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제 1251호 (2019년 11월 20일)

‘바퀴’에서 ‘다리’로…사람처럼 걷고 뛰는 로봇이 온다

[테크놀로지]
- 바퀴로 접근 어려운 ‘라스트 마일’ 배송용 로봇 주목…2족·4족 보행 로봇 활보할 듯


[진석용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지금까지 대부분의 보행 로봇은 기업들의 기술 과시용으로만 인식돼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상용화를 목표로 한 보행 로봇 개발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현관 앞까지 직접 물건을 운반하는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 등 상업용 배송 로봇으로의 활용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로봇의 상용화는 인간의 팔과 유사한 다관절 로봇 등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반면 팔 못지않게 중요한 다리를 이용한 로봇의 상용화는 여전히 미진하다. 로봇의 이동 방식은 아직 바퀴에 머물러 있지만 인간처럼 다리로 걷는 로봇이 본격 등장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기계도 인간이나 말·소 등 가축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의 힘만으로 이동할 수 있다. 육상에서는 바퀴나 무한궤도(캐터필러) 또는 공기 부양(ACV : Air Cushion Vehicle) 방식으로 이동한다. 해상에서는 스크루 또는 제트 추진 방식이 사용되고 공중에서는 터빈 엔진, 제트 엔진을 이용해 로터나 팬을 회전시켜 양력과 추력을 만드는 방식이 많이 사용된다. 로봇의 이동 방식도 아직 기계류의 기존 이동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나 공장에서 사용되는 자동경로차량(AGV : Automated Guided Vehicle)은 모두 바퀴 주행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바퀴 방식이 기술적 완성도와 경제성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인간이나 가축처럼 다리를 이용해 걷는 로봇의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로봇의 활동 공간을 획기적으로 확장하는 보행
관련 연구에 따르면 지구 지표면에서 바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지형의 면적은 지표면의 30%, 무한궤도로 접근할 수 있는 면적은 최대 50% 정도인 반면 다리로는 거의 모든 지표면에 접근할 수 있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 공간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가정·사무실·공장 등에는 계단도 있고 장난감이나 작업 부자재, 공구와 같은 각종 물건들이 널려 있다. 한국의 가정에서는 로봇 청소기가 문턱을 넘지 못하고 높낮이가 다른 현관이나 욕실에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실내에서조차 다리가 바퀴보다 종종 더 유리한 것이다. 이처럼 다리를 이용한 보행 방식은 로봇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의 확장이란 확실한 차별적 강점을 가지고 있다. 다리를 이용하면 바퀴, 무한궤도, 공기 부양 등으로는 갈 수 없는 경사가 심한 지형과 계단, 사다리 등 인간에 맞춘 인공적 지형을 모두 이용할 수 있고 바닥에 널린 각종 장애물을 타고 넘고 이동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행 로봇의 잠재성은 크다. 일상 공간에서 특수한 환경까지 폭넓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계단이 많은 상업용 건물, 바닥에 각종 상자나 전기 배선 등이 널려 있는 작업장에서는 부품이나 물품의 운반용으로 활용될 수 있다. 보행 로봇에 손과 팔의 역할을 하는 엔드 이펙터와 매니퓰레이터를 달면 물류 창고에서는 적재 작업용 로봇으로 쓰일 수 있고 공장에서는 공정이 바뀔 때마다 변경된 위치를 스스로 찾아 이동할 수 있는 산업용 로봇이 될 수 있다. 계단이 있는 복층형 구조의 가정집에서는 대화·인포테인먼트·청소 등 각종 기능을 추가해 가정용 서비스 로봇이 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현관 앞까지 직접 물건을 운반하는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 등 상업용 배송 로봇으로의 활용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보행 로봇만 수행할 수 있는 특수한 역할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각종 잔해 등 장애물이 곳곳에 널린 재해 지역이나 경사가 심한 산간 지역의 복구나 인명 구조에 투입되는 재난 대응용 로봇이다. 미국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재난 대응용 로봇 개발 촉진을 위해 개최했던 DRC(DARPA Robotics Challenge, 2012~2105년)에 출전한 로봇들이 단지 다리의 개수나 형태만 달랐을 뿐 모두 보행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던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또한 인간-로봇 상호작용(HRI : Human-robot Interaction) 측면에서도 보행 로봇은 인간에게 보다 친근감을 줄 수 있다. 로봇 공학자들이 생각하는 최상의 로봇 인터페이스는 인간과 동일한 방식, 구조를 갖춘 인터페이스다. 로봇의 외형이 인간의 신체 구조와 유사할수록 인간이 편안하게 여길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술적 완성도를 갖춘다면 보행 로봇이 확산될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보행 로봇은 통상 다리 개수에 따라 1족, 2족, 4족 보행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물론 인간의 발에 해당하는 다리부 말단의 기구부가 어떤 구조로 돼 있느냐에 따라 더 세분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보행 로봇은 다리 끝에 단순한 구조의 지지대만 달고 있지만 최근 등장한 일부 로봇들은 다리 끝에 바퀴나 인간의 발을 닮은 기구부를 달고 있기도 하다.


