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멀티태스킹은 능률과 생산성 떨어뜨려…업무 순위에 따른 ‘스위치태스킹’ 필요

[한경비즈니스 칼럼=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외부 환경이 너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맡은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실수 몇 번 한 거죠.’ ‘저는 최선을 다했고 나름 성과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억울합니다.’

결과로 평가받는 조직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직원들이 종종 하는 얘기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것이 이해되지는 않는다.

조직원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일을 대하는 모습 자체부터 변화가 필요하다. 쉽지 않은 내·외부 환경 속에도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알아보자.

◆‘컨트롤 영역’에 집중하라
직장 상사의 쏟아지는 지시 대처법은?
(그래픽) 자료 : HSG 휴먼솔루션그룹. /송영 기자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사건이 벌어진다. 사람들은 이러한 사건들 때문에 기분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반복한다. 어떤 사건은 자신에게 생각지도 못한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자기에게 영향을 주는 다양한 외부의 사건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본격적인 얘기에 앞서 글 읽는 것을 잠깐 멈추고 ‘지금 자기를 힘들게 하는 상황’을 5가지만 생각해 보자. 조직 내 상하관계에 따른 갈등, 동료와의 문제, 가족 관계에서의 어려움 등 무엇이든 좋다. 펜이 있다면 잠깐 메모해 두자.

‘컨트롤 영역’과 ‘아웃 오브 컨트롤 영역’이라는 구분법이 있다. 자기가 노력해 결과를 바꿀 수 있다면, 즉 결과를 통제할 수 있는 사건은 컨트롤 영역의 일이다. 반면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를 바꿀 수 없다면 통제 불가능한 아웃 오브 컨트롤 영역의 사건이다.

최근 홍보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예로 들어 보자. 자기가 응원하는 선수가 금메달을 따길 원했지만 안타깝게도 탈락한다. 이건 어떤 영역일까. 당연히 아웃 오브 컨트롤이다. 자기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한들 그 결과를 바꿀 힘은 없다.

그러면 난이도를 좀 높여 보자. ‘교통 체증으로 인한 지각’은 어떤가. ‘대한민국이라는 복잡한 나라에 살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지각이 습관인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외부 환경 탓을 하며 아웃 오브 컨트롤 영역으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워를 피해 1시간 일찍 나온다면 지각은 충분히 컨트롤 영역에 들 수 있다.

그러면 진짜 어려운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자꾸 바뀌는 상사의 지시’는 어떤 영역일까. 이건 바꿀 수 없다. 자기가 맞춰야 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그 대신 그에 따른 문제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상사의 지시 내용을 확인하는 양식을 만든다거나 중간보고 횟수를 늘려 일이 커지기 전에 문제를 발견하는 식이다. 핵심은 ‘자기가 어찌 할 수 없는 부분(교통 체증, 상사의 태도 등)’을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1시간 일찍 나오기, 중간보고 늘리기 등)’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돕는 툴이 있다. 바로 ‘컨트롤 시트’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앞서 생각한 자기의 5가지 고민을 쭉 나열해 보자. 그중 자신이 노력하면 바뀌는 부분을 컨트롤 영역으로, 아무리 신경 써도 변화시킬 수 없는 것들을 아웃 오브 컨트롤로 옮긴다. 이때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첫째, 직관적으로는 아웃 오브 컨트롤 영역으로 보이지만 그것을 컨트롤 영역으로 옮길 방법(앞에서 예로 든 지각처럼)이 없는지 생각해 보자. 만약 그럴 수 있다면 바뀐 고민을 컨트롤 영역에 적도록 한다. 둘째, 지금부터 아웃 오브 컨트롤 영역의 고민은 잊는 것이다. 이 문제들은 우리의 머리를 복잡하게만 할 뿐이다. 그 대신 모든 에너지를 컨트롤 영역에 집중하자.

◆‘멀티태스킹’에서 벗어나라

많은 직장인은 말한다.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 뇌는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절대 할 수 없다.

핼러 웰 하버드대 박사는 멀티태스킹에 대해 “연구 결과 멀티태스킹을 하는 사람들은 주의력 결핍장애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며 “일의 능률과 생산성이 더 떨어지는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일을 잘해 보겠다’는 시도가 오히려 더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안타깝게도 일을 줄이기는 힘들다. 결국 많은 일을 하되 동시에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스위치태스킹’이다. 여러 일을 하되 스위치를 켜고 끄듯이 일을 전환해 가며 하는 방식이다.

