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
먼저 당신의 상사가 진정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파악하라
나쁜 상사는 ‘똥’, 치울 수 없으면 피하라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난관에 봉착하게 되는데 난관을 돌파하지 못하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주저앉게 된다. 이 난관 가운데 하나가 사람이다.

어쩌면 직장인들에게 가장 어려운 장애물은 사람일지 모른다. 많은 직장인들이 “일보다 사람 때문에 힘들다”고 이야기할 만큼 직장에서 인간관계는 직장인들의 업무 의욕과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직장 내 인간관계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상사와 관계다. 오죽했으면 “직장 상사가 천사면 직장도 천국이고 악마면 직장도 지옥”이라는 말이 나올까. 직장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 가운데 상사가 압도적 1위다.

직원에게 직속 상사는 회사나 업무보다 만족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회사가 좋고 직무가 적성에 맞아도 소용없다. 매일 얼굴을 보고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상사가 싫은데 회사가 무슨 소용이고 적성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서울남부지검 검사의 자살도 직속 상사 때문이었다. 이 검사의 직속 상사였던 부장검사는 수시로 막말을 했다. 술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고 뒤통수를 치고 퇴근 뒤 술자리로 불러내 모욕을 줬다.

이런 폭언과 폭행, 업무 외의 부당한 지시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반 년 가까이 하루가 멀다고 이어졌다. 얼마나 상사의 인격 모독과 괴롭힘이 심했으면 서른셋의 젊은 엘리트 검사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겠는가.

직장인들에게 좋은 직장 상사를 만나는 것은 가장 큰 행운이다. 반대로 나쁜 상사를 만나는 것은 최악이다. 나쁜 상사 밑에 있다면 제아무리 유능한 직원이라도 오래 버티기 어렵다. 다른 부서로 옮겨 가지 않으면 십중팔구 회사를 떠난다. 특히 유능한 직원일수록 나쁜 상사 밑에 남아 있지 않는다.

어떤 조사를 보면 직장인의 90%가 상사 때문에 직장을 떠날 생각을 했다. 심지어 나쁜 상사는 부하 직원을 아프게 만든다. 부하 직원에게 굴욕감을 느끼게 하고 지치게 만든다. 2008년 스웨덴의 한 조사에 따르면 10년간 직장에서 상사의 관리를 잘 받지 못했다고 대답한 3000명 가운데 20~40%가 심장병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좋은 상사를 만나기는 참 어렵다. 모든 행운이 그렇듯이 확률이 높지 않다. 반대로 몇 십 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한두 번쯤 나쁜 상사를 만날 기회가 생긴다. 만약 나쁜 상사를 만났다면 직장 생활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고 봐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 피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정면으로 대응해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만들거나 최대한 부닥치지 않도록 피해야 한다. 똥은 치우거나 피할 일이지 가까이에 두고 적당히 지낼 일이 아니다.

나쁜 상사는 똥과 같다. 치울 수 없으면 피해야 한다. 잘못 건드렸다가 낭패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쁜 상사는 일단 들이받고 봐야 한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똥이 무서워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우리의 옛말을 가볍게 들을 일이 아니다.

가끔 직장에서 섣부르게 ‘똥상사’와 맞서려다 큰코다친 사람들을 접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상사와 맞섰던 자신들의 ‘만용’을 후회했다. 쉽게 치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달려들었다가 치우는 과정에서 만신창이가 됐고 결국 직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일부는 치우지도 못하고 망신만 당한 뒤 쥐죽은 듯 지내고 있었다.

나쁜 상사는 정말로 단숨에 치울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 차라리 피하는 게 좋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은 “악질 상사는 희귀동물 바라보듯 불쌍히 여기며 비위를 맞춰 주는 게 좋다”고 권한다. 속이 터지더라도 꾹 참고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겠지만 부닥치지 않도록 멀리 피해 다니는 게 상책이다. 치울지, 아니면 피할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순전히 비용이다. 따라서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게 비용이 덜 드는지 잘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참 어려운 것은 이것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즉 자신의 직장 상사가 본질적으로 나쁜지, 아니면 일시적으로 자신이 관계를 잘못 맺거나 상사의 언행을 잘못 해석해 나쁜 상사라고 착각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가끔 자신의 성장 발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보석 같은 상사를 똥상사로 잘못 판단해 후회하는 직장인들이 있다. 나중에 보니 자신의 성공에 관심을 갖고 배려하면서 최대한 도우려는 상사였고 그의 밑에서 일하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는데 기회를 찼던 것이다. 그만큼 상사에 대한 판단은 결코 섣부르게 하는 게 아니다. 힘들어도 지켜보면서 천천히 판단해야 한다.

킴 스캇이 구글에서 일하게 된 것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동창생인 셰릴 샌드버그의 도움 때문이었다. 스캇은 구글에 재직하고 있던 셰릴 샌드버그에게 연락해 그의 조언을 듣고 구글에 이력서를 보냈다. 당시 회장이었던 에릭 슈미트는 스캇의 지원서를 보고 마음이 동해 그를 채용했다.