독보적인 기술을 자랑하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실험용으로 만들었던 2족 보행 로봇 펫맨(PETMAN)은 다리 끝에 발꿈치와 발끝을 이용해 걷는 보행 방식(heel and toe walking)의 기구부를 달고 있다. 그래서 균형을 잡기 위해 다리를 구부정하고 움츠리고 걷는 대부분의 2족 보행 로봇들과 달리 펫맨은 다리를 곧게 펴고 인간처럼 걸을 수 있다.


다리를 이용한 보행은 바퀴를 이용한 주행 방식보다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 예를 들어 바퀴 방식은 모든 바퀴들이 항상 지면과 닿아 있어 모든 바퀴들이 지지대 역할을 해 안정적인 자세 유지가 용이하다. 반면 보행 방식은 지면을 딛고 지지대 역할을 하는 다리와 허공에 뜬 다리가 매 순간마다 바뀌어 자세가 불안정해지므로 균형을 잡기 위한 별도의 동작이 추가돼야 한다. 대부분의 2족 보행 로봇들이 인간처럼 다리를 뻗지 못하고 구부린 채 걷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균형의 크기는 로봇 몸체의 크기와 보폭, 노면의 기울기에 비례해 커지고 발 역할을 하는 다리 끝 지지대의 크기와 로봇 발을 디디는 지표면의 균일성에는 반비례해 커진다. 몸체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으므로 다리의 기계적 구조는 바퀴보다 복잡하고 바퀴보다 더 많은 동작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므로 자연스레 보행 방식은 바퀴 방식보다 에너지를 더 많이 소모하게 된다. 그래서 야외용으로 개발된 일부 보행 로봇들은 대형 군사용 드론처럼 충분한 가동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가솔린을 사용하는 내연기관을 동력원으로 삼기도 한다.

서비스 로봇, 배송 로봇으로 유용
보행이라고 하면 으레 인간처럼 두 다리로 걷는 것을 떠올린다. 인간을 닮은 2족 보행 로봇의 효시는 일본 혼다의 아시모(ASIMO : Advanced Step in Innovative Mobility)다. 1980년대부터 개발된 아시모는 1993년 상체에 손까지 갖춘 휴머노이드 형태로 발전했고 2000년에 자연스러운 2족 보행에 성공한 세계 최초의 로봇이다. 하지만 오늘날 2족 보행 로봇의 개발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Atlas)는 우수한 보행 능력 덕분에 DRC의 표준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최근 공개된 동영상에서 아틀라스는 단순히 걷는 수준을 넘어 앞구르기, 재주넘기, 눈 덮인 야외 경사지를 스스로 걷는 등의 월등한 보행 능력을 선보였다. 아틀라스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2족 보행 기술이 얼마나 잘 발전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새로운 2족 보행 방식도 개발하고 있다. 2017년 소개된 로봇 핸들(Handle) 의 최대 특징은 각 다리 끝에 모터로 구동되는 바퀴가 달린 점이다. 인휠 모터(in-wheel motor)를 장착한 바퀴형 다리(wheel-leg)는 평지에서 빠르게 주행할 수 있는 바퀴 주행의 장점과 계단, 장애물 등을 타고 넘어 이동할 수 있는 다리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최근 핸들은 물류 창고 안에서 신속하게 이동하면서 특정한 팰릿 위에 상자를 적재하는 작업을 시연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보행 로봇은 기업들의 기술 과시용으로만 인식돼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상용화를 목표로 한 보행 로봇 개발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4족 보행 로봇 최초의 상용화 추진 사례는 군사용으로 개발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빅독(Big Dog)이다. 높이 0.9m, 길이 0.8m, 무게 약 110kg인 빅독의 특징은 가솔린 엔진으로 구동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로봇 동력원인 전지와 모터 조합만으로는 미군의 요구에 맞춰 최대 150kg의 짐을 약 40km 이상 옮기기에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빅독은 차량이 주행할 수 없는 험한 경사지에서도 걸을 수 있고 사람이 갑자기 미는 등의 외부 충격을 받아도 쉽게 넘어지지 않는 탁월한 균형 감각을 가졌다. 하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야전에서 사용하기 곤란할 만큼 시끄러운 소음 등으로 보행 로봇 최초의 상용화라는 역사적 기록 달성에는 실패했다.


