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트렌드]
"핵심은 기술 아닌 닌텐도의 브랜드와 콘텐츠…슈퍼마리오 모바일 게임도 관심"
죽은 AR 살린 '포켓몬 고' 성공 요인은?
(사진) 포켓몬 고 홈페이지.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일본 닌텐도의 주가는 2015년 8월 단기 고점(2만4000엔)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 7월 19일 종가 기준 3만1770엔을 기록했다.

2010년 4월 이후 6년여 만에 처음으로 3만 엔을 넘어선 것이다. 최근 주가가 1만3800엔(6월 24일)까지 떨어진 이후 한 달도 안 된 시기에 일어난 드라마틱한 급등이기에 더욱 놀랍다.

이유는 모두가 알다시피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 출시 덕분이다. 게임이 미국·호주·뉴질랜드에서만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을 비롯해 36개국에 게임이 출시된 지금, 게임 개발사인 나이앤틱(Niantic)의 최고경영자(CEO) 존 행크의 인터뷰처럼 앞으로 200여 국가로 확대된다면 총매출액 40억 달러를 기대한다는 애널리스트의 분석이 그리 황당하게 들리지 않는다.


◆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올레 캐치캐치’

‘포켓몬 고’는 모바일 기반의 증강현실과 위성항법장치(GPS)라는 기술을 활용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기반의 게임은 이미 적지 않이 소개된 바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포켓몬 고’를 만든 회사인 나이앤틱의 ‘잉그리스(Ingress)’란 게임인데, 이 게임은 ‘포켓몬 고’처럼 GPS 방식으로 증강현실을 활용했고 게임 내용 역시 유사하게 ‘땅따먹기’ 식의 배틀 방식이다.

블리파(Blippar)는 주로 마케팅에 활용되기는 하지만 이미지 인식 증강현실 방식으로 구글 글래스에 증강현실 게임을 제공하는 등 간단한 게임을 소개하기도 했고 크래욜라 컬러 얼라이브(Crayola Color Alive)와 같은 어린이를 위한 증강현실 게임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올레 캐치캐치(Olleh Catch Catch)가 이미 2011년에 증강현실 마케팅 애플리케이션(앱)을 소개하며 당시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기도 했고 일본에서는 아이버터플라이(iButterfly)라는 나비를 잡는 게임으로 당시 많은 주목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독자들이 위의 증강현실 앱을 잘 알지 못하듯이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작품을 찾기 힘들다. 처음에 소개됐을 때 호기심에 한 번은 사용했을지 몰라도 이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만큼 매력적이지는 않았던 것이다. 물론 대부분이 출시됐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그냥 묻혀 버렸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포켓몬 고’가 증강현실과 GPS라는 기술 기반의 게임이기는 하지만 사실 기술적 난이도를 보면 전혀 새롭지도 않고 그렇다고 고난도의 기술이라고 볼 수도 없다. 증강현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실제 세계에 가상의 대상물(object)을 구현하는 기술과 실시간으로 현실과 가상의 대상물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때 이 가상의 대상물이 어느 곳에 위치하는지, 즉 실제 영상 위에 가상 정보를 정확하게 위치시키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 ‘포켓몬 고’의 기술은 카메라로 비추는 실제 세계에 포켓몬을 나타나게 하고 포켓몬이 어디에 있는지는 GPS 센서에서 수집된 정보를 통해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을 이용해 파악하는 기술이 혼합된 작품이다.

사실 이런 기술 수준은 증강현실 기술을 갖고 있는 웬만한 스타트업이라면 구현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그리 혁신적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포켓몬 고’가 이렇게 세계적인 성공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근간은 역시 ‘포켓몬’이라는 ‘브랜드’다. 1996년 처음 등장한 이후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포켓몬’은 그 역사가 말해주듯이 세대를 넘나드는 베스트셀러이면서 스테디셀러 게임이자 애니메이션이며 캐릭터다.

올해 2월 주식회사 포켓몬(닌텐도에서 스핀오프한 회사)에서 발표한 전 세계 포켓몬 게임 타이틀 누적 현황을 보면 ‘포켓 몬스터’ 시리즈가 2억 개, ‘포켓몬’ 관련 게임이 2억8000만 개에 이를 정도다. 가히 이 게임의 영향력을 알 만하다.
죽은 AR 살린 '포켓몬 고' 성공 요인은?
(사진) 2011년 KT에서 내놓았던 증강현실 마케팅 앱 ‘올레 캐치캐치’. /한국경제신문

◆ 거리로 나온 게이머들…경제 효과는

게임은 그 자체로도 큰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 자산이지만 그 부가가치가 상상을 초월하는 지식재산권(IP)이다. 게임 IP는 게임이 갖는 모든 특허를 포함하는데, 타이틀 제목은 물론 캐릭터·소스코드 등 게임에 포함된 모든 권리를 의미한다.

