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Ⅰ = 대한민국 신인맥 22 - 기획재정부]
국장급 이상 37명 분석, 경제학 전공 22명…올해 첫 여성 국장 탄생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기획재정부는 429조원(내년 예산 기준)에 달하는 거대한 나라 곳간의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이다. 나랏돈의 씀씀이를 결정하는 예산, 재정에서부터 곳간이 바닥나지 않기 위한 세제 계획과 미래 먹거리를 위한 경제정책까지 챙겨야 할 사안들이 수두룩하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어 갈 핵심 컨트롤타워답게 기획재정부는 유능한 경제 관료들이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 1965년생, 행시 34회 ‘대세'

기획재정부라는 거대한 조직의 ‘운전대’를 쥐고 있는 국장급 이상 인사 37명의 출생 연도, 출신 학교, 전공, 최종 학력 등을 분석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분석에 포함했다.

그 결과 기획재정부는 대한민국 경제 전반을 책임지는 핵심 정부 부처답게 경제학과 출신이 59.4%(22명)에 달했다. 이 밖에 경영학 4명(10.8%), 행정학 3명(8.1%), 법학 3명(8.1%)이었다. 경제에 대한 지식이 기본 자질인 ‘전문적인 경제 관료’ 조직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재부는 서울대 절반, 해외석박사 75%
출신 학교는 서울대가 절반을 차지할 만큼 압도적으로 많았다. 37명 중 18명(48.6%)이 서울대 출신으로 채워져 있었다. 연세대가 10명(27.0%)으로 그 뒤를 이었고 고려대 3명(8.3%), 성균관대 2명(5.5%) 등으로 나타났다. 같은 학교 같은 과 출신으로 가장 많은 숫자는 ‘서울대 경제학과’였는데 모두 11명에 달했다. 분석 대상인 국장급 이상 고위 공무원 37명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도 9명이었다.
기재부는 서울대 절반, 해외석박사 75%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관료 집단’이라는 자부심이 높은 기재부의 고위 공무원들은 석사급 이상이 대부분이었다. 최종 학력을 분석한 결과 박사 학위 소지자가 6명(16.2%), 석사 학위 소지자가 29명(78.37%)이었다. 또 이들 대부분은 미국$영국 등 해외에서 대학원을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37명 중 28명(75.6%)이 해외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재부는 서울대 절반, 해외석박사 75%
연령별로 따져 보면 1967년생(50세)~1963년생(54세) 사이 ‘50대 초반’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1965년생(52세)이 8명(21.6%)으로 가장 많았고 1964년생(53세)이 6명(16.2%)이었다. 1963년생(54세)과 1967년생(50세)은 각각 4명(10.8%)으로 뒤를 이었다.
기재부는 서울대 절반, 해외석박사 75%
행시 기수로는 34회가 11명(29.7%)으로 가장 많았고 32회가 6명(16.2%)으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 35회와 36회도 각각 4명(10.8%)으로 다수 발탁됐다. 전반적으로 기획재정부 고위 공무원들의 연령대와 기수가 과거에 비해 젊어지면서 조직 내부의 활기가 되살아나고 추진력 또한 높아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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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명 중 여성 국장은 단 1명(2.7%)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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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관 모두 'EPB 출신' 포진

무엇보다 지금 기획재정부의 색깔과 나아갈 방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장차관급을 비롯한 최고위 간부들의 인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기획재정부를 이끌게 된 장차관급 세 명의 인사 키워드는 뚜렷하다. ‘EPB 출신’이다. EPB는 옛 기획예산처의 전신인 경제기획원의 영문 표기명이다.

고형권 차관은 1964년생, 전남 해남 출신으로 전남대 사대부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콜로라도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제30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공직에 입문했다. 경제기획원$기획예산처$기획재정부 등에서 경력을 쌓아 왔고 기재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올해 2월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로 파견된 지 3개월 만에 제1차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김용진 차관은 1961년생으로 충북 청주 출신이다. 세광고, 성균관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0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고 차관과는 기획예산처에서 함께 근무를 시작한 동기 사이다. 영국 버밍엄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수료했다. 공직 생활 대부분을 예산과 공공 정책 영역에서 보낸 정통 경제 관료로 2013년부터 1년 4개월 동안 기재부의 대변인을 맡은 바 있다. 2015년 기재부를 떠나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지역발전기획단장, 한국동서발전 사장을 지냈다.

