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트렌드]
페이스북·구글·애플, ‘가짜 뉴스’ 확산 방지 기술 연구 돌입
가짜 뉴스의 해법, IT 기업이 쥐고 있다
(사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2월 21일 '가짜 뉴스'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 칼럼 =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사상 초유의 조기 대선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관련 뉴스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각종 매체를 통해 매일 엄청난 양의 뉴스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바로 ‘가짜 뉴스’다.

가짜 뉴스는 일부 현상을 교묘하게 편집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혹은 실제와 다른 내용을 마치 사실처럼 꾸며 보도하는 뉴스를 말한다. 누구나 허위인 것을 알 수 있는 풍자나 패러디와 달리 가짜 뉴스는 그럴 듯한 형식과 내용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가짜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이를 진실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진짜 뉴스를 의심하기도 한다. 한국 국민 4명 중 3명도 가짜 뉴스 때문에 진짜 뉴스의 진실성을 의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미 대선 흔든 가짜 뉴스

가짜 뉴스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호주의 매쿼리 사전이 가짜 뉴스를 2016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가짜 뉴스가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작년 미국 대선 당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도 바로 가짜 뉴스였다.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를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뉴스가 난무해 급박하게 돌아가던 당시 판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대선을 앞두고 있는 프랑스 역시 급증하는 가짜 뉴스가 선거에 미칠 영향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오늘날 가짜 뉴스는 이전과 다르게 매우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전 세계가 촘촘하게 연결되면서 가짜 뉴스가 일부 지역을 넘어 실시간으로 여러 나라로 전파되고 있기 때문이다. 분초 단위로 쏟아지는 뉴스가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외환이나 증권시장에서는 잘못된 정보 하나가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위험이 높다.

특히 교묘하게 조작된 가짜 뉴스의 거짓을 바로잡는 과정은 오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기 때문에 가짜 뉴스로 인한 피해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짜 뉴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요인은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금전적 목적 혹은 자신의 의도에 따라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거짓 정보를 사용해 가짜 뉴스를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전에는 소수 언론사만 뉴스를 기획하고 배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개인과 단체가 PC와 인터넷 등 IT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유형의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온라인 광고 수익을 얻기 위한 뉴스 생산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자극적인 기사일수록 많은 사람들이 볼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대중의 호기심을 끌 수 있는 가짜 뉴스를 만들어 돈을 버는 사례도 있다. 실제 마케도니아에 사는 17세 소년은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가짜 뉴스 웹사이트를 운영해 무려 6만 달러(약 6900만원)를 벌기도 했다.

◆IT 발전의 그림자…SNS는 유통 창구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역시 가짜 뉴스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개개인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SNS는 뉴스의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했다. 이제는 타인과의 친목보다 다른 이들이 공유한 뉴스를 읽기 위해 SNS에 접속하는 이도 늘고 있다.

이렇게 SNS를 통해 확산된 가짜 뉴스는 기존 인터넷 사이트보다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2016년 최악의 기술’ 중 하나로 미국 대선 기간 중 가짜 뉴스를 확산시킨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기술을 꼽기도 했다. 최근에는 독일 정부도 가짜 뉴스의 유통을 방치하는 SNS 기업에 최대 6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가짜 뉴스가 심각한 이슈로 부상하면서 IT 기업들이 가짜 뉴스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이들 기업들은 가짜 뉴스가 무분별하게 번지는 것을 방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유수의 IT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가짜 뉴스가 급증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SNS 기업인 페이스북은 인터넷으로 가짜 뉴스가 전파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가짜 뉴스를 신고할 수 있도록 메뉴를 구성하는 등 가짜 뉴스를 막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또한 뉴스의 진위 여부를 정확히 판별하기 위해 ABC·AP통신·포인터인스티튜트 등 여러 언론 기관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 역시 가짜 뉴스의 폐해를 막기 위한 움직임에 동참했다. 구글은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AFP통신·리베라시옹 등 17개 언론사들의 가짜 뉴스 검증 프로젝트인 ‘크로스체크’에 공식 파트너로 참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웹사이트에 뉴스의 사실 여부를 표시할 수 있는 사실 확인(‘펙트 체크’) 기능을 추가하는 등 가짜 뉴스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콘텐츠 생산과 유통 서비스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애플도 자사의 플랫폼으로 가짜 뉴스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가짜 뉴스가 IT 산업의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많은 IT 기업들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짜 뉴스를 차단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짜 뉴스의 해법, IT 기업이 쥐고 있다
◆가짜 뉴스 막는 기술 개발 핵심 과제

글로벌 IT 기업들이 이구동성으로 가짜 뉴스를 차단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첨단 IT를 사용해 가짜 뉴스를 막는 방안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가짜 뉴스의 성장에 IT가 가장 크게 기여했기 때문에 이를 막을 수 있는 열쇠도 결국 IT가 쥐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래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떠오른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가짜 뉴스를 가려내는 아이디어가 주목받고 있다. 축적한 사실 정보와 인공지능의 정교한 알고리즘을 사용해 새로운 뉴스가 발생할 때마다 진위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페이스북은 인공지능으로 특정 단어가 입력된 가짜 뉴스를 감지하고 삭제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텍사스대·듀크대·스탠퍼드대 연구진과 인공지능 기술로 문장을 분석해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클레임버스터’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역시 연설이나 토론 중 참석자 발언의 사실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가짜 뉴스 확산을 예방할 수 있는 인공지능 팩트체크 소프트웨어를 올해의 10대 유망 기술 중 하나로 선정했다.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가짜 뉴스를 막기 위한 방안도 고려된다. 다양한 뉴스 데이터를 일괄적으로 분류하고 문장 구조, 특정 단어를 포함한 독자들의 반응 등 각종 필터링 기준으로 분석하는 기술을 적용한다면 뉴스의 진위 여부를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아직까지 이를 구체적으로 시도한 사례는 없지만 앞으로는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적용되는 빅데이터 기술로 가짜 뉴스의 범람을 차단하려는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첨단 기술만으로 가짜 뉴스를 완전하게 막을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뉴스가 가짜인지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복잡하기 때문에 기술만으로 정확하게 가려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은 물론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검증 참여가 가짜 뉴스 해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가짜 뉴스는 향후에도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가짜 뉴스의 폐해가 심각해지면서 가짜 뉴스의 생산과 유통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더욱 힘을 얻게 될 전망이다.

가짜 뉴스가 세계 경제, 사회의 신뢰 구축과 지속적인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가하면서 가짜 뉴스를 근절하기 위한 기술 개발은 더욱 많은 IT 기업의 미래 핵심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