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트렌드]
‘장밋빛 전망’ 속 해결해야 할 과제 많아…‘AI 접목+상호 운용성 확대’가 관건
스마트 홈 시대는 어떻게 열리나?
[한경비즈니스=천신응 CIO 편집팀장] 2017년이 목전에 다가온 가운데 내년 주목해야 할 트렌드 중 하나로 단연 스마트 홈이 손꼽힌다.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조5677억원 규모였던 스마트 홈 시장은 올해 11조1400억원에 이어 내년에는 13조2800억원, 2019년에는 21조1700억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내년 1월 5일부터 열리는 정보기술(IT) 산업 최대 전시회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2017’의 최대 볼거리 중 하나 역시 주요 IT 기업들이 내놓는 각양각색의 스마트 홈(홈 IoT) 솔루션일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이 2014년 가정용 보일러(온도조절기) 업체 ‘네스트’를 인수하며 촉발된 스마트 홈 분야에 대한 관심이 2017년 마침내 본격적인 대중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오늘날의 ‘스마트 홈’을 둘러싼 담론은 ‘난삽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복잡하다. 전통적 가전 기기 제조사를 비롯해 전 세계 각국의 통신사,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각종 산업계 표준 단체는 물론 구글·애플·삼성 등의 IT업계 거물들이 각기 저마다의 주장과 비전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는 관련된 분야가 그만큼 폭넓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스마트 홈 영역은 가전과 통신 및 인터넷 서비스, 인공지능을 비롯해 건설 및 부동산, 심지어 교통과 헬스 케어 분야까지 발을 걸치고 있다. 오늘날 주요 경제 영역의 주체들이라면 너 나 할 것 없이 스마트 홈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AI, 머신러닝과의 접목이 필수

하지만 현존하는 스마트 홈 기기 다수는 단편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친다. 가격 또한 일반 기기보다 비싸 얼리어답터를 제외한 일반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투자한 비용 이상의 효과를 거두기보다 IT 마니아의 신기한 장난감이나 자랑거리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스마트 홈이 본격적인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 요구되는 요소는 바로 ‘결합’이다. 스마트 베이비 모니터와 스마트 커피 메이커의 사례를 들어보자. 각각의 활용 사례로는 약간 편리한 수준에 그치지만 아이가 울 때 커피를 자동으로 내리도록 설정한다면 실용성이 한층 배가된다.

새벽에 잠에서 깬 아이를 달래야 하는 부모에게는 큰 차이다. 온도조절기와 스마트 워치를 결합함으로써 사용자가 운동을 마칠 때 시원한 환경을 구축하는 시나리오도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결합은 필연적으로 ‘복잡성’이라는 과제를 낳는다. 직관적으로 가전 기기를 이용해 온 사용자들이 수십 종의 기기를 일일이 설정하고 시나리오에 맞춰 최적화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까. 공인인증서 갱신도 번거로운 마당에 기기를 교체할 때마다 관련 기기를 재설정하려는 이가 있을까.

스마트 홈의 중심인 스마트폰이나 네트워크 공유기를 교체하는 것이라면 더욱 끔찍해지는 상상이다. 공유기를 바꿨는데 보일러나 냉장고가 동작하지 않는다면, 심지어 현관문조차 열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스마트 홈이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은 ‘자동’으로 이뤄져야 하며 인공지능의 학습 기능이 필수적으로 접목돼야 한다. 사용자는 프로그래머가 아니다. 제품 설정과 연결, 사용자 환경에 맞춘 최적화가 인공지능에 의해 자동으로 이뤄져야 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월 19일 스마트 홈 AI 비서인 ‘자비스’ 시스템을 소개했다. 자비스는 사용자를 학습해 조명을 켜고 끄며 원하는 노래를 틀어준다. 현관 밖의 사람을 인식해 자동으로 문을 열어줄 수도 있다.

그의 시연에서 특히 두드러졌던 점은 명령하는 이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저커버그 CEO가 음악을 틀어달라고 할 때와 그의 부인 프리실라 챈이 지시할 때 나오는 음악이 달랐다. 스마트 홈은 이렇게 인공지능과 결합됨으로써 대중화에의 물꼬를 틀 것으로 관측된다.

◆앞으로의 전개 방향은?

리서치 전문 기관 팍스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작년 미국 내 고속 통신망을 갖춘 가정 중 약 20%는 하나 이상의 스마트 홈 기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비율은 향후 10년 안에 66%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스마트 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조사 기관을 막론하고 이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가 스마트 홈에 열광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이 산재해 있다. 무엇보다 업체 사이의 ‘이기적 경쟁’이 상호 운용성을 저해하는 형국이다. 몇몇 선도 기업들이 스마트 홈이 창출하는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고 기기 간 연결성을 손아귀에 두려는 태도를 고수함에 따라 폐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많은 기업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스마트 홈에 주목하고 있지만 진화할 방향이 어디일지, 주도 업체가 어디일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심지어 어떤 산업계가 주도할 것인지조차 예측하기 어렵다.

사용자들이 상호 운용성과 보안을 고려해 구글이나 애플 혹은 거대 통신사의 생태계 중 하나를 선택해 기꺼이 그 안에 머무를까. 아니면 값이 저렴하고 아이디어가 참신한 신생 기업의 개별 제품을 구입해 자신만의 스마트 홈 생태계를 확장해 가는 태도를 보일까.

어떤 스마트 홈 기기를 새롭게 구입하더라도 기존 홈 IoT 기기와 매끄럽게 호환되고 단일 인터페이스에서 전체를 조율할 수 있는 미래가 언젠가는 올까. 스마트 홈의 미래는 아직 장밋빛 안갯속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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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 홈 시대는 어떻게 열리나?
- 스마트 홈의 현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