2008년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합쳐져 만들어진 기획재정부는 재경부와 예산처 출신이 각각 제1차관과 제2차관을 나눠 맡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에 비해 현재 김동연 부총리를 비롯해 고형권 제1차관, 김용진 제2차관은 모두 예산처 출신이다. 고 차관과 김 차관 모두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과의 인연이 거론된다. 두 사람은 노무현 정부 시절 변 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낼 당시 함께 일한 경력이 있다.

장차관 모두 ‘예산통’을 기용한 데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과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재경부 출신(모피아)들은 금융$세제$국고 등을 틀어쥐고 있어 경제 안정화와 단기적인 위기 대응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에 비해 EPB 출신들은 기획$예산$대외경제 등을 맡으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큰 그림을 그리는 데 강점을 인정받고 있다.
기재부는 서울대 절반, 해외석박사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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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에는 장차관급 외에 1급 공무원 자리가 6개 있다. 차관보$국제경제관리관$재정관리관$기획조정실장$예산실장$세제실장이다. 이들 중 3명이 행시 31회 출신이며 출신 학교 또한 서울대가 3명으로 가장 많다. 전공은 경제학이 4명이다. 연령대는 1961년생부터 1967년생까지 고르게 분포돼 있다.

이찬우 차관보는 1966년생으로 부산 출신이다. 부산대 사범대 부속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책학 석사, 예일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제31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재정경제부 종합정책과를 거쳐 기획재정부 미래전략정책관, 미래사회정책국 국장, 경제정책국 국장 등을 지냈다. 경제·경영학 전공과 재경직이 주를 이루는 기재부에서 정치학 전공에 일반행정직 출신인 드문 케이스다.

황건일 국제경제관리관은 1961년생으로 경남 사천고 출신이다. 부산 대동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대학원과 미국 오리건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제31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했다. 대통령비서실 경제금융비서관실 선임 행정관, 주미 대사관 공사참사관, 기재부 정책기획관, 국제금융국장 등을 역임했다.

조규홍 재정관리관은 1967년생으로 행정고시 제32회 출신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콜로라도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기재부 예산제도과장, 예산총괄과장, 장관정책보좌관 등을 거쳐 2014년 9월부터 경제예산심의관 등을 지냈다. 김 부총리와 함께 노무현 정부의 장기 국가 발전 계획인 ‘비전2030’의 수립에 참여한 바 있다.

정무경 기획조정실장은 2015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2년 동안 기재부에서 최장기간 대변인을 지낸 인물이다. 1964년생으로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행시 31회로 기재부 관세국제조세정책관, 민생경제정책관, 국무총리실 재정금융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구윤철 예산실장은 1965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에서 행정학으로 석사 학위를,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공공정책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32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예산 분야 업무를 주로 맡아 왔다.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 행정관, 인사수석실 행정관, 인사수석실 인사제도비서관, 국정상황실장 등을 지냈고 미국 미주개발은행(IDB) 선임 자문관으로도 활약했다. 이후 기재부에서 사회예산심의관$예산총괄심의관을 역임했다.
최영록 세제실장은 1965년생으로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주리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30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했다. 조세기획관, 재산소비세정책관, 조세정책관, 국무조정실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 등을 거친 ‘세제통’이다. 2015년부터 약 1년 동안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을 역임하며 국회와 사전에 긴밀히 협의하는 등 협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 잇단 파격 인사…‘젊고 추진력 있는’ 기재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새롭게 진용을 갖춘 기획재정부는 과감한 국장급 인사를 통해 새 정부의 국정 과제 추진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행시 30~32회가 포진하고 있는 1급에 비해 국장급 인사는 34~35회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기존의 인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젊은 조직을 추구한 결과로 풀이된다.

기재부 수장으로서 김 부총리의 첫 국장급 인사는 9월 5일 실시됐는데, 기재부의 주요 국장급 8명의 자리가 교체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2차관실의 핵심 국장급에 대한 ‘교차 인사’였다. 1차관 산하에는 국내외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정책국$장기전략국 등이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소득세$법인세 등 세금제도를 수립하는 세제실도 제1차관 산하다. 2차관 산하에는 국민이 낸 세금을 필요한 곳에 배분하는 예산실이 포진해 있다. 이와 같은 ‘교차 인사’는 경제·재정 정책 간 시너지를 높이고 조직 융합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기재부 측의 설명이다. 방기선 경제예산심의관이 정책조정국장으로 임명됐고 이상원 미래경제전략국장은 복지예산심의관 자리로 옮긴 것이 대표적 사례다.

경제 부처 간의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을 도맡은 방기선 정책조정국장은 1965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주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시 34회 출신이다. 기획재정부 복지예산과장, 경제예산심의관 등을 지냈다. 이상원 복지예산심의관은 1966년생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미국 오리건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인력정책과장$국채과장 등을 지냈고 통계청 통계정책국장을 역임했다.

