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시기가 절묘하네
감독 정지영
출연 박원상, 이경영, 명계남, 김의성, 서동수, 이천희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의 감상평이 회자되고 시사에 참석하지 않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빈자리가 뉴스가 된다.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금 ‘남영동 1985’는 공개되자마자 영화계를 넘어 사회적 영역으로 급속하게 진입했다.

“이 작품만은 반드시 대선 후보들이 다 봤으면 좋겠다”고 말한 연출자 정지영 감독의 말은 단순히 인터뷰가 아닌 특정 당을 지지하는 선거운동으로 오도되기도 한다. 진짜 의도는 어떤 걸까. 영화에 대한 해석은 결국 관객의 손에 주어졌다.
[영화] 남영동 1985 外
가족과 함께 대중목욕탕에서 막 나온 김종태(박원상 분)는 영문도 모른 채 낯선 남자들에게 끌려간다. 흔들리는 조사실 형광등 아래 현실을 직감한 그는 묻는다. “여기가 남영동인가요?”

1985년 남영동 대공분실 515호. 고문을 통한 공포정치가 아무렇지 않게 자행될 수 있었던 서슬 퍼런 유신의 시대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총 110여 분의 러닝타임 중 회상 장면 등 10여 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김종태에게 가해지는 각종 고문 장면으로만 이뤄진다.

법적 보호 장치,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김종태는 물고문, 전기고문을 받게 되는데, 마치 강도 1에서 100까지 계산이나 한 듯 고문의 정도가 서서히 그 도를 넘어선다. 인간 도살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고문 도구 ‘칠성판’ 위, 전기 고문을 받다가 하혈하는 김종태의 모습은 지울 수 없는 충격을 안겨준다.

‘남영동 1985’는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자전적 수기 ‘남영동’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영화에 등장하는 고문 기술자(이경영 분)의 모델은 짐작하듯 ‘예수도 자백하게 할 수 있다’던 고문 기술자 이근안이다.

작년 ‘부러진 화살’로 사법부에 통렬한 비판을 가했던 정지영 감독은 ‘남영동 1985’를 통해 고문을 수단으로 한 공포정치가 어떻게 한 인간의 정신을 말살하고 피폐화할 수 있는지 가감 없이 묘사하며 또 한 번 우리 사회를 고발한다. 분노의 감정이 마침내 슬픔이 되기까지 그는 이 가혹한 고문 행위를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밀어붙인다.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 지금도 고문의 고통으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각계각층 인물들의 인터뷰 중 “그런 시대의 권력에 향수를 느끼지 말아야 한다”고 단오하게 말하는 한 피해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이 영화가 묘사하는 고문 장면을 ‘프로파간다’라는 말로 비난할 수 없는 건, 그것이 실재했던 하나의 역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남영동 1985’를 대선용 영화로 국한 짓지 말기 바란다. 당파와 상관없이, 힘겹게 민주주의를 일궈 온 그 시절의 모든 이들을 위해, 그리고 그걸 지켜가야 할 우리 자신을 위해 이 영화를 권한다.




범죄소년
감독 강이관
출연 이정현, 서영주
[영화] 남영동 1985 外
소년원을 드나들던 16세 소년 지구(서영주 분)와 미혼모로 13년간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았던 효승(이정현 분)이 재회하면서 생기는 갑갑한 현실이 그려진다. 실제 소년원에서 촬영하는 등 리얼리티를 살렸다. 가수이자 배우 이정현의 연기가 돋보이는 수작.



볼케이노:삶의 전환점에 선 남자
감독 루나 루나슨 출연 테오도르 줄리어슨,
마그렛 헬가 요한스토디어, 드로스터 레오 구나슨
[영화] 남영동 1985 外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무뚝뚝한 성격 탓에 가족들과 멀어졌던 가장 하네스. 은퇴 후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을 계기로 삶의 전환을 맞게 된다. 인생의 재해를 맞이하면서 대처하는 과정을 가슴 절절하게 그리고 있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 노미네이트 작.



바람의 검심
감독 오토모 게이시 출연 사토 다케루,
아오이 유우, 다케이 에미, 기카와 고지
[영화] 남영동 1985 外
확고한 팬 층으로 사랑받아 온 만화 ‘바람의 검심’의 실사 영화판. 칼잡이로 살았던 지난날을 회개하며 불살의 맹세를 다짐한 히무라 겐신은 사람을 벨 수 없는 역날검을 들고 세상을 방랑한다. 라스트 신 25분간의 숨 막히는 액션은 단연 압권. 올 부산국제영화 상영작.


이화정 씨네21 기자 zzaal@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