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트렌드] 알파고 지능의 핵심 ‘뉴럴 네트워크’
(사진)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4국 장면. /구글 제공

{인간 뇌의 뉴런·시냅스 연결망 모방…뇌파 특성 연구로 진화}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제어하는 기관은 뇌다. 뇌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와 3000억 개가 넘는 교질 세포로 이뤄져 있다.

과학의 발전으로 많은 자연의 신비가 하나둘 밝혀졌지만 뇌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특히 컴퓨터 수준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간의 사고와 판단, 직감 능력 등은 기계가 흉내 내기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학계에서는 뇌의 신비를 상당수 풀 수 있다면 다양한 산업 분야에 산적한 수많은 난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뇌과학 연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뇌를 분석하기 위한 각종 기술이 발전하면서 뇌를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의학과 생리학 등 뇌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학문은 물론이고 바이오와 정보기술(IT)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되면서 뇌의 특성을 규명하기 위한 활동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뇌에 대한 지식을 더욱 풍부하게 축적할 수 있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의학 발전은 물론 신규 비즈니스를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지고 있다.

뇌과학자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뇌의 구조와 특징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다. 뇌는 뉴런(neuron)이라는 세포와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synaps)가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뇌는 이 신경 네트워크를 통해 외부 입력을 뇌 안의 특정 부위로 전달하는 한편 이러한 전달 과정을 스스로 학습, 이후 유사한 입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

따라서 컴퓨터 과학계에서는 신경 네트워크를 모방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면 기존 컴퓨터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자연어 분석 및 음성과 영상 인식은 물론 스스로 지식을 학습하는 인공지능 컴퓨터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알고리즘은 신경 네트워크 구조를 개념적으로 모방했다는 의미에서 뉴럴 네트워크(Neural network)라고 불리게 됐다.

◆구글·페이스북이 주목한 ‘딥러닝’

뉴럴 네트워크의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사실 뉴럴 네트워크 연구는 1940년대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지만 지금까지 발전 속도가 매우 더뎠다. 뉴럴 네트워크의 특성상 기존 알고리즘에 비해 연산 처리 속도가 느리고 범용성도 낮아 쉽게 상용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일본 정부는 ‘5세대 컴퓨터’라는 뉴럴 네트워크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뉴럴 네트워크의 수준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뉴럴 네트워크가 실험 수준을 넘어 실제로 활용될 수 있을 정도로 급속히 발전했다. 뉴럴 네트워크에 기반 한 딥러닝이라는 인공지능 기술은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유수의 IT 기업들이 주목하는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얼마 전 바둑기사 이세돌과의 대결로 큰 관심을 받은 구글의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의 핵심 기술도 바로 뉴럴 네트워크다.

이전까지 바둑은 체스와 달리 인간의 사고 능력이 컴퓨터를 압도하는 게임으로 알려졌지만 알파고는 뉴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인간보다 더욱 정교한 바둑을 둠으로써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뉴럴 네트워크가 동작하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연산 처리 능력을 가진 프로세서가 필요하지만 뉴럴 네트워크의 개념이 등장할 당시에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빠른 속도로 복잡한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프로세서 기술이 등장하면서 효과적인 뉴럴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한편 빅 데이터 역시 뉴럴 네트워크 발전의 일등 공신이다. 뉴럴 네트워크 스스로 학습을 통해 성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입력 받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뉴럴 네트워크에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수집 및 처리 능력이 제한적이었기에 뉴럴 네트워크가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인터넷 및 모바일 시대의 등장으로 풍부한 데이터 확보가 가능해지면서 뉴럴 네트워크 수준도 성장할 수 있었다.

뉴럴 네트워크의 성능을 혁신시키기 위한 새로운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기존 뉴럴 네트워크는 신경 네트워크 구조만 묘사했을 뿐 동작 메커니즘까지 정확히 모방하지는 못했다.

입력된 정보를 토대로 단편적인 결과를 얻는 능력은 탁월하지만 숨겨진 의미까지는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예를 들어 언어의 표면적 의미는 이해할 수 있지만 여기에 내포된 은유나 비유 등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뉴럴 네트워크의 구조뿐만 아니라 여기에서 발생하는 뇌파의 특성에 주목하게 됐다. 뉴런과 시냅스가 자극을 받으면 뇌파를 생성되는데, 이러한 뇌파는 정보의 전달을 넘어 보다 고차원적인 정보 해석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뇌의 신경 네트워크 및 뇌파의 작용까지 모방해 보다 정교한 사고 능력을 구현할 수 있는 스파이킹 뉴럴 네트워크(Spiking neural network)라는 기술도 각광받게 됐다.
[테크 트렌드] 알파고 지능의 핵심 ‘뉴럴 네트워크’
(사진) 서울 여의도 씽크풀 아카데미실에서 김동진 씽크풀 대표이사가 로봇(인공지능) 주식 투자 시스템 ‘라씨(RASSI)’ 관련 기술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슈퍼컴퓨터 능가할 ‘뉴로모픽 칩’

뉴럴 네트워크를 실제 하드웨어 반도체로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간 뉴럴 네트워크는 개발이 용이한 소프트웨어로 개발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실제 뇌의 특징을 정교하게 모방하기 위해서는 뇌세포 및 신경 네트워크 구조를 하드웨어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기존 컴퓨터 프로세서와 달리 뉴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각종 명령 및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뉴로모픽 칩(Neuromorphic chip)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만일 뉴로모픽 칩이 성공적으로 작동한다면 기존의 컴퓨터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인간의 뇌는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실제 전력 사용은 매우 적다고 한다.

그러므로 만일 이러한 특징을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는 뉴로모픽 칩이 등장한다면 기존에 풀기 어려웠던 문제도 척척 해결하면서 에너지를 훨씬 적게 소비하는 꿈의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BM과 퀄컴 등 여러 기업들은 이러한 뉴로모픽 칩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IBM은 2006년부터 뇌를 모방하는 컴퓨터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노력으로 IBM은 2014년 트루노스(TrueNorth)라는 뉴로모픽 칩을 발표하고 향후 수년 내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트루노스는 매우 적은 전력만 소모하므로 만일 상용화된다면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 등 전력 공급이 제한되는 기기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반도체를 개발하는 퀄컴 역시 미래 사물인터넷 반도체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트루노스와 유사한 뉴로모픽 칩을 개발하고 있다. 퀄컴은 제로스(Zeroth)라는 새로운 프로세서를 만들고 있는데, 이를 통해 컴퓨터가 마치 사람처럼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NEC나 소니 등 일본의 여러 기업들 역시 뉴로모픽 칩을 비롯한 뉴럴 네트워크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뉴럴 네트워크가 향후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가져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뉴럴 네트워크가 전면적으로 활용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기술 및 사업적 난제들이 아직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자연과학과 공학기술의 융·복합 발전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이뤄지면서 뉴럴 네트워크 연구가 이전보다 더욱 풍부한 성과를 보일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적지 않다.

그러므로 뉴럴 네트워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력을 축적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은 물론 국가 차원의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