행시 35회인 이억원 경제구조개혁국장의 발탁도 눈에 띈다. 문재인 정부의 사람 중심 지속 성장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재부가 조직 개편을 통해 새롭게 만든 자리다. 문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일자리와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등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이 국장은 1967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미국 미주리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획재정부 미래전략과장$종합정책과장 등을 지냈고 주제네바 대표부 공사참사관(WTO 국내규제작업반 의장)을 역임한 바 있다.

고강도 재정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신설된 재정혁신국장에는 행시 34회인 최상대 국장이, 공공 부문 개혁을 책임지는 공공정책국장에는 마찬가지로 행시 34회인 양충모 국장이 임명됐다. 최 국장은 1965년생으로 연세대 경제학, 서울대 행정학 석사, 미국 메릴랜드대 공공정책학 석사를 공부했다. 기획재정부 예산총괄과장,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선임자문관, 기획재정부 장관비서관 등을 거쳤다. 양 국장은 1963년생으로 연세대 경제학, 서울대 행정학 석사, 미국 듀크대 공공정책학 석사를 받았다. 기획재정부 재정정책과장, 새만금개발청 기획조정관,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실 선임행정관, 기획재정부 성장전략정책관을 지냈다.
기재부는 서울대 절반, 해외석박사 75%
이후 9월19일 김윤경 개발금융국장 등 국제경제ㆍ금융 업무 분야에 대한 인사에 이어 9월29일에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처음으로 실국장급 인사 교류를 실시하며 주목을 끌었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 기재부로 옮겨와 경제정책국장 자리에 앉았다. 경제정책국은 기재부 핵심 부서다. 큰 틀에서 나라 경제의 방향을 제시하고 분석하고 전망하는 것은 물론 물가, 금융, 부동산 정책까지 총괄한다. 도 국장은 1966년생으로 행정고시 34회 출신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시건주립대에서 재무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과 국고국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이후 금융위원회 대변인, 중소서민금융정책관,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책국장을 역임했다.

김윤경 국장은 행시 33회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재경부 국제금융국 금융협력과장, 기재부 행정예산과장, 국제금융과장 등을 지냈다.2010∼2011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준비위원회 대변인을 거쳐 외교안보연구원에 파견을 다녀오기도 했다.국제금융협력기획관과 국제금융심의관, 국제금융협력국장 등을 거쳤다.

오랫동안 기재부의 ‘얼굴’ 역할을 해 왔던 정무경 전 대변인이 기획조정실장으로 승진하며 새롭게 자리를 채우게 된 이계문 대변인에게도 관심이 모아진다. 정무경 기획조정실장뿐만 아니라 김용진 제2차관 또한 오랜 기간 대변인 업무를 한 바 있어 기재부 대변인 자리는 ‘고위직 배출의 산실’로 여겨진다. 이 대변인은 1960년생으로 행시 34회다. 동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행정대학원, 태국 방콕의 아시아공과대학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재정경제부 서비스경제과,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관 등을 거쳤다.

기재부 사상 첫 여성 국장도 탄생했다. 10월 13일 복권위원회 사무처장에 임명된 김경희 국장이 그 주인공이다. 1969년생(48세), 행시 37회 출신으로 현재 기획재정부 고위 공무원 중 최연소 국장이다. 연세대에서 영문학과 법학을 이수하고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법학 석사, 미국 하버드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경제정책$세제$국제금융 분야를 두루 거친 정책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현재 5조원 규모의 복권기금 운용과 복권정책, 취약 계층 지원 사업 등을 총괄하고 있다.

가장 최근 인사라고 할 수 있는 10월 26일에는 우병렬 대외경제국장과 박충근 혁신성장정책관이 임명됐다. 기재부는 9월 말 조직 개편을 통해 성장전략정책관을 혁신성장정책관으로 변경했다. 정책조정국 업무 가운데 신성장정책과 서비스 경제 분야가 주요 업무다. 무엇보다 최근 범정부 차원에서 ‘혁신 성장’에 힘을 주고 있는 만큼 정부의 경제정책을 마련하고 타 부서와의 협업을 위한 조율 등을 맡게 된다.

박 국장은 1964년생으로 행시 34회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학, 미국 캘리포니아대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주개발은행(IDB) 선임자문관,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 등을 역임했다.

우병렬 대외경제국장은 1967년생으로 행시 35회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대에서 법학 석사를 받았다. 총무처 수습사무관 이후 법제처를 거쳐 대통령 인사비서관실 행정관, 기재부 재정성과심의관 등을 지냈다.

viv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