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인재의 이동을 허(許)하라 ‘인재 쇼크’
오를리 로벨 지음┃김병순 옮김┃싱긋┃496쪽┃1만8800원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그리고 페이스북은 하나의 고리로 연결돼 있다. 바로 ‘인재’다.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재를 빼내갔고 뒤이어 페이스북은 구글의 인재를 빼갔다. 현재 페이스북 직원 5명 중 1명은 전직 구글러다. 구글은 이러한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전략을 철저하게 세우며 대비하고 있다. 이런 사례는 인력 이동이 잦은 정보통신 업체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전통적인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코카콜라 내부에서 ‘머천다이즈 세븐 엑스’라고 부르는 콜라 제조법을 완벽히 아는 인력은 아무도 없다. 재료 배합과 관련한 일부 노하우만으로 작업할 뿐이다.

코카콜라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경쟁사로 넘어갔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실제로 이런 위기가 있었다. 제조 노하우를 담은 비밀 자료들이 비서의 손에 의해 경쟁사인 펩시로 넘어갈 뻔한 것이다. 하지만 펩시의 청렴성 규정에 의해 비밀이 유지될 수 있었다. 펩시가 마음만 먹었다면 지금쯤 ‘펩시코크’가 사랑받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들어 이런 인력 유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신생 기술 기업들이 등장하면 거대 자본이 이를 통째로 인수해 창업자·개발팀·기술자를 한꺼번에 독차지하려는 전략이 동원되곤 한다. 실제로 일본의 고급 인력이 한국으로, 다시 한국의 인력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동아시아 인재 전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인재의 자유로운 이동이 오히려 인재를 유치한 기업은 물론 빼앗긴 기업 모두에서 혁신을 낳는다는 주장이 있다. 인적자본에 관한 뛰어난 연구로 유명한 미국 샌디에이고대의 오를리 로벨 교수다. 그는 인재와 경쟁, 아이디어 소유권에 대한 오랜 연구를 토대로 수많은 기업이 인재 유치 경쟁을 벌이고 아이디어 창안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반면 인재와 아이디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기존의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공기가 통하지 않으면 불이 꺼지고 바람이 세게 불어도 꺼지듯이 인재의 이동을 막고 규제를 강화하는 통제 심리와 보호주의가 기업과 지역의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아이디어와 기밀 정보, 기술을 둘러싼 갈등에 대한 독창적인 행동 실험을 오랫동안 진행했다. 그 결과 진정한 혁신을 성공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적자본에 대한 동기부여와 관계, 이동성 등을 꼽으며 제한과 통제가 심해질수록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발전의 기회는 줄어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저자는 법·경제·심리·경영학을 연계해 전 세계의 기업·정치·문화계에 나타나는 실제 사례들을 통해 승자와 패자를 결정짓는 특별한 요인이 무엇인지 밝혀낸다.
[Book] 인재의 이동을 허(許)하라 ‘인재 쇼크’
이종우의 독서 노트
[Book] 인재의 이동을 허(許)하라 ‘인재 쇼크’
교토, 천년의 시간을 걷다

극단이 공존하는 모순의 땅

조관희 지음┃조관희 사진┃컬처그라퍼┃368쪽┃1만4000원

교토는 일본이다. 도쿄는 근대 일본을 대표할 뿐, 사람들이 모여 나라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 1000년 동안 일본의 중심지는 항상 교토였다. 그래서 그곳에 일본인이 만들 수 있었던 모든 게 남아 있다.

깔끔한 것, 획일적인 것, 인공적인 것에서 좀스러울 정도로 작고 섬세한 것까지 우리가 일본 하면 떠오르는 모든 이미지가 쿄토에서 만들어졌다. 그 이상도 있다. 상국사는 메이지유신 이후 폐불훼석(廢佛毁釋)으로 규모가 줄었지만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여의도 면적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의 절이다. 무가(武家)를 상징하는 막부와 공가(公家)를 상징하는 천황의 거소 사이에 자리해 서로의 욕망을 조절해 주는 역할도 했다. 화려함의 극치인 금각사도 있다. 아름다운 여인의 자태를 연상케 하는 시각적 관능미를 갖춘 곳으로, ‘교토를 보지 않고 일본을 봤다고 할 수 없고 금각사를 보지 않고 교토를 봤다고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듣는 곳이다.

