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
로테르담, 녹색 공간 늘리기 프로젝트…부표 안에 20그루 나무 ‘둥둥’
적막한 항구에 등장한 ‘물 위의 숲’
(사진)네덜란드 항구 위에 조성된 ‘물 위의 숲’. /김민주 객원기자

[헤이그(네덜란드)=김민주 한경비즈니스 객원기자] 국토의 25%가 해수면보다 낮은 네덜란드는 지형적 특성상 물 위에 뜨는 구조물을 만드는 데 유독 관심이 많다. 지구온난화와 잦은 기상이변으로 최악에는 주거지마저 침수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독창적인 수상 아이템 개발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3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작은 항구에 ‘물 위의 숲’이 조성됐다. 총 20그루의 나무가 각각의 부표 안에 담긴 채 마스강 인근 레인하븐 항구에 띄워진 것으로, 처음엔 어린 묘목 상태였지만 수개월간 키도 제법 자라고 잎도 무성해졌다.

올 초 특별한 용도가 없던 적막한 항구에 갑자기 숲이 생기자 주민들은 신기한 듯이 연신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네덜란드의 다른 곳에 비해 나무와 숲이 적은 지역이기에 주민들의 반가움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물 위의 숲’ 프로젝트를 주도한 네덜란드 예술가이자 공공 디자인 기업 마더십의 설립자인 예론 에버라트 씨는 콜롬비아 작가 조지 베에커 씨의 작품 ‘서식지를 찾아서’에서 영감을 얻었다. 물이 가득 찬 수조 안에 떠 있는 미니어처 나무 조각을 본 후 에버라트 씨는 이를 실제 강 위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팀을 꾸렸다.

이는 도심 속에 녹색 공간을 늘리는 데에는 꼭 땅만이 아니라 물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로테르담 시 전체 면적의 3분의 1이 물로 돼 있고 지면의 80% 이상이 해수면보다 낮은 만큼 에버라트 씨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로테르담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뱃멀미’ 안 하는 느릅나무 심어
적막한 항구에 등장한 ‘물 위의 숲’
(사진)나무의 부표엔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과 후원자들의 이름을 적어 뒀다. /김민주 객원기자

‘물 위의 숲’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2012년부터 에버라트 씨는 전문가 그룹과 재정 지원을 해 줄 파트너들을 모았다. 로테르담 시를 비롯해 TU 델프트대, 미래 도시를 위한 사회 혁신 단체인 시티랩010, 전문 엔지니어 그룹 등 다양한 사람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개인과 회사들도 나무 한 그루에 5000유로(612만원)를 후원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렇게 모인 프로젝트 팀은 2014년부터 ‘물 위의 숲’을 현실화하기 위해 프로토타입 2개를 제작해 로테르담 항구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자연을 생각한 프로젝트인 만큼 대부분이 기존 재료를 재활용하는 것을 우선으로 했다. 먼저 실제 북해에서 오랫동안 사용됐던 부표가 나무를 담기에 가장 완벽한 용기라고 판단, 이를 확보했다. 가장 큰 문제는 나무였다.

나무도 다른 유기체들처럼 뱃멀미를 겪기 때문이었다. 거센 파도가 나무의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었다. 팀은 인근 대학 환경 공학 전공자들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네덜란드산 느릅나무가 거친 파도와 짠 바닷물에 저항력이 강하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고 이 수종을 프로젝트에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나무는 네덜란드의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제공받았다.

현재 부표 안에는 물 500리터가 들어가 있고 나무가 천천히 물을 흡수하기 때문에 1년에 서너 차례 물을 보충해 줘야 한다. 이는 로컬워터보트 회사가 담당하기로 했다.

큰 주목을 받으며 시작된 ‘물 위의 숲’ 은 최소 5년에서 최대 10년 동안 레인하븐 항구를 지킬 것으로 프로젝트 팀은 예상하고 있다.

해당 팀은 이 숲은 대규모 해안 프로젝트의 일부이며 향후 로테르담과 가까운 소도시인 도르드레흐트 사이의 해안을 따라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도시 거주자와 자연 사이의 관계를 관찰하는 것으로도 ‘물 위의 숲’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에버라트 씨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곧 닥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미 해수면 상승이라는 문제를 겪고 있다”며 “더군다나 네덜란드는 지면이 바다보다 낮은 지역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vitamj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