그런데 첫 출근한 그를 당황하게 만든 것은 그의 상사였다. 그의 직속 상사는 다름 아닌 샌드버그였다. 더구나 샌드버그는 그를 살갑게 대하지 않는 듯했다.

한 번은 스캇이 회장을 비롯한 회사의 최고경영자들에게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 보고가 끝나자 슈미트 회장은 만족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스캇도 보고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샌드버그의 평가는 달랐다. 샌드버그는 그가 발표할 때 “음”하는 군말을 많이 낸다며 고칠 것을 요구했다. 스캇이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자 샌드버그는 “네가 ‘음’ 하는 소리를 낼 때마다 멍청해 보여”라고 독설을 퍼부으면서 스피치 강사에게 배워 고치라고 요구했다.

순간 스캇은 당황했다. 자신이 보고를 잘했다고 느꼈고 회장의 만족스러운 반응까지 확인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샌드버그는 모욕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자신의 보고를 평가절하했다. 아무리 자신의 직속 상사이고 입사에 도움을 준 대학원 동창이지만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샌드버그를 나쁜 상사로 규정했을 것이다. 그의 지적에 반발하면서 그의 조언에 귀를 닫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와 관계를 재정립하고 그와 맞서거나 홧김에 회사를 뛰쳐나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캇은 샌드버그의 지적이 자신을 보살피려는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했다. 그는 샌드버그의 권유대로 스피치 강사의 교육을 받아 발표 습관을 고쳤다. 이것을 계기로 샌드버그를 훌륭한 상사의 표상으로 삼기로 했다.

◆‘정확한 지적’은 스스로 받아들여야 한다

샌드버그처럼 부하 직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상사를 나쁜 상사로 취급하는 부하 직원들이 적지 않다. 자신을 잘 대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상사를 똥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 번 나쁜 상사로 규정하고 나면 그때부터 그의 모든 언행은 부당한 것이 되고 만다. 고정관념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더 나쁜 상사는 부하 직원의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지 않는 상사다. 그런 상사 밑에서 일하면 편할지 몰라도 성장하기 어렵다. 자신의 문제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결코 개선할 수 없다. 배우는 것도 없고 성과도 내지 못한다.

스캇도 “만약 샌드버그가 내게 솔직하게 지적해 주지 않았다면 나는 내 잘못을 아직 고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직설적인 지적을 받고서야 자신의 문제점을 바로 볼 수 있었고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나쁜 상사를 만날 때가 있다. 가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모질고 악독한 상사도 있다. 떠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그를 생각하면 숨이 막히고 기분이 나빠지는 그런 상사가 영화에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그렇게 나쁜 상사는 드물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일하는 직장의 특성상 그렇게 나쁜 상사는 자리를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직장인들이 이야기하는 나쁜 상사는 대개 자신과 나쁜 관계를 맺고 있는 상사일 가능성이 높다.

본성이 나쁜 사람이라기보다 자신과 관계가 나쁠 뿐이다. 이런 상사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들과 관계가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직장인들이 이야기하는 나쁜 상사란 대부분이 관계를 맺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존재라는 뜻이다. 즉 그 상사가 나쁜 게 아니라 자신과의 관계가 나쁠 뿐이고 자신이 그를 본성이 그릇된 악질 상사로 규정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관계를 맺게 된 원인의 상당 부분이 자신에게 있다. 내가 보기에도 직장에서 상사와 관계가 나쁜 것은 상사보다 부하가 나쁜 경우가 많다.

◆‘착한 상사’는 오히려 ‘나쁜 상사’일 수도

따라서 어떤 상사를 나쁜 상사로 규정하기 전에 그 사람의 본성이 나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그와의 관계가 나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나쁜 관계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내가 너를 꽃이라 부르기 전엔 너는 하나의 몸짓에 불과했다’는 김춘수의 시구처럼 애초부터 나쁜 상사가 아니라 상사와 관계가 나빠지면서 그를 나쁜 상사로 규정한 것인지도 모른다. 관계는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관계 악화의 원인이 사라지면 나쁜 관계는 금방 바뀐다. 상사와의 관계가 개선된다면 나쁜 상사도 좋은 상사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하나 덧붙이자면 직장에서 착한 상사가 반드시 좋은 상사는 아니다. 오히려 착한 상사는 무능한 상사일 가능성이 높다. 부하 직원에게 좋은 소리만 해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쓴소리를 하는 상사가 좋은 상사일 수도 있다.

스캇도 상사로서 자신의 실패 경험을 고백하고 있다. 스캇은 좋아하는 한 직원을 데리고 있었는데 그의 업무 능력은 상당히 떨어졌다. 하지만 스캇은 그의 성과가 부진해 걱정할 때마다 그를 안심시켰다. 기분이 상할까봐 한 번도 지적하지 않았다.

그러나 스캇은 그를 결국 해고해야 했고 회사를 떠나는 그 부하 직원으로부터 “왜 내게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지 않았느냐”는 원망을 들어야 했다.

/ 일러스트 김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