교토는 욕망의 땅이다. 천황·상황·법황·쇼군·싯겐(執權)까지…. 누가 제일 힘이 센 자인지 알 수 없는 일본의 정치가 그곳에서 만들어졌다. 천황 중에는 나이 서른도 되기 전에 아들에게 권력을 넘겨주고 상황으로 나앉는 자가 있었다. 아예 절에 들어가 법황이 된 사람도 있었다. 일선에선 물러났지만 모든 정치는 장막 뒤에서 그들에 의해 이뤄졌다. 막후 정치의 시작이다. 천황을 뒷방으로 내몰고 스스로 권력을 차지한 자도 있다. 바로 쇼군인데, 정치적 실권을 쥐고 천황을 갈아 버리기까지 했지만 임명은 천황에게 받았다. 이런 쇼군을 돕는 자 중에 쇼군의 뒤에서 실제 권력을 휘두른 사람도 있다. 싯겐이다.

교토는 문화다. 일본의 3대 축제 중 하나인 기온 마쓰리가 열린다. 가부키가 유행하고 게이샤 문화가 꽃을 피웠으며 렌가(連歌:노래 이어 짓기)의 전통이 남아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모여드는 존재다. 너른 들판과 강이 있으면서 자연재해를 피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사람들은 삶을 시작했다. 여기에 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들이 합세하면서 교토의 문화가 만들어졌다.

일본은 우리 역사책에 세 번 나온다. 고대, 임진왜란 그리고 일제시대. 서로를 알 수 있는 시간이 뚝뚝 떨어져 존재해서인지 많은 허상과 오해가 쌓여 있다. 일본은 극단적인 것이 공존하는 땅이다. 큰 것과 작은 것, 화려함과 소박함, 호방함과 검소함이 함께한다.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따로따로 존재하는 곳, 그곳이 교토다.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iminvestib.com



[Book] 인재의 이동을 허(許)하라 ‘인재 쇼크’
그들이 시장을 뒤흔든 단 한 가지 이유

고를 수 있는 상품이 무한대로 늘어나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공유하는 이 시대에 필요한 마케팅은 무엇일까. 저자는 우버나 워비파커와 같은 기업들이 제품이 아니라 느낌(feeling)을 팔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단순히 스토리를 파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마케팅이 곧 스토리 자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품 판매의 수단으로 스토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 자체가 고객의 문제 해결과 직결돼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기존 제품을 분석해서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혁신은 이렇게 탄생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버나넷 지와 지음┃장유인 옮김┃지식공간┃159쪽┃1만 원



[Book] 인재의 이동을 허(許)하라 ‘인재 쇼크’
밈노닉스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처음 제시한 용어 ‘밈(meme)’은 유전적 방법이 아니라 모방을 통해 전해지는 문화의 요소를 뜻한다. ‘밈’과 ‘경제학(economics)’이 만나 탄생한 것이 ‘밈노믹스(MEMEnomics)’다. 이는 ‘시장’ 원리가 아닌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의 프리즘을 통해 경제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 경제를 예측하는 21세기 경제 시스템이다. 이 책은 경제의 흐름을 인류가 지향해 온 가치라는 새로운 토대 위에서 분석하고 전망한다. 밈노믹스의 개념과 가치 시스템의 역사를 살펴보고 이 틀을 통해 경제의 역사를 새롭게 조망한다.
사이드 돌라바니 지음┃박세연 옮김┃엘도라도┃444쪽┃1만8000원



[Book] 인재의 이동을 허(許)하라 ‘인재 쇼크’
산업의 추격, 추월, 추락

최근 중국의 급속한 추격으로 한국 산업의 위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각 산업의 주도권은 왜 한 나라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나라로 계속 이전될까. 이러한 산업 주도권의 국가 간 이전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이 나왔다. ‘추격 사이클 이론’이다. 선발자의 사이클이 있다면 후발자가 등장해 선발자를 시장에서 몰아내고 또 이 후발자는 그 이후에 등장한 차세대 후발자에게 다시 자리를 내주는 통상적 사이클이 그것이다. 휴대전화·게임·휴대용음악재생기·반도체·자동차·철도·제약 등 여러 산업에 적용해 분석한다.
이근 외 지음┃21세기북스┃272쪽┃1만5000원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