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
트럼프는 옐런 의장 교체 공언…힐러리도 버니 샌더스의 개혁안 수용
‘막가는’ 트럼프·힐러리, “Fed 개혁”엔 한목소리
(사진) 왼쪽부터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의장. /연합뉴스

[워싱턴(미국)=박수진 한국경제 특파원] 미국 대통령 선거가 3주 앞으로 바짝 다가오면서 선거 후 미국 중앙은행(Fed)의 리더십과 지배 구조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공화 양당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모두 Fed 개혁을 외치고 있어서다.

특히 트럼프 후보는 집권 시 반드시 재닛 옐런 Fed 의장을 교체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든지 ‘세계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Fed의 지배 구조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 트럼프 “옐런은 힐러리보다 더 정치적”

가장 큰 관심은 대선 후 옐런 의장의 거취다. 옐런 의장은 벤 버냉키 전 의장 후임으로 2014년 2월 의장에 취임했다. 의장 임기는 4년이다. 옐런의 임기는 2018년 2월이다.

Fed 의장은 대통령 신임으로 계속 근무할 수 있다. 1913년 설립된 Fed는 옐런 의장 이전까지 16명의 의장을 배출했다. 9대 의장인 윌리엄 맥체스니는 1951년부터 1970년까지 19년을 의장으로 일했다. 옐런 의장의 전전임인 앨런 그린스펀도 1987년부터 2006년까지 만 18년간 재임했다.

옐런 의장이 임기를 계속할지 어떨지는 대선 결과에 달려 있다. 트럼프 후보는 여러 차례 “내가 대통령이 되면 옐런을 교체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지난 9월 26일 첫 대통령 후보 TV 토론회에서도 “옐런은 힐러리보다 더 정치적인 인물”이라고 공격했다. 민주당의 재집권을 돕기 위해 금리를 올리지 않고 계속 저금리 상태로 두고 있다는 주장이다.

옐런 의장은 9월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금리 결정 과정에서 우리는 정치를 논의하지도, 고려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Fed의 정치 개입설을 문제 삼은 것은 비단 트럼프 후보뿐만이 아니다. 옐런 의장은 지난 9월 28일 미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도 Fed의 정치 중립성 때문에 공화당으로부터 추궁을 받았다.

공화당 소속 스콧 가렛 의원은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이사와 클린턴 캠프와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초기 재무부에서 국제업무담당 차관을 지내다 2014년 6월 Fed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클린턴 집권 시 재무장관 기용이 유력시되는 인물이다.

가렛 의원은 “브레이너드 이사가 클린턴 캠프에 개인 후원 한도인 2700달러를 기부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Fed 이사가 대선 캠프에 후원한 것이 Fed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브레이너드 이사가 클린턴 캠프와 접촉하고 있고 클린턴 집권 시 재무장관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여러 매체에서 보도되고 있다”고도 했다.

◆ 지역 연방은행 이사회서 현직 금융인 제외

정치권에서는 경기 지표 조작설도 나오고 있다. 미 연방정부가 여당 후보인 클린턴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경제지표를 억지로 떠받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후보뿐만 아니라 일부 공화당 인사들이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실제로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경제 전문 매체인 마켓플레이스가 에디슨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중 25%는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지표를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트럼프 후보 지지자 중 48%가, 클린턴 후보 지지자 중 5%가 이렇게 답했다. ‘어느 정도 불신한다’는 응답도 19%에 달했다. 트럼프 후보 지지자층 응답(21%)이 클린턴 후보 지지자층(8%)을 압도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후보 지지층의 69%는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지표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린턴 후보 지지층에서도 13%가 나왔다.

문제는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지 Fed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트럼프 후보는 이미 옐런 의장의 교체를 포함해 Fed 의사 결정 과정의 투명성 확보와 책임성 강화를 위해 Fed에 대한 회계 감사를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클린턴 후보도 마찬가지로 Fed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Fed의 독립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대신 지역 연방은행 이사회에서 현직 금융인들을 제외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Fed와 12개 지역 연방은행으로 구성돼 있다. Fed에는 대통령의 임명과 상원의 인준을 받아 7명의 이사(현재는 2명이 공석으로 5명만 근무)가 근무한다. 이사 임기는 14년이다.

문제는 지역 연방은행 총재를 포함해 많은 이사들이 현직 금융업계 종사자들로 구성돼 있어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윌리엄 더들리(뉴욕), 닐 카시카리(미니애폴리스), 로버트 캐플런(댈러스) 연방은행 총재 등이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출신이며 이사회에는 금융업계 대표가 당연직으로 포함돼 있다.

클린턴 후보와 민주당 경선을 치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은 “금융회사 사람들이 지역 연방은행에서 주요 통화 관련 정책과 금융 감독 업무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참새에게 방앗간을 맡기는 꼴’”이라며 경선 막판까지 Fed 개혁안을 클린턴 후보가 공약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철시켰다.

psj@hankyung.com