이것이 상상을 초월하는 가치를 갖는 이유는 게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를 활용한 그 어떤 분야에도 사업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닌텐도는 이러한 IP 기반의 비즈니스를 하기에 가장 적합한 기업인데, 닌텐도가 무서운 것은 이번에 큰 성공을 거둔 ‘포켓몬 고’ 외에도 스마트 기기가 갖는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즐길 수 있는 타이틀 라인업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는 것이다.

‘젤다의 전설’, ‘돈키콩’, ‘닌텐독스’ 등의 게임과 그 안에 있는 수많은 캐릭터, 무엇보다도 닌텐도가 가진 궁극의 캐릭터인 ‘슈퍼마리오’가 모바일 게임에 언제 어떻게 등장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슈퍼마리오’는 그 이름만으로도 벌써 세계적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닌텐도는 올봄에 공식적으로 애니멀 크로싱(한국명 동물의 숲)과 파이어 엠블렘을 스마트폰용으로 올가을에 출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포켓몬 고’와 같은 형식의 게임으로 출시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스마트 기기용 게임 앱 개발사인 ‘디엔에이(DeNA)’와 함께 작업하는 것이기에 모바일 비즈니스로 전환하려는 닌텐도의 의지를 읽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동안 콘솔 게임을 통해 쌓아 온 닌텐도 게임 IP의 위력을 실감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포켓몬 고’의 성공이 가져오는 경제적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먼저 닌텐도는 게임 내 구매를 통해 얻는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닌텐도가 게임 콘솔을 판매하는 하드웨어 회사이기 때문에 GPS 기반의 증강현실 게임을 할 수 있는 디바이스 판매도 기대할 수 있다.

당장 ‘포켓몬 고 플러스’라는 기기를 사전 주문 중인데 지금은 예약을 중지할 정도로 주문이 폭주한 상태다. 게임을 하기에 적합한 스마트폰의 구매를 통해 스마트폰 라이프 사이클도 짧아질 것으로 보인다. 충전지나 게임 액세서리의 구매를 촉진할 것이고 포켓몬 출몰지는 신규 방문객으로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일본 출시와 함께 스폰서 계약을 한 일본 맥도날드 매장으로 향하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맥도날드에서 어린이용 메뉴 해피밀에 포켓몬스터 장난감을 끼워 판매함과 동시에 맥도날드 매장이 전투를 벌일 수 있는 ‘포켓몬 체육관’과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포케스탑’으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 맥도날드홀딩스의 주가는 한때 20% 넘게 폭등하기도 했다.

닌텐도가 어떻게 전략적으로 오프라인 매장과 스폰서십을 맺을 것인지에 따라 지역 상권이 들썩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동물원이나 공원 그리고 가게에서 그들 사이트에 출몰하는 포켓몬을 소개하며 방문을 유도하는 광고를 하기도 하고 포켓몬 몇 마리 이상을 잡으면 할인 혜택을 준다는 마케팅을 시작하기도 했다.

또한 방에서 게임을 하던 게이머들이 밖으로 나간다는 것 자체가 갖는 의미를 살펴보면 그 경제적 효과는 산출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 핵심 역할 나이앤틱…닌텐도에도 모험

걸어 다님으로써 신발 구매를 촉진할 것이고 걷다가 사먹는 음료수에 음식 소비도 늘게 된다. 신기한 몬스터를 잡기 위해 그리고 대전을 위해 체육관을 찾아다니는 여행객들, 아이들과 함께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가족들 등 게임 하나가 가져온 결과는 새로운 소비 행태를 일으키고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까지 촉진할 것이다.

최근 국내의 사례를 보더라도 속초에 몰리는 관광객들과 이들을 유치하려는 속초시장과 지역 상인들의 노력은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브랜드와 이에 대한 충성도가 보여주는 한 사례다.

‘포켓몬 고’의 성공을 보니 우려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2009년에 닌텐도 DS가 한참 인기를 얻었을 때 “닌텐도 게임기 같은 것을 우리는 왜 못 만드나?”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때처럼 우리도 ‘포켓몬 고’와 같은 증강현실 게임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당장에 증강현실 게임 산업 신시장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증강현실 게임 육성, 공동 연구·개발(R&D), 규제 개선 등을 추진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3년 동안 수백억원을 지원한다는 보도 자료를 뿌리는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사실 닌텐도의 ‘포켓몬 고’는 닌텐도에 큰 모험이다. 아무리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이번 게임은 개발사인 나이앤틱의 역할이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바일 게임 비즈니스 경험이 거의 없는 닌텐도로서는 앞으로 핵심 비즈니스를 어디로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DeNA’와의 파트너십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는 닌텐도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큰 모험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포켓몬 고’의 성공 사례가 증강현실 게임의 폭발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페이스북에서 팜빌(FarmVille) 게임으로 얻은 인기를 발판으로 상장(IPO)까지 한 징가(Zynga)나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로비오(Robio Entertainment)의 최근 부진한 사례는 모바일 게임 비즈니스가 얼마나 부침이 심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하나의 성공 사례가 시장 전체를 말해주지 못한다. 비록 증강현실이 매우 유망한 차세대 먹거리로 예측되지만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는 전혀 별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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