스위치태스킹을 하려면 몇 가지를 의도적으로 해야 한다. 첫째 업무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하루에 처리해야 할 일은 수없이 많다.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 ‘중요도’와 ‘시급도’를 따져 무엇을 먼저 하고 나중에 할지에 대한 순서를 정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기 혼자 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상사 혹은 자기 업무와 연관된 사람과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 회사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니 먼저 한다고 해서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둘째는 업무 쪼개기다. 멀티태스킹의 함정에 자주 빠지는 사람은 일을 받는 것이 너무 익숙한 이들이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해서일 수도 있고 상대에게 일에 대해 거부하는 말을 하는 것이 껄끄러워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조직에 필요한 사람은 착한 사람보다 ‘성과를 잘 내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성과 달성에 방해가 되는 착한 태도가 항상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따라서 일을 받을 때에는 ‘쪼개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그렇지 않아도 현업 때문에 바쁜 당신에게 새로운 프로젝트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까. 현명한 답변은 다음과 같다.

“제가 관련 프로젝트 경험이 있으니 제게 맡기시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일정 때문에 이 일의 실무적 부분까지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혹시 제가 프로젝트 전반의 관리 책임을 지되 수행을 맡아줄 팀원과 함께하도록 해 주시면 안 될까요.” 관리의 역할과 실무의 역할을 쪼개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리더가 ‘안 돼. 자네가 다 해야 해’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럴 땐 다음의 셋째 방법을 생각해 보자.

일하다가 발을 동동 구르는 때는 대부분이 마감에 몰렸을 때다. 오늘까지 마쳐야 할 일이 2~3개 있다면 집중이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필요한 셋째 방법이 ‘데드라인 조정’이다.

상사가 다음과 같이 지시한다. “다음 주 금요일까지 영업 프로세스 개선안 보고서 제출해.” 또한 당신에게 해당 상사가 ‘재고 관리안 보고 자료도 금요일까지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그럴 땐 이렇게 물어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혹시 현재 제가 진행 중인 재고 관리안에 대한 보고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사는 본인이 시킨 일에 대해 쉽게 잊는다. 결국 그에 대한 알림은 부서원 개개인의 몫이다. 물론 상사의 지시가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안타깝지만 그럴 확률이 더 높다. 하지만 적어도 당신의 상황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알려줄 필요는 있다.

◆마지막 그림을 맞춰라
직장 상사의 쏟아지는 지시 대처법은?
퀴즈를 하나 풀어보자. 10명이 배를 타고 노를 저어 간다. 그런데 2명이 반대로 노를 젓기 시작한다. 모든 사람의 힘이 동일하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이 배는 몇 명이 젓고 있는 걸까.

언뜻 생각하면 8명을 답으로 떠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하면 6명이 답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제대로 가고 있는 사람 8명 중 반대로 가는 사람 2명을 빼야 하기 때문이다.

‘속도보다 방향’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빨라도 목적지가 잘못됐으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우리 조직은 어떤가. 모든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각자의 최선이 조직 전체의 최선은 아닐 때가 생긴다. 바로 ‘자기중심성’의 함정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상사가 지시한다. “사장님께 제출할 영업 실적 보고서가 필요해. 월요일까지 정리해 갖다 줘.” 이 지시를 받고 당신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기존 실적 보고서 양식을 찾거나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자료를 모으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아니다.

해당 지시를 받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사에게 질문하기’다. 실적 보고서를 어떤 용도로 활용할 것인지(why), 발표용인지 서면 보고용인지(how), 월요일 출근 직후에 필요한지 퇴근 전까지만 제출하면 되는지(when) 등을 물어야 한다.

상사의 모호한 지시를 정확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기껏 통계 자료를 만든 이후 ‘발표할 것인데 이렇게 주면 어떡하느냐’는 식의 억울한 핀잔을 듣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중심성’이다. 이 함정은 특히 우수한 역량의 직원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항상 잘해 왔기 때문에, 능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사의 지시를 본인 나름대로 해석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최선이 정작 일을 시킨 상대 쪽에서는 쓸데없는 일일 수도 있다. 결국 열심히 노를 젓고 있지만 반대로 향해 가는 ‘마이너스의 손’이 되는 것이다.

이를 검증하기 위한 툴이 있다. 상사와 구성원이 각각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적어 비교해 보는 것이다. 많은 조직 리더와 구성원을 대상으로 이를 진행해 보면 절반 이상 같은 답을 쓰는 조직이 많지 않다. 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모두 자기 자리에서는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요한 것은 최선의 방향을 하나로 엮어 내는 것이다. 그래야만 ‘저는 A 업무에 최선을 다 했는데 B 업무를 못 했다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건 이해할 수 없습니다’와 같은 불평이 나오지 않는다. ‘참 열심히는 하는데 매번 성과가 아쉽다’는 상사의 하소연도 막을 수 있다.

모든 일에는 시작이 중요하다. 그 어떤 일도 처음부터 거창한 결과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 성과도 마찬가지다.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시작은 ‘작은 시도’다.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고민 중 어쩔 수 없는 것은 없는지, 많은 일을 해내고 있다며 스스로 자위하고 있지는 않은지, 일을 해 나가는 방향은 맞는지…. 오늘 하루 이들 중 하나만 개선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