2019년 들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소형 4족 보행 로봇인 스폿 미니(Spot Mini)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스폿 미니는 최대 14kg의 짐을 실어 나를 수 있고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해 장애물을 피하는 수준의 제한적인 자율주행도 가능하며 제어 펜던트를 통해 인간이 원격조작할 수도 있다. 또 스폿 미니의 상부에는 손처럼 물건을 잡을 수 있는 그리퍼가 부착된 소형 다관절 로봇(Articulated Robot)도 장착돼 다양한 작업도 할 수 있다.


스폿 미니는 모듈 구조로 돼 있어 장거리 커뮤니케이션, 가스 탐지, 3D 매핑, 건설 현장 모니터링, 공공 안전 등의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구조를 갖춘 로봇은 미국의 모티브로보틱스(Motiv Robotics)의 4족 보행 로봇인 로보맨티스(RoboMantis)다.


로보맨티스는 2015년 DRC에 참여했던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로보시미언(RoboSimian) 기술을 전수받았다. 로보맨티스의 상단에는 6축의 다관절 매니퓰레이터(로봇 팔)가 장착돼 있어 다양한 작업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로보맨티스는 모듈 구조로 된 4개의 다리마다 바퀴가 달려 있어 평지에서는 바퀴로 빠르게 주행하고 계단과 경사지에서는 다리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독일 자동차 부품 업체 콘티넨탈(Continental)이 개발 중인 배송용 자율주행 셔틀 서비스에서는 4족 보행 로봇 애니말(AnyMal)이 마무리 역할을 맡고 있다. 애니보틱스(ANYbotics)가 만든 애니말의 역할은 배송의 최종 단계인 자율주행 셔틀의 도착 지점에서 고객의 현관 앞까지 택배 상자를 운반하는 것이다. 바퀴로 이동하는 자율주행 셔틀은 고객의 집 앞까지 많은 물건을 싣고 신속하게 갈 수는 있지만 인간 배송원처럼 고객에게 직접 물건을 전달하지는 못한다. 정원에 널린 각종 장애물을 넘어 현관 계단을 오른 후 초인종을 누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애니말은 다리를 이용해 현관 벨을 직접 누르는 동작도 할 수 있다.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도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용 로봇인 디지트 v2(Digit v2)를 개발하고 있다.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의 디지트 v2는 각각 한 쌍의 다리와 로봇 팔이 부착된 전형적인 휴머노이드 형태를 갖추고 있다. 동영상으로 공개된 디지트 v2는 사무실 내에서 상자를 들고 돌아다니는 모습도 보여준다.


UCLA 산하 로멜라연구소가 개발 중인 알프레드2(ALPHRED : Autonomous Legged Personal Helper Robot with Enhanced Dynamics)는 다른 4족 보행 로봇들과 달리 모든 다리를 상황에 맞춰 팔처럼 사용할 수 있다. 물건을 들어 올리는 피킹(picking) 작업을 할 때 작업 공간에 맞춰 지지용 다리와 작업용 팔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1호(2019.11.18 ~ 2019.11.2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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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11-1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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