 대해서는 반대를 권고했다.

ISS가 찬성을 권고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측 이사 후보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손호상 포스코 석좌교수, 정창화 전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원장 등 4명이다. 강성두 영풍 사장에 대해서는 반대를 권고했다.

고려아연이 후보로 올린 7명의 사외이사 후보도 전원 반대를 권고했다.

ISS는 이 같은 권고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집중투표제가 채택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과반수 득표제로 영풍·MBK 후보 4명만 지지하는 것은 이사회 규모를 16명으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했다.

고려아연은 개인투자자보다 국내외 기관투자자 비중이 높은 만큼 오는 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이들의 표심이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ISS는 전 세계 기관투자가 2000여 곳을 대상으로 기업 지배구조 등 매년 115개국에서 4만4000건 이상의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등을 자문하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중 시장점유율 60%로 1위다.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국내 의결권 자문 서비스 시장에서 외국계 기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사정을 일일이 파악하기 힘든 외국인 투자자들은 ISS와 같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안에 의존할 때가 많다.

한편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ESG평가원은 지난 7일 임시주총 의안 분석 자료를 통해 고려아연 현 경영진 제안의 안건에 찬성을 권고하며 "미래 성장 전략이 뚜렷하고,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이 담겼다. 고려아연의 장기 지속 성장과 주주 권익 측면에서 현 경영진 측이 더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한국ESG평가원은 "고려아연 현 경영진 측은 지속가능경영의 잣대인 국내외 ESG평가기관들의 ESG등급에서 영풍 측보다 우위를 보이고 있다"며 "MBK 같은 사모펀드는 기업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 등에 강점을 갖고 있지만 현재 고려아연은 그와 같은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기 힘들어 MBK가 기업가치 제고에 우위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